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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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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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인터스텔라'는 몹시 당황스러운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작은 순간에라도 놀란의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가 담고 있는 거대한 세계관 역시 놀란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매우 낯선 놀란의 영화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머리를 맴도는 물음이 하나 생긴다. "왜 하필 우주인가?" 


우리가 아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하드보일드 느와르에 능한 인물이었다. 데뷔작인 '미행'과 '메멘토'부터 '다크나이트라이즈'까지 그의 모든 영화는 거대한 '게임'이었다. 물론 그 모든 게임 가운데 그는 꿈과 기억, 혼돈, 공포 등 여러 화두를 집어넣는다. 일종의 '퓨전 느와르'인 것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공간을 초월한 거대한 모험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새로운 행성을 찾아 미지의 검은 바다(우주)를 유영하는 이야기다. 당최 그간 놀란의 영화와는 맞는 구석이 없는 이야기다. 인물관계에서도 놀란스러운 구석이 전혀 없다. 심지어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악역도 없다. 물론 이야기 간간히 주인공을 방해하는 요소나 인물은 있지만 그 또한 한시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란의 영화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족애'가 이야기 전반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놀란 감독은 왜 이 낯선 이야기를 선택했을까? 앞서 말한대로 '인터스텔라'의 가장 큰 화두는 '시간'이다. 우주라는 거대 공간 역시 '시간'을 이야기하는 도구다. 인물들이 아는 지구의 시간은 낯선 우주에서 뒤틀려져버리며 이야기는 그 뒤틀린 시간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즉 놀란이 자신의 영화에서 생전 가본 적 없는 우주로 향한 것은 '시간'을 주제로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가본 적 없는 우주와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다지 판타지스럽진 않다. 심지어 웜홀이나 블랙홀을 시각화한 장면도 지나치게 리얼해서 실제 블랙홀이나 웜홀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이것은 충분히 판타지스러우며 시각적으로 압도할 꺼리를 곳곳에 심어둔 이야기다. 그러나 '인터스텔라'는 영화가 시작하고 거의 절반이 지나도록 시선을 사로잡을 비주얼을 보여주지 않는다. 놀란의 전작인 '다크나이트'나 '인셉션' 등 블럭버스터 영화들이 시작하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에 비하면 이것은 지나치게 부드럽고 차분하다. 


이 영화가 철저하게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한 것은 '놀란스러움'을 지키기 위함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동안 어떤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합리적으로 풀어낸 인물이다. 그럴싸한 느와르영화였던 '인셉션'이나 '다크나이트'는 사실 '무의식 세계 탐험'이나 '슈퍼히어로'같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어쩌면 하드보일드 풍 느와르는 단순히 그의 취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탐구하는 인물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말한대로 판타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영화 속 수많은 시간여행은 판타지 모험극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어쩌면 '가장 사실적인 시간여행'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가족애' 역시 도구가 된다. '인터스텔라'가 보여주는 가족애는 흡사 '아마겟돈'이나 '투모로우'같은 재난영화를 떠올릴 정도다. 하지만 그 영화들 속 가족처럼 불굴의 생명력을 갖진 않는다. '인터스텔라' 속 가족의 재회는 그 간절함을 온전히 이루지 못한 쓰디 쓴 해피엔딩이다. 영화에서는 '사랑'이 '5차원적인 어떤 것'으로 정의내려진다. 물론 그 '사랑의 힘'으로 인류를 구원할 열쇠를 찾게 된다. 


하지만 영화 속 사랑은 시간을 비틀어내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된다. 단면적으로는 '시간이 사랑을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간 보여준 재난영화에서 인간은 우주적 재앙을 이겨냈다. '인터스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한 승리자가 되지 못했다. 우주는 여전히 광활하고 모험의 여지는 남아있다. 쿠퍼(매튜 매커너히)의 새로운 모험이 성공할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는 이미 초월적 공간을 떠나왔으며 다시 그 공간 속을 모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적인 어떤 것들은 여전히 작은 존재다. 우주의 거대한 시공간 속에 쿠퍼와 머피(제시카 차스테인)는 절대 주체적이지 못했다. 시간에 휩쓸린 인간이었고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였다. 가족은 위대했으나 절대적이지 못했다. 




앞서 말한대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압도당하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시 말해 오락영화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소리다. 물론 광활한 우주와 낯선 행성의 시각적 디테일은 압도적이고 말 그대로 아이맥스에 걸맞는 수준이다. 하지만 시간적인 것을 즐기기 전까지 1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전작들만큼 강렬한 캐릭터도 없으며 인물간의 대립구조가 빈약한 탓에 갈등이 주는 쾌감 또한 모자란다. 막말로 차라리 J.J. 에이브람스가 이 이야기를 연출했다면 더 엄청난 영화가 나왔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그는 우주에서 썰 푸는데 능한 감독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낯선 선택을 모두 스스로 결정했다. 그는 분명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업그레이드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모든 필모그라피 중 큰 전환점이다. 그가 한 차원 더 깊은 작가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실패한 모험이 될 것인지,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그 판단이 흥행으로 결정되진 않을 것이다. 그가 진짜 작가가 되고 싶었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러기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우주는 황홀할 정도로 웅장하다.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본인조차 낯선 영화적 세계로 떠난 모험이다. 감독조차 쿠퍼처럼 낯선 우주를 모험하고 있는 것이다. 




여담1) '인터스텔라'는 천체물리학이나 우주과학적 조사를 한 흔적이 느껴진다. 블랙홀이나 웜홀에 대해 매우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서도 매우 그럴싸하다. 아마도 어느 물리학자가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쓸 것이다. 내가 만약 영화잡지 편집장이라면 물리학적 관점에서 본 '인터스텔라' 리뷰를 기획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여담2) 그런 탓에 영화의 몇몇 장면들은 상당히 어렵다. 이론이 디테일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다 이해하려면 공부 좀 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공부를 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 


여담3) 본문에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오락영화'로서 상당히 빈약하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반전이 예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일러는 피하려고 노력했다. 


여담4)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해설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하지만 그러기엔 좀 소심하다.

TRACKBACK 2 AND COMMENT 7
  1. BlogIcon 줄거리 2014.11.09 00:06 address edit/delete reply

    그래서 줄거리가 뭐냐구요

  2. BlogIcon 박성태 2014.11.09 07:00 address edit/delete reply

    시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속도의차이는 있지만 내가 어른이 되먼 부모가 되고 부모가 되먼 자식을 놓고 죽어서도 자식을 늘 책장뒤편 아니 유리벽넘어 훤히 보고 향상도와준다는 사실 내가 부모고 조상이고 조상이 내자신 이란걸 더욱 간절히 느낌

  3. hm 2014.11.10 09:11 address edit/delete reply

    이걸 오락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는 사람은 없을텐데...

  4. BlogIcon 석씨 2014.11.12 14:50 address edit/delete reply

    훌륭한영화지만 재미는 없음
    4d는 집중이 안됨
    주말에 보기는 시간이 아까운영화
    총펑:평점은 구점이지만 그닥영화관에서는 보고싶지않다 돈이아까웠다
    재미가없기때문에
    pc에 뜨면 소장하기에 좋은 영화

  5. BlogIcon 금니왕 2014.11.17 00:25 address edit/delete reply

    지금까지 본 리뷰 중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영화 내외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해하려는 태도 자체가 존경스럽습니다
    다들 글을 쓸 때 단편적인 시각으로 써서 아쉬움이 컸는데 여기와서 해소가 됩니다
    다들 장면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6. BlogIcon 스텔라 2014.11.17 11:54 address edit/delete reply

    내용이 난해하다.
    물리를 모르면 넘 지겨울수있는 영화.
    다른이들은 다 이해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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