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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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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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중 몇몇은 흔히 말하는 '연애할 때 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필자도 역시 그렇다. 사랑을 시작할때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딱 그 사람만 보이고 그 사람만 사랑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엔 그게 좀 오래 가는 편이다. 돌이켜 보면 늘 그래서 이별이 찾아올때도 혼자 사랑하고 있다가 상처받게 되기 마련이다. 나이를 점점 먹어가며 그런 연애가 참 바보같고 '스스로를 상처받게 하는 길'이란 걸 깨닫게 되지만 마음의 움직임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떤 바보같은 유부남들은 아내말을 듣기 위해 부모, 친구들과 갈등을 벌인다. 결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내를 사랑해서 그러던지, 아니면 안정된 가정생활을 꾸리기 위해 그럴거라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아내말을 잘 들어 아내의 마음을 달래려는 그 순간 부모와 친구의 마음에는 상처가 생길지도 모른다. 마치 '애정량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그 마음은 공평하게 모두에게 향하는게 힘들기 마련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영화 속 팻(브래들리 쿠퍼)도 그렇다. 아내의 외도로 인한 폭력사건 때문에 정신병원에 8개월을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심사가 뒤틀려있다. 아마도 그 8개월 동안 팻은 "아내에게 큰 잘못을 했다. 반성해야지. 여기서 나가면 아내에게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신병원에 가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 갇혀있다는 자체가 꽤 심심하고 잡생각 많이 든다는 건 알고 있다. 8개월 동안 팻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을 했을 것이고 아마도 그 반성은 오랜 시간 숙성되며 어느 정도 왜곡이 있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뒤틀려있고 닫혀있고 여전히 폭력적이다. 흔히 말하는 조울증이다. 그는 그 마음을 고쳐보려 운동도 하고 다른 여자에게 눈길도 안 주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영화 내내 팻의 마음은 여전히 왜곡되어 있다. 


그런 그에게 티파니(제니퍼 로렌스)가 찾아온다. 친구 로니(존 오티스)의 처제인 티파니는 남편을 사고로 잃었지만 비교적 쿨한 여자다. 그 이유는 영화로 확인하길 바란다. 어쨌든 티파니의 팻은 관객들조차 쉽게 알아차릴 정도로 닮아있다. 둘 다 어딘가 심기가 뒤틀려있다. 이 뒤틀린 남녀는 첫 만남 이후 매일 아침 조깅때마다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투닥거린다.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타인에게 상처를 받는다.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처주는 사람 역시 있다는 것이고 상처받은 사람은 다시 말해 상처주는 사람도 된다. 심사가 뒤틀린 팻과 티파니는 그 뒤틀린 심기가 모두 타인으로 인한 상처에서 비롯됐지만 한편으로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다. 


정말 '애정량 보존의 법칙'이라는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영화 보다가 생각난 단어다. 상처받은 만큼 상처를 주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줄 사랑이 부족해진다. 즉 '한 연인에게 모든 사랑을 베풀기엔 사랑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만약 당신이 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그 사랑을 어떻게 당신 주변에게 나누겠는가? 어떤 방법으로 나눌 것인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잘 알고 있다. 나는 엄마, 아빠를 사랑하고 형을 사랑한다. 내 친구들 모두를 사랑하고 클로이 모레츠, 이연희, 레인보우 조현영도 사랑한다. 짜장면을 시켜도 단무지, 양파 외에 특별히 김치를 내어주는 우리 동네 중국집 사장님도 좋아하고 10년 넘게 엘지팬이라 주름이 깊어진 슈퍼 주인아저씨도 좋아한다. 


아마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어떤 것들, 심지어 평소 좋게 본 영화배우들, 명품가방, 요리 등등 여러가지를 사랑할 것이다. 당신은 그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게 어떻게 애정을 표현하는가? 때로는 사소한 어떤 말들로 상처를 주거나 의도치 않게 무관심해지고 잊고 지낸다. 앞서 말한대로 우리의 '사랑'은 정해진 양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랑하지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상처주지 않고 모두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내놓은 답은 '그냥 살아라'라는 것이다. 연애 처음하는 애송이처럼 연인에게 다 퍼주는 바보짓 하지말고 연인을 사랑하는 그만큼 삶을 사랑하고 살라는 것이다. '별 거 없지만 있어보이는 척' 하는 연애지침서에 보면 나오는 이야기지만 연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에 대해 공부하고 이것저것 다 퍼주는 남자보다는 자기 일에 충실한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뭐 그렇다고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 반쯤 풀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에 집중하다가 피곤하다는 듯 엄지와 중지로 양 미간을 어루만지며 인상 쓸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삶이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한 삶을 살면 된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그걸 제일 못하는 사람이 필자다. 정말 연애를 하면 그 사람밖에 안 보여서 삶의 모든 사이클을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맞춰버린다. 참 바보같은 짓이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주변인들에게 소홀하게 되는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주변과의 관계가 오래되며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하게 되고 뜸해지는 표현에 익숙해지게 된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애정량은 줄어들게 된다. 우스개소리로 하는 '솔로가 오래되면 연애세포가 죽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애정량이 줄어들면 사랑이 곁에 있어도 사랑인 줄 모르고, 인연이 곁에 다가와도 인연인 줄 모르게 된다. 솔로가 오래되도 연애세포가 죽지 않게 할려면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며 당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면 된다. 그러면 그때 자연스럽게 'ASKY(안생겨요)'를 탈출하게 될 것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로맨틱코미디다. 그런데 그것은 연인과의 사랑에 대한 로맨틱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자의 로맨틱코미디다. 요즘 '힐링'이 대세라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삶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아주 좋은 힐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잊었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여담) 개인적인 이야기 좀 하자면 지금 필자는 소중한 사람과 인연이 끝날 위기에 쳐해져 있다. 그 사람이 해준 몇 가지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그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늦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에게 "네가 날 소중하게 생각한만큼 나도 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소중한 만큼 날 생각하는 너 역시 소중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내 나이 30대 중반인데... 이제 어떻게 사랑하는지 좀 알 것 같다. 너무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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