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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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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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서 그것은 '차별' 당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고 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 성소수자들도 일상에서 '개성'이라며 인정받는 것보다는 차별당하고 무시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정이나 학교 혹은 직장에서 차별 당하고 무시 당한 존재들은 그것에 좌절에 무너지거나 그것을 극복한다. 다만 아주 소수의 경우로, 차별 당한 존재들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 중 많은 이야기들은 이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대체 "괴물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한다. 토드 필립스의 영화 '조커'는 히어로무비 역사상 최고의 빌런으로 손꼽히는 조커를 우리의 일상 곁으로 끌어내린다. 가히 무자비한 짓이라고 볼 수 있다. 

2.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직업은 '출장 광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신병원에서 지내다 나왔고 어머니 페니 플렉(프랜시스 콘로이)의 집에 얹혀서 지낸다(우편함에 적힌 집주인 명의가 페니 플렉이다). 광대(혹은 코미디언)라는 직업은 앞서 말한대로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 슬프거나 아픈 일이 있어도 늘 웃어야 한다. 심지어 광대는 울고 있어도 웃는 표정이고, 반대로 웃고 있어도 우는 표정이다. 다시 말해 광대는 늘 차별에 노출돼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예능 토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코미디언들이 길을 걷다 초등학생들에게 반말로 이름 불리는 경우를 여럿 들을 수 있다(과장되기도 했겠지만 영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TV에 나와서 웃음을 주는 직업들에게 이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넓은 범주에서 '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조금만 과격한 시대에 살았다면 무명 코미디언도 길을 가다 나쁜 아이들에게 이유없이 얻어 터질 수 있다. 

3. 아서는 광대라는 위치에 걸맞게 뭐든지 반대다. 남들과 웃음코드도 다르고 출구로 들어가려고 한다. 일부러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괴롭거나 슬플때마다 웃는다(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분명 다수와 다른 사람이며 그 때문에 무시당하고 얻어터진다. 그동안 조커의 매력은 이런 아이러니에서 있었다. 끔찍한 짓을 하면서 웃고 공포와 혼란을 조장하지만 정작 본인은 춤을 춘다. 영화는 이런 아이러니의 기원을 '광대'라는 분장에서 찾고 있다. '배트맨'이나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대목을 영화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 '조커'는 지극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다. 유약했던 아서 플렉이 어떻게 영화 사상 최악의 빌런으로 거듭나는지 보여주는게 이 영화의 목적이다. 그가 광대라는 점과 주목받고 싶어한다는 점, 그리고 웨인 가문에 대한 분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마지막은 배트맨 영화들에서 언급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그것들을 찾아가는데 현미경을 가져다 댄 것처럼 아주 성실하다.

4.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충실하게 짜여진 캐릭터와 함께 그것을 표현해내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다. 이 영화는 배우가 영화 그 자체인 작품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목소리와 표정뿐 아니라 몸짓과 골격 하나까지 완벽하게 아서 플렉,(a.k.a. 조커)이 된다. 눈은 울면서 입만 웃거나 눈은 화내면서 입은 미소짓는 표정들은 가히 압권이다. 여기에 굽은 어깨뼈나 기이하게 패인 갈비뼈는 캐릭터의 기괴함을 더 잘 표현해준다. 정말 "이 배우는 뼈도 연기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아서 플렉을 지나 조커에 이르렀을때 변화도 놀랍다. 영화 내내 "이토록 유약한 남자가 어떻게 조커가 될까" 궁금했다. 그런데 아서 플렉이 조커에 이르는 과정은 일종의 '해방'이다. 어깨뼈를 짓누를 정도의 차별적 시선과 갈비뼈를 패일 정도로 만드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로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다름이 아니라 '윤리 ·도덕적으로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는 이 모든 것,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해방을 모두 연기해낸다. 가히 놀라운 연기다. 

5. 상업영화적으로 생각하자면 조커를 더 조커답게 할 대항마(빌런)는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에게는 이반 드라코(돌프 룬드그렌)가 있고(혹자들은 '아폴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이반 드라코다) 슈퍼맨에게는 렉스 루터가 있다. 서도철 형사에게는 조태오가 있고 마석도 형사에게는 장첸이 있다. 강백호에게는 서태웅이 있고 하니에게는 나애리가 있다. 주인공이 있다면 그를 돋보이게 할 빌런은 있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이끄는 방법이다. 그런데 '조커'에서는 그런 대항마가 없다. 토마스 웨인(브레트 컬렌)조차 조연에 불과하고 브루스 웨인은 아직 꼬마다.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의 역할도 크지 않다. 이 영화에는 오직 조커만 있다. '빌런이 있다'는 발상은 앞서 말한대로 상업영화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상업영화적인 것'을 포기했을까? 그저 어려운 길을 갔다고 보는게 맞다. 빌런을 포기하고 조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해한다. 그와 동시에 "너희 중에도 조커가 있다"며 조커를 지상으로 끌어내린다. 이보다 무시무시한 저주가 있을까?

6. '조커'는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 영화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대는 빈부격차가 심하고 가진 자들의 오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혼돈과 불안의 도시 고담은 '배트맨'에도 등장한 대목이다. 그 시대에 대해 영화는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본다. 혼돈과 불안의 시대에서 무정부주의적 행동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폭탄처럼 잠자코 있다가 뇌관을 건드리기만 하면 겉잡을 수 없이 터질 것이다. 분명 이것을 두고 '(부자) 트럼프 시대에 대한 경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만 다소 구차해보여서 거기까지 가진 않겠다. 빈부격차와 프롤레타리아의 분노는 정말로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조커가 등장하는 과정이 '모던 타임즈'를 참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7. 결론: 영화 '조커'가 나온다고 했을 때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봐서 반갑긴 했지만 조커의 매력이 반감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크나이트'에서처럼 '이유없이 미친놈'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조커'를 계기로 '이유있는 미친놈'이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유가 있어도 미친놈은 미친놈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고 조커의 매력을 더 배가시킨 것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힘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히스 레저의 조커마저 지워버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히스 레저의 조커를 떠나보내도 될 것 같다. 


추신1) 만약 사람들이 "영화 '조커'를 아이맥스로 보는게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가능하면 큰 화면가 짱짱한 사운드에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 '조커'는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에게 집중하는 영화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 분노, 좌절, 광기 등 오만 감정에 온전히 몰입하는데 큰 화면과 짱짱한 사운드는 큰 도움이 된다. '조커' 덕분에 아이맥스의 새로운 활용 가치를 알게 됐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스펙타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추신2) 끝내주는 노래가 많이 나온다. 예고편 영상에도 들어간 지미 듀란티의 'Smile'도 그렇고 엔딩크레딧 때 흘러나온 'Send in the Clowns'도 좋다. 그런데 후자에 나온 곡은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대결은 지금부터다. '조커'를 보면서 김연아를 떠올릴까, 아니면 김연아를 보면서 '조커'를 떠올릴까. 그게 궁금해서 이 글을 쓰기 전에 김연아 소치 동계올림픽 경기영상을 찾아봤다. ...그래도 아직은 김연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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