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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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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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배우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하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미간과 심각하지만 초점을 잃은 눈, 무표정일 때는 살짝 벌어진 도톰한 입술, 그 입술모양의 곡선만큼이나 뭉게구름을 닮은 콧날. 고민이 많은 소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배우의 표정은 의외로 많은 것을 덧씌우기 좋다. 흡사 그 얼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기도 한다. 어느 영화평론가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다소 놀랐지만 그 근거를 듣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표정이 많은 배우는 아니다. 늘 미간은 찌푸려져 있고 눈은 잔뜩 찡그려 반 정도 뜨고 있다. 걸쭉한 미숫가루 같은 목소리로 악당에게 한마디 날려줄 때는 정통한 미국식 영웅으로 부족함이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표정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범접할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그런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표정이 많은 배우는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녀가 표정이 많지 않은 배우인 줄 알았다. 몇 개의 잘 만든 영화들은 그녀의 '표정없음'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 얼굴은 작가의 색깔을 덧씌우기 좋다. 세기의 스파이나 미스테리한 존재, 로봇, 섹스심볼 등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무엇이든 덧씌울 수 있다는 점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큰 매력일 것이다. 그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표정을 닮아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는 더 유연하다. 표정의 폭이 크지 않은 가운데 자유자재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녀가 '세기의 스파이'만 어울리는 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이 배우는 액션스타로 남거나 인디무비의 히로인으로 남을 생각이 없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되려는 모양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지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는 아니다. 금발에 육감적인 몸매는 저 옛날 마릴린 먼로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인들의 고정관념이 어떤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몇 개의(꽤 많은) 미국영화들이 묘사하는 미모의 금발여성은 '꼬시기 쉬운 여자' 정도였다. 스칼렛 요한슨은 자칫 그런 이미지로 '소비'되기 쉬운 배우였다. 그러나 이 배우는 놀라울 정도로 '섹시스타'의 틀에서 벗어난다. 실제로 필모그라피를 뒤져보면 "스칼렛 요한슨이 섹시했다"라고 정의할만한 영화가 거의 없다. 차라리 '블랙 위도우'가 섹시해 보일 정도니 말이다.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는 그녀에게 큰 성공을 안겨준 작품이지만 놀랍도록 탄탄한 그녀의 필모그라피에서는 큰 오점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나는 스칼렛 요한슨이 자신의 연기인생에서 '블랙 위도우'를 어떻게 정의내릴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스칼렛 요한슨의 모든 영화를 챙겨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가 다이내믹한 표정연기를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지 못한 어느 순간의 그녀 연기를 배제했을 때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가히 놀라웠다. 소위 '영화용 연기', '드라마용 연기', '연극용 연기'라는 게 있다. 환경이 다른 만큼 그에 알맞는 발성이나 표정, 동작을 해야 한다. 연극무대에서 날아다니던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게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혼 이야기'는 연극적인 이야기다. 공간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한정된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프레임을 꾸민다. 노아 바움백의 영화에서 '영화적인 것'은 대부분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스칼렛 요한슨은 이 영화에서 '연극적인 연기를 영화로 보여줘야 하는' 복잡한 미션을 부여받는다. 표정도 살아있어야 하고 목소리도 힘을 유지해야 한다. 이 배우는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스칼렛 요한슨의 필모그라피에서 인상적인 작품인 '언더 더 스킨'은 '결혼 이야기'와 반대인 영화다. 연기라고 할 부분도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장면에서 멍하게 있어야 한다. 연기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대신 모든 에너지를 감추고 존재의 아우라만 있어야 한다. 이것은 배우의 존재감과 감독의 연출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일이다. '언더 더 스킨'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온전히 감독의 연출에 자신을 맡겨버린다. 조나단 글레이저가 그 정도로 신뢰가는 연출자인지 모르겠다(그의 영화를 본 게 없다). 적어도 스칼렛 요한슨은 이 작품에서 감독을 완전히 믿고 자신을 맡긴다. 그 결과 '언더 더 스킨'은 스칼렛 요한슨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아주 중요한 영화가 돼버렸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멍하고 무표정에 가까운 신경질적인 표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다른 포인트는 '목소리'다. 이 배우는 '개들의 섬', '씽', '정글북', '그녀', '보글보글 스폰지밥' 등에 목소리로 출연을 했다. 스타배우들이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로 출연하던 것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일이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유독 목소리 출연이 많다. 그녀의 목소리는 대단히 허스키하지만 마냥 거친 느낌은 아니다. 때문에 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스칼렛 요한슨'일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목소리를 통해 유혹적이고 친구같으며 강인하고 유쾌한,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이 배우는 "보아라, 나는 목소리도 개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 주장에 나는 빠르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특유의 표정뿐 아니라 목소리 또한 온전한 개성을 가진다. 사실 이 배우는 존재 자체만으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듯 모든 배우들도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스칼렛 요한슨의 개성은 단연 독보적이다. 멍하고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슥삭슥삭 행동을 해도 좋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퉁명스런 대사를 던져도 좋다. 이 배우는 메소드 연기를 하는 대신 능구렁이처럼 캐릭터를 자신에게 가져온다. 연기경력 오래된 늙은 배우에게서나 볼 법한 여유로움으로 이 배우는 한정되지 않은 캐릭터들을 소화해낸다. 오래전 도쿄의 거리를 헤매던 샬롯과 어디에나 있던 감미로운 목소리 사만다,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낯선 존재, 세기의 스파이 나타샤,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는 니콜. 모두가 그녀, 스칼렛 요한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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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자스민차향기조아 2020.01.19 11:58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스칼렛요한슨 정말 매력있는 배우죠.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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