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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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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05.15
    넷플릭스 '블랙미러: 블랙 뮤지엄' 초간단 리뷰

0-1. 오래전 나는 어떤 이야기를 상상한 적이 있다. L.A에서 조직 보스의 돈을 훔쳐 달아난 마피아가 있다. 그는 차를 타고 사막을 달리던 중 어떤 사고를 당한다. 차는 박살나고 황량한 도로에는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사막의 열기에 정신을 잃어갈 때 쯤 저 멀리 호텔 하나가 나타난다. 사막에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런 호텔에 도착한 주인공은 로비를 열고 들어가자마자 쓰러진다. 호텔 직원들은 그를 극진히 보살핀다. 주인공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호텔에 충분히 머물러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친절하고 맑은 호텔의 분위기에 이상한 거부감이 든다. 기력을 회복한 주인공은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아무리 내려가도 자신이 들어온 로비를 찾을 수 없다. 직원에게 문의하지만 "지내시다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저희가 개선하겠습니다"라는 말만 한다.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다 그는 두려움을 느끼고 호텔을 나갈 방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가 호텔을 나가려 할수록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를 위협한다. 

0-2. 이 이야기는 아주 어릴때 상상한 이야기다. 나도 잘 안다. 이 이야기는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샤이닝', '1408'을 연상시킨다.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이야기를 상상할 때 '샤이닝'은 보지 못했고 '1408'은 제작도 되지 않았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얼추 비슷한 시기였던 것 같다(차이점을 찾자면 내 이야기는 시작하고 빠른 시간 안에 주인공을 미지의 공간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사실 저 이야기를 상상했을때 나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듣고 있었다. 서정적이고 슬픈 느낌도 있는 노래에서 묘한 공포감이 느껴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저 이야기는 '호텔 캘리포니아'에 대한 감상이었다. 그래서 이야기의 제목도 '호텔 캘리포니아'라고 했었다. 

1. '블랙미러' 시즌4의 마지막 에피소드 '블랙 뮤지엄'은 첫 장면에서부터 '호텔 캘리포니아'를 떠올렸다. 그랬다는 의미는 누군가는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블랙 뮤지엄'에서 '블랙'은 범죄를 의미하는 '블랙'이었지만 이야기의 초반부에는 주인공의 피부색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블랙 뮤지엄'은 내가 상상한 지점을 정확하게 후드러 패면서 반전을 주는 에피소드다(그 주인공은 '블랙 팬서'의 슈리다). '블랙 뮤지엄'이 내 이야기 '호텔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킨 것은 사막 한 가운데 박물관이 있다는 점이었다. 일단 그것부터 이 박물관이 신비로운 공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신비로운 공간은 당연히 고대 전설이나 영적인 존재에 기인한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 등장한 뱀파이어도 마찬가지다.

2. 그러나 신비로운 것은 듣도 보도 못한 과학기술이다. 그때쯤 잊지 않고 중요한 것을 상기시켜야 했다. 이것은 '블랙미러'다. '블랙 뮤지엄'은 '블랙미러'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신비로운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공포영화를 상상해봤다. 그것은 '이벤트 호라이즌'처럼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SF호러와 다르다('이벤트 호라이즌'은 오히려 우주 공간에 지옥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고전 호러와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검증하지 못할 것이 없을 정도로 발전해버렸다. 더 이상 도시전설이나 신화 속 고대 괴물, 영적인 존재는 힘을 받기 어렵다. 그것들은 얼마든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미러'는 미래의 공포는 과학기술이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 뮤지엄'에 등장한 기술들은 대체로 상식을 뛰어넘었다. 감각을 전송하고 의식을 다운로드 하는 기술은 놀라운 것들이지만 인간윤리에서 어긋난다. '블랙 뮤지엄'은 인간윤리에서 벗어난 혁신기술이 무차별로 사용됐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3. 그리고 놀라운 점은 '블랙 뮤지엄'은 앞서 언급한 나의 편견에도 반기를 든다. 이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중반에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부부도 등장한다. 그리고 잠깐 언급하는 '백인우월주의자'는 추악한 변태처럼 묘사된다. 놀라울 정도로 인종에 대한 문제를 배제했다. 이 에피소드는 인종을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인종차별? 그거 너무 구식 아니니?"라고 말한다. 그런 태도를 통해 이 에피소드는 인종차별을 비판한다. 쿨내가 나면서도 멋있는 방식이다. 이 에피소드가 인종차별 이슈를 대하는 방식은 많은 영화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4. 지금까지 '블랙미러' 에피소드 몇 개를 보면서 이제서야 이 녀석의 정체성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블랙미러'에 등장하는 기술들은 현재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반영하고 있지만 대단히 앞서 나갔고, 그래서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1968년에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한 HAL9000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저게 말이 돼?"라며 봤을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사람들이 SF영화를 보면서 "저게 말이 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뤄진 현재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제 저녁 대전방송에서는 KAIST 로봇 '휴보'가 저녁 뉴스를 진행했다고 한다.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 역학조사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동선을 파악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가 사는 현재는 오래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SF 세계다. 그 의미는 '블랙미러'가 상상한 SF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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