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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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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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부터 영화를 만들어댔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는 내가 만든 영화가 뭔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재수할 때 만든 두번째 영화로 나름 상을 받은 건 자랑할꺼리다.


대학교 2학년때까지 친구 후배들 모아놓고 영화 만들던 내가 친구들과 기획'만' 한 영화가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림축구'의 족구버전이었다. 족구로 학교를 씹어먹고 현대자동차 어른들과 비등한 경기를 하던 친구들의 이야기는 좋은 소재였다. 


그러나 이 기획은 나에겐 너무나 블록버스터였다. 살면서 영화 한 편에 최대로 쏟아부은 제작비가 40만원이었다. 그나마도 인문대 학장님에게 20만원 지원 받았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시스템을 배운 적이 없는 내게 이건 너무 큰 기획이었다. 그래서 이 기획은 접게 되었다. 




수년 뒤, 나는 이 기획과 거의 똑같은 영화를 만나게 됐다. 솔직히 처음엔 화나고 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좀 지나고 나니 영화를 배운 사람이 이 기획을 살려준게 고마웠다. 나 역시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족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족구와 거기에 담긴 청춘의 열정을 고스란히 영화에 녹여준 것이 참 감사했다. 


딱히 리뷰로 쓸 이야기는 없다. 족구를 사랑하는 예비역들에게는 "우리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동질감과 열정을 심어줬다. 그리고 족구와 예비역을 싫어하는 여대생들에게는 매력적인 남자 '홍만섭'(안재홍)을 보여줬다. 매우 단순한 영화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가 갖는 최고의 매력이다. 


리뷰 쓸 것도 없는데 그냥 족구하는 이야기나 풀어볼까 한다.





족구하는 이야기


재수해서 대학교 1학년이던 2000년. 내가 다니던 학교는 지방대이긴 하지만 그리 무시할만한 학교는 아니었다. 현대자동차 취업도 보장돼있고 재단도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돈이 많다. ...물론 공대 얘기다. 내가 다니던 과는 학교 내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성적도 안 좋은 애들이 들어오는 학과, 철학과다. 수능 커트라인이 낮은 편이다 보니 공부에 열의가 있는 친구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고교시절을 벗어난데 대한 해방감에 들뜬 녀석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면 해보고 싶은게 영화동아리였다. 1학년 3월달에 야심차게 영화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영화이론을 배우는 '학술시간'에 3학년 선배에게 이론을 '가르쳐'주고 동아리를 나왔다(이후에 선배들과 철학과 내에서 영화'학회'를 만들었고 이 학회는 이후 대학교 영화동아리가 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선배들이 사주는 술을 마시며 캠퍼스의 3월은 소주와 함께 보냈다. 




보통 다른 과라면 7학번 위 선배는 볼 일이 드물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우리 과는 달랐다. 술과 함께 보내던 3월의 어느날, 나와 친구들은 7학번 위 어느 선배를 보게 된다.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세련된 스타일, 날렵한 몸매로 족구하는 형님. 이 형님은 학교 전체에서 알아주는, 일명 '족신'(족구의 신)이다. 이 형님의 플레이는 그리 화려하진 않았다. 영화 '족구왕'에서 홍만섭이 구사하던 화려한 '넘어차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공은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탁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축구로 따지면 전성기 드록바 정도는 됐을 것이다. 


우리 친구들은 이 형님을 따르게 됐다. 족구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형님을 따라 술도 마시고 좁은 자취방에서 대여섯명이 널브러지기도 했다. 직접 인문대 건물 뒷편에 족구장을 만들기도 했고, 족구를 통해 다른 과로 인맥을 넓히기도 했다. 그야말로 여자와 공부에는 관심도 없이 술과 족구로 이어지는 생활이었다(물론 나는 여기에 '영화'를 추가했다). 




4학년이던 '족신'은 빠르게 학교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학교 전체의 족구는 우리 친구들이 평정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어른들을 포함한 사회인 족구에서도 비등한 실력을 보였다. 예비역이던 어느날은 MT 다녀온 후 남은 소주(한 3박스 정도)와 함께 2박3일 족구특훈을 하기도 했다. 그냥 학교에서 술먹고 자고 하면서 족구만 한 것이다. 그 정도로 족구를 좋아했다. 


신기한 것은 친구들의 이 족구열정이 졸업 후 깔끔하게 식어버린 것이다. 아니, 식었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졸업 후 빠르게 취직한 친구들은 회사에서 친목도모 차원의 족구를 제외하면 거의 게임을 하지 않았다. 


'족신'의 계보를 이어받은 내 절친은 예쁜 딸의 아빠가 되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었다. '토스의 달인'이던 곱슬머리 친구는 결혼 후 4년만에 첫 아이를 얻었고 얼마전 차장이 됐다. '타락한 기독교인'이던 수비의 달인 후배는 가업을 물려받아 스크린골프장을 경영하고 있다. '스파이크의 달인'이자 44사이즈 옷도 잘하면 입을 수 있었던 친구는 아직 미혼이지만 그럭저럭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원조 '족신'은 호주로 떠났다는 소식 이후에 근황을 모른다.





'족구왕' 속 족구기술


'족구왕'의 족구기술은 매우 디테일한 편이다. 감독이 족구를 해봤다는게 몇몇 대목에서 느껴진다. 대학 시절 친구들 중 족구를 제일 못했던 내가 해설하는거라 신뢰가 떨어질 수 있지만 나름 아는대로 해설해본다. 




홍만섭은 '스카이서브'를 구사한다. 탁구에서의 스카이서브와 같다고 보면 된다. 사실 저 서브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서브 거리에서 저렇게 차서 네트를 넘기는게 보기도 상당한 힘과 정확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수가 아니면 구사하기 힘든 기술이다. 

여기에 공격기술은 '넘어차기'다. 동작이 화려해 보기 좋지만 공의 타점이 높고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영화 초반에 나온 강민(정우식)과의 대결처럼 초짜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하지만 족구 고수라면 '넘어차기'는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타점이 높고 공이 빠르다는 것은 바운드가 매우 높다는 의미다. 족구는 한 번 튕긴 공을 받아도 무방한 스포츠다. '넘어차기'의 경우 수비가 멀찌감치 떨어졌다가 한 번 튕긴 공을 받으면 방어가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 방향을 못 읽어도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 


극 중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인 강민은 캐릭터에 걸맞게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 강민의 서브기술인 '말아차기'는 공에 회전을 줘서 상대 수비가 방향을 읽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영화에서처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서브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서브보다는 충분히 빠르다. 하지만 '말아차기'의 강점은 스피드가 아니라 회전에 있다. 이 서브는 오른발잡이가 공을 찰 때 오른쪽으로 강하게 회전을 줘서 공이 휘어지게 한다. 야구로 치면 오른손잡이 투수의 투심패스트볼 정도로 볼 수 있지만 극 중 강민 정도의 실력이라면 야구선수 김병현의 백도어슬라이더 정도의 회전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공이 바운드를 먹으면 그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깐 영화에서처럼 미래가 한 번 헤딩하고 쓰러질 정도가 아니라 방향을 못 읽고 흘려보내는게 정상이다. 

강민이 구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족구 공격기술 중 최고 난이도는 '드라이브샷'이다 탁구의 그것과 같다. '드라이브샷'은 공격을 할 때 안쪽 발바닥으로 공의 윗부분을 강하게 때려서 공이 앞쪽으로 회전을 먹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바운드를 먹게 되면 평범하게 튕기는 것이 아닌 낮고 빠른 바운드가 형성이 돼 수비가 받기 어렵다. 또 노바운드로 받아낸다 하더라도 공이 뒷쪽으로 날아가버리기 쉽상이다. 아마 강민의 실력이라면 이런 공격도 가능했을 것이다. 




족구는 3인경기과 4인경기가 있다. 물론 생활체육시합의 대부분은 4인경기로 진행된다. 4인경기는 기본적으로 수비 2명, 토스 1명, 공격 1명이다. 수비가 공을 받아내 토스에게 넘기면 토스가 공을 띄우고 공격이 때리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수비나 토스가 공격도 하곤 한다. 이밖에 룰은 대부분 잘 알고 있기에 생략한다.





추신) 서안나(황승언) 역할은 몹시 매력있다. 배우가 미인인 탓도 있을 것이다. 영어고백씬에 서안나 표정을 보고는 나까지 '심쿵'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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