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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2009 / 미국)
출연 짐 캐리,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밥 호스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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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하지만 로버트 저멕키스가 최근에 시도하는 일련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대해 필자는 심각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연기에서는 어떤 생동감도 느낄 수 없고, 그것이 단지 프로그래밍된 그림의 움직임이라는 것과 그렇다고 만화라 하기에는 지독하게 사실적인 그림. 평소 하던 표현대로 "시체에 줄 매달아놓고 연기 시키는 것을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게 했었다.

로버트 저멕키스의 신작 <크리스마스 캐롤>은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전작인 <베오울프>나 <폴라 익스프레스>처럼 시체가 연기하는 듯한 이질감은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됐다. 근데 이 사실은 아마도 로버트 저멕키스 역시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디지털화 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꽤 많은 고민을 한 듯 했고, 이번 영화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해답은 바로 '짐 캐리'였다.

우리가 아는 짐 캐리는 안면근육에 젤라틴이 과다함유 된 것처럼 과도한 움직임을 보여 인간계에서 불가능한 표정을 보여주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같은 희귀한 배우였다. 그런 짐 캐리의 밑도 끝도 없는 표정은 사실 만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로버트 저멕키스는 이 사실을 깨닫고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주인공 '스크루지' 역을 짐 캐리에게 맡겼다. 그의 현란한 얼굴근육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만 있다면 죽어있는 디지털 캐릭터의 생동감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 시도는 어느 정도 적중했다. 관객이 스크루지를 짐 캐리라 인식하고, 스크루지의 과도한 표정을 보는 순간 디지털 캐릭터 스크루지와 짐 캐리는 동화되면서 꽤 괜찮은 현실성을 부여받게 된다. 다른 캐릭터는 몰라도 적어도 짐 캐리가 연기한 스크루지만큼은 '생동감'이라는 선물을 하사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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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스크루지의 생동감은 살아났으나 다른 캐릭터는 여전히 생동감이 없는 죽은 캐릭터들이다. 거기에다가 아무리 원작소설이 다크포스가 강했다고 해도 관객의 시력을 갉아먹는 어두컴컴한 화면으로 다크포스를 표현하려 한 시도는 보는 이를 진정으로 지쳐 쓰러지게 만든다. 감독이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더군다나 3D로 제작된 이 영화는 3D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과도한 시도를 한다. 러닝타임 100여분 가운데 대부분의 장면을 하늘을 날고, 미끄러지고, 눈 앞에 들이미는 등 "입체가 주는 박진감"을 표현하고자 시종일관 시점은 미끄러지고 날아다닌다. 물론 이러한 장면들은 입체로 보면 스릴있고, 박진감 넘친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가뜩이나 어두컴컴한 화면으로 관객 시력 다 갉아먹고 또 미끄러지고 날아다닌다. 이건 차라리 관객의 눈알을 뽑아버리겠다는 심보로 느껴질 지경이다. 필자 역시 보는 내내 눈이 힘들어서 지칠 지경이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필자가 3D로 애니메이션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3D 실사영화에 비해 애니메이션이 입체감을 살리기에 더 적절하다는 사실을 <크리스마스 캐롤> 덕에 깨달았다. 그러나 3D 애니메이션의 첫경험이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사실은 좀 슬픈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시력 갉아먹는 어두컴컴한 화면때문에 입체감을 느끼는 요소는 반감되었으며 픽사와 드림웍스의 일련의 3D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를 꿈꾸는 로버트 저멕키스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도 좀 우울해진다. 앞서 말한대로 만화가 아닌 척 하는 만화의 캐릭터를 마주하는 것은 움직이는 시체를 보는 것만큼 불쾌하기 때문이다.

'스크루지 이야기'는 어릴때 어린이용 뮤지컬로 본 게 전부라 호러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다크포스를 내뿜으며 표현한 이 작품은 꽤나 쇼킹했다. 그러나 그 다크포스를 어두운 화면으로 분위기를 잡아 표현한 것은 분명 감독이 바보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3D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의 원대한 발전을 보여줬으나 눈 버리기 딱 좋은 연출로 그 원대한 테크놀로지를 갉아먹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히트>를 훔쳐 자신들의 영화로 만들어 버렸듯, 짐 캐리는 그 범우주적인 희귀표정연기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훔쳤다. 이것이 만화건 아니건, 짐 캐리는 그 어떤 영화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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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HI ROMANCE

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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