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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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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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같은 과에 재미있는 형이 있었다. 키도 훤칠하고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럭저럭 미남인 형이었다. 이 형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운동도 잘한다. 그리고 같은 아재개그도 찰지고 맛있게 살렸다. 낯가림이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와도 친하게 지냈고 성격도 활달해 학교의 절반 이상은 이 형을 알 정도였다. 거의 학교에서 '스타'에 가까운 형이었다. 그 형은 내가 1학년 때 4학년이었으니 오래 볼 일은 없었다. 공부도 별로 안 하는 것 같았는데 희한하게도 졸업은 칼 같이 했다. 졸업한 후 들려온 소식은 평범한 회사에 다니면서 여전히 유쾌하게 산다는 것 정도였다. 결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결혼을 했다면 형수님도 대단히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형은 말 그대로 '잘 노는 형'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언제 어느 시기고 '놀 줄 아는 형'을 만나게 된다. 어릴 때 만났을 수 있지만 주로 기억하는 '놀 줄 아는 형'은 고등학생 이후에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TV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놀 줄 아는 형 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배우 조정석 얘기다. 1980년생인 조정석은 공항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했다. 데뷔작은 2004년 연극 '호두까기 인형'이다. 이후 오랫동안 연극과 뮤지컬을 하던 조정석은 2011년부터 드라마와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그 유명한 '납득이'부터다. 조정석은 아주 전형적으로 무대에서 내공을 쌓고 카메라 앞에서 만개시킨 '천생배우'의 길을 걸었다. 

조정석의 커리어는 무대와 TV를 거쳐 스크린으로 향하는, 좋은 배우가 갈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길이다. 그런 길을 걸어서 성공한 배우는 아주 많지만 조정석은 조금 특별해보인다. 우선 그는 잡기에 능하다. 기타와 노래, 춤, 운동 등 여러 가지를 잘한다(심지어 영어도 잘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도 등장하지만 배우는 다양한 배역을 따내기 위해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이 좋다. 조정석은 바로 그 '이것저것'을 잘한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엑시트'에서는 "저게 가능해?" 싶은 철봉동작도 척척 해낸다. 그리고 작가의 대본에서 "이래도 되나" 싶은 애드립을 하는데 그게 반응이 아주 좋다. 애드립을 잘한다는 점이 유쾌한 재치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그는 박철민이나 김수로, 유해진 등 '천생 광대'들과 계보를 같이 한다. 그러나 조정석은 이전의 광대들과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잘생겼다. 

조정석은 잘생겼다. 주관적 견해기도 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로도 그는 '주연감'의 외모다. 우리가 아는 잘생긴 배우들을 몇 명 떠올려보자. 정우성, 원빈, 조인성, 장동건, 현빈 등. 이 잘생긴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카리스마를 뽐내며 중후한 멋을 선사한다(때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기를 하지 않는 자리에서 이들은 중후하고 점잖은 배우가 된다. 내보일 끼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조정석은 잘생겼으면서도(조정석을 정우성, 현빈, 원빈, 장동건, 조인성의 외모와 나란히 놓을 수 있는지 코멘트를 하진 않겠다) 끼를 마구 내보인다. 영화 '형'의 비하인드에서는 무려 아이돌인 EXO 도경수를 압도하는 잔망스러움도 보여준다. "얼굴을 저렇게 써도 되나"라는 걱정도 들지만 저렇게 쓰기 때문에 조정석은 더 특별해진다. 

그렇다면 이 배우는 그저 놀 줄 아는 배우이기만 할까? 앞서 말한대로 그는 무대에서 탄탄히 내공을 쌓고 온 배우다. 당연히 연기도 잘한다. '관상'에서의 절절함도 있고 '마약왕'에서의 카리스마도 있다. '뺑반'의 나쁜놈도 있고 '엑시트'의 용남이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도 있고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도 있다(난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을 꽤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런거 다 가지고 있으면서 '헤드윅'의 헤드윅도 있다. 조정석은 잘생긴 데다 아무 역할을 던져줘도 액체괴물처럼 달라붙는다. MCU의 토르가 브루스 배너만큼 똑똑하다면 이런 느낌일까? 잘생겼는데 아무 역할이나 맡겨도 된다는 점은 배우로서 '역대급 사기캐'라고 봐도 무방하다(사생활면에서 그가 자상한 남자 사기캐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겠다. 여기는 배우로서 이야기하는 자리다). 

심지어 작품 선구안도 괜찮은 편이다. 드라마의 경우 '더킹 투하츠'부터 '최고다 이순신',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주연을 맡을 경우 타율이 좋은 편이다. 영화는 종종 말아먹는 영화('특종:량첸살인기', '시간이탈자' 등)에 출연하는 편이긴 하지만 '관상'과 '엑시트'라는 걸출한 대작도 가지고 있다. 다만 괜찮은 타율을 가지고도 천만영화가 없는 걸 보니 이러다 커리어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되는 건 아닌가 우려도 된다. '다 가진 남자' 조정석의 유일한 과제라면 '천만영화' 하나 커리어에 올리는 것 정도다. 천만 문턱 앞에서 주저 앉은 '관상'과 '엑시트'를 생각하면 더 아쉽다. 

조정석은 범상치 않은 배우다. 박철민, 유해진의 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인공급으로 잘생겼다. 얼굴 쓰는데 두려움이 없어서 아무 역할이나 갖다줘도 다 해낸다. 멜로도 되고 나쁜 놈도 되고 액션도 되고 변태도 된다. 동시대 배우 중에 역대급 사기캐인 이 배우는 이제 겨우 40살이다. 아직도 쌓아야 할 커리어가 아주 많다. 조정석은 무대와 스크린, TV에서 충분히 오래 볼 수 있는 배우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의 별 역할로 나온만큼 앞으로도 별의 별 역할로 나올 것이다. 놀 줄 아는 형하고 놀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즐겁다. 조정석을 보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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