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 탐정과 날건달 사이...
'씨네21 11월 독자영화클럽'을 마치고 받은 CGV영화예매권 2장을 적절하게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다가, 수원에 사는 친구와 수원CGV로 영화를 보러 갔다. 수원CGV에 어떤 영화가 하는지 둘러보다가 딱 두 영화를 빼고 다 봤다는 사실에 좀 놀랬다. 안 본 영화 두 개가 <파워레인져 극장판>이랑 <셜록홈즈> 뿐이었다. 같이 보기로 한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아바타>라도 세 번째로 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썩 내키지 않던터라 어쩔 수 없이 <셜록홈즈>를 선택했다.
평소 영화를 볼 때, 극장 안에서 주변 환경에 매우 예민하게 신경 쓰는 편이다. 특히 커플들 조물딱 거리는 기척이나 팝콘씹는 소리, 핸드폰 불빛 등에 매우 예민하다. 왠지 이날 찾은 극장도 그러한 분위기에 매우 예민하게 신경쓰며 영화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끝에 선택한 방법이 "같이 민폐끼쳐보자"는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데이트무비'로 선택한 영화이니 만큼 콤보세트 하나 떡하니 들고, 희희낙락거리며 극장에 들어가서는 팝콘우적우적 먹으면서 영화를 즐겼다. 영화동호회 회원이나 영화평론가 지망생의 태도에서 벗어나 영화를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사실은, "편하게 영화보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서 연애해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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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요즘 아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네보고 싶어졌다.
1) '비담'이 누구니?
2) '정약용'이 누구니?
3) '선덕여왕'이 누구니?
4) '주몽'이 누구니?
등등 말이다. 아마도 예상답변을 적어보자면 보통 아이들은 아래와 같을 것 같다.
1) 김남길
2) 발호세
3) 이요원
4) 송일국
그리고 조금 똑똑한 아이들은 아래와 같이 답할 것 같다.
1) 선덕여왕 사랑하다 본의 아니게 반란에 가담해 억울하게 죽은 남자
2) 명탐정
3) 천명공주 동생
4) 부여국 셋째 왕자
이건 순전히 전부 드라마의 영향이라는 점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때의 유머로 "'진달래꽃'은 누가 지었냐?"라는 질문에 "마야"라고 답하는 아이들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셜록홈즈>의 리뷰를 쓰기에 앞서 이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과연 이 영화가 개봉한 후 요즘 아이들이 '셜록홈즈'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적어도 몇몇 아이들은 '셜록홈즈'에 대해 "복싱 잘하고 성격 호탕하고 머리 좋은 남자"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셜록홈즈'는 그만큼 소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내다.
이 거친 셜록홈즈는 사실 정통파 영국탐정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어떤 매체에서 '보헤미안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말이 참 적절한 것 같다. 얼마나 적절하냐면, 이 탐정에게서 '셜록홈즈'라는 이름을 빼고, 배경을 현대로 옮겨 또 다른 탐정이야기를 만들어도 참 잘 어울릴 것 같은...아니, 그게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영화 <셜록홈즈>는 원작 '셜록홈즈'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강조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원작과 무관한 영화 <셜록홈즈>는 어떤 이야기인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떠오른 부분은 "탐정은 나오나 추리할 일은 없는 탐정영화"라는 점이다. 여기서 '추리할 일이 없다'는 부분은 관객에게나 주인공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나 왓슨(주드 로)에게나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흑마술을 이용한 연쇄살인범 블랙우드(마크 스트롱)가 제시한 모든 트릭은 영화 중반이 지나기 전에 "속임수구나"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그 모든 속임수에 대해 관객이 과학적으로 설명은 못할지언정 "아, 이 장면에서 홈즈가 힌트를 얻어가겠구나"라는 사실 정도는 알게 된다. 그 장면은 바로 난장이의 집을 수색하는 부분에서다. 난장이가 흘리고 간 거의 모든 흔적은 블랙우드의 속임수를 증명해줄 힌트가 된다. 즉, '셜록홈즈'라는 이름을 듣고 "괜찮은 추리영화겠구나"라고 기대한다면 애시당초 그 기대는 접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 관객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이 영화를 연출한 가이 리치 감독은 스타일리쉬한 갱스터 영화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이야기를 배배 꼬는데도 소질은 있지만 그것은 전략적인 꼬임이라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꼬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락스탁앤투스모킹배럴스>나 <스내치>같은 그만의 스타일이 잘 묻어난 영화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셜록홈즈>는 매우 만족스런 결과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셜록홈즈는 "허세나 부리고 예의없는 탐정"일 뿐이다. 적어도 필자에게 이런 탐정은 전혀 매력이 없다. 그리고 필자는 참고로 가이 리치 영화 별로 안 좋아한다.
단, 이 영화가 보여준 분위기와 스타일리쉬 리얼액션, 그리고 레이첼 맥아담스는 충분히 좋았으나 '셜록홈즈'는 참 맘에 안 든다.
여담1)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캐릭터는 '왓슨네 집 개'다.
여담2) 얼마나 할 말이 없는 영화면 글이 이 모양 이 꼴일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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