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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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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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몇 년 전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들은 (근거없는) 이야기: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자살할 확률이 높다. 우주를 연구하다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하찮아 보이고 보잘 것 없기 때문에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별로 믿지 않는다(설령 자살확률이 높더라도 교수의 갑질이나 불확실한 미래가 원인이겠거니). 다만 유튜브 과학 관련 영상 몇 개만 뒤져봐도 "우주 앞에서 인간은 참 하찮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가 우주산업에 투자하고 우주로 나가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지식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아니면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지 증명하기 위해? 뭐가 됐건 인간의 욕망은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2. 우주로 향하는 것은 고도의 과학적 기술을 요구한다. 때문에 우주비행사는 지식과 체력을 겸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훈련과 공부, 건강관리를 병행한다. 그야말로 우주에 나갈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문명사회에서 뭔가 할 게 많고 바쁘다는 의미는 '비인간적'이라는 것과 통한다. 바쁘고 집단적인 일에서 개인은 하나의 부품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은 우주산업을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때부터 제기된 문제다. 제임스 그레이의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부품화 된 인간'이라는 점에서 '모던 타임즈'와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이 영화는 '모던 타임즈'가 제기한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3. "미 육군 소령 로이(브래드 피트)는 우주의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아버지를 영웅이라 믿으며 우주 비행사의 꿈을 키웠다. 어느 날 로이는 이상 현상으로 우주 안테나에서 지구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인류를 위협할 전류 급증 현상인 이 ‘써지’ 사태가 자신의 아버지가 벌인 위험한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로이는 우주사령부 내에서 유능한 대원이다.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역할을 수행해낸다. 이 정도면 상부에서 그에 대한 신뢰가 두터울 법도 하다. 그러나 그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필요에 의한 소모일 뿐이다. 역할에 최적화되지 않고 '인간성'을 드러낸다면 그는 임무에서 배제돼야 한다. 

4. '애드 아스트라'가 내내 보여주는 것은 간단하다. 로이가 아버지에게 향하는 과정과 그것을 가로막는 우주사령부의 작전. 후반부에 이르러 이것은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충돌이 된다. 그래서 대체 이 이야기가 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의 결론은 마지막 로이의 심리상담에서 명쾌하게 정의내려진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과학의 발달과 지적 갈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잊고 사는 것에 대한 탐구다.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는 인물들을 비인간적인 과정을 거쳐 가장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몰아넣는다. 이해는 간다. 아니, 오히려 너무 직접적이라서 초등학교 3학년도 알아들을 것 같은 전개다. 신선한 공기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공기 중에 미세한 크기의 먼지를 있는대로 집어넣으면 된다. 맑은 물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방법도 강과 하천을 더럽히면 된다. 이 영화는 '인간성'의 중요함을 알려주기 위해 그런 방법을 택한다. 

5.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배경이 우주라고 '우주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긴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크게는 의사와 군인, 판사, 검사, 정치인 등이 있고 펀드매니저나 기자, 상사맨, 쿠팡맨, 간호사. 심지어 편의점 알바나 배달원, PC방 알바도 긴박하게 일을 한다.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인간성('인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잃어버리고 산다.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질서유지의 명목으로 그들은 인권의 희생을 강요받는다. '애드 아스트라'는 인권의 희생이 강요되는 모든 집단에 대한 반발이다. "그깟 일이 뭐가 중요하냐, 우주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다 의미없고 허망한 것인데"라고 말한다. 이것을 바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일을 해야 하고 돈이 있어야 인간성이 유지되고 인권도 지킬 수 있다. 사회의 구조가 그렇다.

6.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에 썩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에게도 인권이 있었고 저 사람에게도 인권이 있었지"라는 사실이라도 직시하면 이 영화는 역할을 다 했다(그래서 '애드 아스트라'는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고 이야기만 쫓아간다). 태양계의 끝에 가서 인간성을 읽어내는 이런 발상은 대단하고 뭐고 떠나서 일단 멋있다. 심지어 어렵게 비틀지 않겠다는 의도도 마음에 든다. 돌이켜보니 제임스 그레이의 영화를 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람, 이상한 방향으로 흥미가 생긴다.

7. 결론: 몇몇 사람들은 '인터스텔라'와 '애드 아스트라'를 비교하곤 한다. 두 작품 모두 인간적인 가치를 전하기 위해 가장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떠나는 시도를 한다. 차이점이라면 '애드 아스트라'는 명쾌했고 '인터스텔라'는 복잡했다. 그래서 나는 '애드 아스트라'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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