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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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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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임스 카메론은 '에이리언2'와 '아바타'를 통해 세상에 없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외계생물의 생태계'는 실제 동물의 생태를 일부 참조할 수는 있겠지만 디자인에서부터 생물학적 구조까지 모든 것이 맨땅에서 시작한다. '에이리언2'에서 워밍업을 한 그는 '아바타'에서 무려 행성의 자연과 생태를 통째로 창조하는 경지에 이른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셉션'에서 꿈의 구조를 정의내린다. 그리고 '인터스텔라'에서는 가장 실제와 닮은 블랙홀을 구현해낸다.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은 천체물리학자의 자문을 구해 만들어졌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인류는 블랙홀의 흐릿한 면을 관찰할 수 있었다. 놀란이 구현한 세계도 사실상 맨땅에서 구현한 상상의 세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2. 제임스 카메론과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 미학적으로 뭔가를 구현한 감독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의 상상력만큼은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맨땅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다소 편법처럼 보일 수 있다. 이야기가 갈 수 있는 유리한 공간구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이야 말로 '진짜 상상력'인 셈이다. 21세기 대중문화는 상상력 고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시대에서는 반세기 전 상상한 슈퍼히어로나 20세기 프렌차이즈 영화들이 다시 득세한다. 그래서 현대 대중문화에서는 '진짜 상상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는 이런 '진짜 상상력'에 접근하고 있다. 다소 유치해보이기도 하고 쉽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리즈는 이 시대에 고갈돼버린 '진짜 상상력'을 찾아서 나가고 있다. 저 옛날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가 보여줬던 상상력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3. '블랙미러'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상상력과 인내를 가진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간들은 자신의 편리를 위해 첨단 기술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편리의 이면에는 인간성이 결여돼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인간성 말살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SF영화에서 지지고 복도록 다룬 흔해 빠진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당연히 이야기가 상상한 기술에 있다. 모든 사람들은 인공눈을 이식받는다. 이 눈은 오늘날의 스마트폰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홈 IoT에 필요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딥러닝을 하지 않는다. 집주인과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거치고 약간의 튜토리얼만 거치면 단시간에 완벽한 IoT 허브를 만날 수 있다. 이 단순하지만 기발한 기술들이 기어이 비극을 부른다. 자세한 것은 이야기를 참고하시길...

4.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진짜 이유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 에피소드는 길어야 30~40분 안에 끝날 이야기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은 70분이 넘는다. 이야기는 긴 호흡을 가지고 이야기 안에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이야기는 반전을 향해 다가가는 계단처럼 된다. '식스센스' 이후 한국에서도 반전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호러·스릴러 영화들은 반드시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이었다. 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두고 "반전은 이렇게 만드는거야"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씩 먹이를 던져두고 시청자가 먹이를 물 때까지 기다린다. 먹이를 물었다 싶을 때 이야기는 반전으로 향한다. 이 경우 몇몇 시청자는 반전을 예상할 수 있다. 시청자가 반전을 예상한다 한들 이 이야기는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 순간 받아들이는 것은 "어머 뒤통수를 맞았네"가 아니라 "이야기가 이렇게 완성되다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교한 구조를 가진 기발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5. '블랙미러'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화려한 시각효과로 구현한 SF 스릴러를 기대한 시청자에게 이 에피소드는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차분하게 보다보면 오래된 스릴러를 읽듯 빠져들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에피소드에 이르러서야 '블랙미러'('밴더스내치' 제외)의 매력을 알게 됐다. 몇 개 더 봐야겠다. 


추신)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중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같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언급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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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NUPE 2020.04.08 03:2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궁금하네요! 바로 보러가야겠어요! 구독하고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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