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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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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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9.03.13
    '캡틴마블' 초간단 리뷰
  2. 2019.01.10
    해리포터·포켓몬·MCU에는 있고 '신과 함께'에는 없는 것
  3. 2018.04.12
    '어벤져스:인피니티워' 내한 기자회견 초간단 후기
  4. 2018.02.07
    '블랙 팬서' 초간단 리뷰
  5. 2017.10.23
    '토르:라그나로크' 초간단 리뷰
  6. 2017.07.07
    '스파이더맨:홈커밍' 초간단 리뷰
  7. 2017.05.08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초간단 리뷰
  8. 2016.10.24
    '닥터 스트레인지' 초간단 리뷰
  9. 2016.05.07
    헐리우드의 힘: 캐릭터가 경쟁력이다 (8)
  10. 2016.04.30
    [스포주의] '캡틴 아메리카:시빌워' 초간단 리뷰


1. 마블씨네마틱유니버스(MCU)라는 것은 이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존재다. 버리긴 재밌는데 계속 보자니 현자타임이 온다. 보고 있으면 꾸역꾸역 다음 영화가 궁금하게 만든다. 아마 '어벤져스:엔드게임'쯤 가게 되면 그만 둘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 취향으로 영화는 독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연작이라던지 유니버스를 염두해둔다고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오롯이 이야기를 끝내지 못하면 개운하게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근에 본 '알리타:배틀엔젤'의 경우 속편을 지나치게 염두해둔 탓에 본편에서 마무리되지 않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바퀴 하나 없는 자동차처럼 어설프다. 

2. 다행히 '캡틴마블'은 바퀴가 4개 다 달려있다. 그동안 MCU에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히어로인 만큼 이야기는 독립됐다. 특히 '인피니티워'의 대혼란 이후 도저히 끊을 수 없는 타이밍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화는 무려 90년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대목 역시 아주 마음에 든다. 적어도 '캡틴마블'은 MCU에서 따로 떼어놓고 봐도 이해가 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고된 진통을 겪어 탄생하는 히어로의 신화도 재미있고 캐롤 댄버스(브리 라슨)의 압도적인 강력함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재미있다"라며 극장문을 나서기에 이 영화는 어떤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블랙팬서'와 함께 MCU가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압축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3. '캡틴마블'에 대한 가장 큰 논쟁은 '페미니즘 영화'라는 점이다. 그때문에 일부 영화팬들은 이 영화에 대해 반발심을 드러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캡틴마블'은 페미니즘 영화다. 영화에 대문짝만하게 새겨놨으며 100m 밖에서 봐도 보일 정도로 거대하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게 드러난다. 어린 캐롤 댄버스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무의식을 지배한 대사, "너는 할 수 없어. 안될거야. 너는 여기까지야". 여기에는 '여자라서', '여자니깐' 등의 단어가 등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캐롤 댄버스는 뻔히 보이는 여자다. 그렇기 때문에 저 단어들은 생략되도 무방하다. 특히 후반부에 캐롤 댄버스가 각성하는 장면에서는 각각 다른 상황에서 쓰러진 캐롤이 각성하면서 스스로 일어난다. 사실 모두 캐롤 댄버스긴 하지만 상황과 복장이 다른 탓에 다 다른 얼굴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장면은 마치 "소녀들이여 일어나라"는 의미로 보인다. 

4. 쓰러진 캐롤 댄버스가 스스로 일어나는 이미지는 중요하다. 이 장면은 초능력의 한계에 갇혀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무력하게 무릎꿇는 것이 아니라 초능력을 앞서는 스스로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초능력이라는 특혜에 기대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려면 최근 우리나라 TV에서 방송되는 나이키 광고를 보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최근 대기업에서 유리천장을 뚫어낸 여성임원들도 이같은 맥락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난 대기업 여성임원들은 기업 내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무조건 여성중심의 혜택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둔다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경쟁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5. 이는 일부가 주장하는 페미니즘과 다소 차이가 있다. 소위 '래디컬 페미니즘'이라 불리는 쪽에서는 "여자라서 피해를 봤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이를 가로막는 남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긴 하나 다수의 공감을 얻어내기는 힘들다. 반면 '캡틴마블'은 '리버럴 페미니즘'에 가깝다. 캐롤 댄버스는 남성을 죽이거나 없애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서서 권리를 찾고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래디컬 페미니즘' 영화라면 '디아볼릭'이나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적절할 것 같다). 게다가 캐롤 댄버스의 조력자인 닉 퓨리(사무엘 잭슨)도 남성이다. 고로 나는 '캡틴마블'의 페미니즘은 꽤 건강하다고 본다. '여자만 잘 살겠다'는 진영과 '다같이 잘 살자'는 진영 중 내가 지지할 곳은 하나 뿐이다.

6. 그렇다면 '캡틴마블'의 페미니즘은 '블랙팬서'와 어떻게 만나게 될까. '블랙팬서'는 모두가 알다시피 1992년 L.A 흑인 폭동 이후 흑인사회의 자성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분노를 담은 영화들에서 진일보한 메시지다. 앞으로 MCU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캡틴 마블과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먼)는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이어 앞으로 MCU를 주도할 인물들로 알고 있다. 그 인물들이 시작부터 정치적 스탠스를 드러냈다. 이는 앞으로 MCU 영화가 정치적 목소리를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이는 과거 '엑스맨'에서 드러난 인종차별에 대한 은유보다 더 직접적이다. 앞으로 엑스맨도 MCU에 합류한다고 하니 정치적 메시지는 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7. 결론: '캡틴마블'은 아주 좋은 페미니즘 영화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권할 가치가 충분하다(말하지 않아도 챙겨보겠지만). 그리고 '페미 묻었다'며 이 영화를 등진 일부 관객들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페미라고 다 같은 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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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한국영화에는 프렌차이즈가 없다"는 말을 한다. '멀티유즈'로 팔아먹을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반박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신과 함께'라는 걸출한 프렌차이즈가 태어나고 있다". 확실히 '신과 함께'는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렌차이즈다. 보통의 영화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꽤 다양한 형태로 팔아먹을만 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약하다. 적어도 강림차사나 덕춘이의 피규어를 사서 진열장에 넣어두는 팬들이 생겨야 '프렌차이즈'라는 이름을 붙일만 하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서 '피규어를 구매해서 진열장에 넣어두고 싶은' 콘텐츠가 있긴 할까? 있다면 제보해주기 바란다.

콘텐츠가 강한 나라가 어디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니깐 오래 두고 팔아 먹을만한 이야기를 많이 보유한 국가. 우선 △영미문학의 성지이자 세계 팝음악을 주도했던 영국 △무한한 상상력의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일본 △전세계 문화가 혼재된 이민자의 나라 미국. 이들 나라는 확실히 오래 두고 팔아 먹을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이 글은 영국과 일본, 미국이 어떻게 콘텐츠 강국이 됐고, 어떻게 팔아먹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미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세상'이 돼버렸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냈던) 그들의 시스템은 우리에게도 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다. 


영국, 영문학과 락음악의 거점

영국의 문화점 위엄을 보기 위해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개막식을 보면 된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이 '피터팬'을 낭독하고 하늘에서 '메리 포핀스'가 내려온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배운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템페스트'를 낭독하고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여왕을 의전한다. 미스터 빈(로완 앳킨슨)이 오케스트라 사이에서 개그를 하고 '불의 전차'도 패러디한다. 데이비드 베컴이 성화를 들고 입장하더니 이어서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델과 뮤즈 등 영국의 대표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이 가진 콘텐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이들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를 담기에 3시간은 지나치게 짧지"라고 말할 것이다. 조앤 롤링과 함께 '반지의 제왕'의 저자 J.R.R. 톨킨과 '셜록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 도일도 영국인이다. 뮤지션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헐리우드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배우 상당수는 영국인이다. 이들의 문화적 영향력은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 헐리우드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퀸과 데이빗 보위, 롤링 스톤즈 등 뮤지션들의 영향력은 범 지구적이며 이것은 오아시스와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에 이어 아델, 샘 스미스, 두아 리파 등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세계 대중문화는 물론 젊은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막강하다. 

영국인들에 대해 지금까지 관찰한 습성은, 이들은 꽤 자유분방하고 세련돼있다. 흔히 영국에 대해 '신사의 나라'라고 하지만 딱히 신사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를 볼 때면 온 정신을 다 내려놓고 다소 또라이처럼 군다.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지만 영국 역시 정치적 진영, 세대간의 갈등이 있다. 꽤 많은 갈등을 안고 있지만 예술적으로는 꽤 세련돼있다. 프랑스식 아방가르드나 독일의 초현실주의처럼 지나치지 않고 실용주의적인 트렌드를 고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들의 감각은 전세계 다수의 사람들에게 통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같은 감각은 '해리포터'를 통해 잘 드러난다. '해리포터'의 경우 평범한 일상생활의 이면에 마법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이야기 속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법한 세계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신화적 서사와 달리 소년의 성장기적 서사를 통해 다수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차라리 판타지에 가까운 것은 제임스 본드의 '007' 시리즈였다. 멋지고 무자비한데 친절하기까지 한 이 남자는 사실 존재 자체가 판타지다. 게다가 그 판타지스런 존재를 수십년 동안 끌고 오면서 새롭게 진화시킨다. 물론 중간에 침체기도 있었지만 이 첩보영웅은 그럴만한 원동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일본, 경계가 없는 상상력...무한함에 힘을 싣다

사실 일본은 이 자리에 모시고 애매할 수도 있다. 콘텐츠에 있어 그들의 영향력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망한 부잣집' 정도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듯 일본은 과거의 콘텐츠들로 영광을 재현하며 문화적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90년대 버블경제부터 쌓아온 문화적 역량이 스마우그의 재산처럼 풍성하다. 3대가 아니라 최소 몇 수십대는 우려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대중문화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기반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비롯됐다. 돈이 넘쳐나던 버블 시대에 이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끝내주는 수준의 '아키라'와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왕립우주군' 등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연이어 쏟아냈다. 그런데 이 걸작들이 비단 돈만 쏟아부어서 만들어진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일본의 인재들은 조금 변태같은 면이 있다. 소위 '동인지'라고 불리는 만화들을 보면 "골때린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신나간 상상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하기도 하고 윤리적인 거부감이 들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변태스러움'이 일본 대중문화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상상력에 윤리적 경계를 두지 않음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경계가 없는 상상력은 언제 어느때고 기가 막힌 이야기를 만들 발판을 마련한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만화인 '원피스'와 '포켓몬스터', '명탐정 코난' 등의 애니메이션도 이같은 상상력을 가지고 자란 '변태'들이 만든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은 이것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콘텐츠는 씨가 말랐고 창작자들은 굶주리고 있다. 질 떨어지는 아류작이나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사골들만이 극장가에 걸려있을 뿐이다. 이것은 버블이 꺼지고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데다 제도적 장벽으로 창작자들에게 발판을 맞이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지난해 개봉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자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정작 창작자인 우에다 신이치로의 수중에 들어온 것은 없다고 들었다. 이미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소노 시온 같은 일본의 중견감독들도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에서 누가 일을 하려고 할까?

일본은 성공과 실패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경제적 호황기를 누릴 때는 온갖 지원과 인재육성으로 문화적 중흥기를 맛봤다. 그러나 현재는 불합리한 시스템과 인재를 막는 시스템으로 문화적 명맥이 끊기고 있다. 애시당초 이 글의 목적이 '우리의 대중문화가 발전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시스템이 개판나도 여전히 팔아먹을 콘텐츠가 있다는 것은 처음에 굉장한 것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건담'이나 '포켓몬'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주 많은 콘텐츠다.


미국, 이민자의 나라...'크로스오버'와 재탄생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이 인정하는 '이민자의 나라'다. 아메리칸 인디언이 살던 벌판에 유럽인들이 찾아와 정착했고 전세계의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국가의 역사 자체는 짧지만 다양한 민족들이 몰려들면서 그들의 가치관과 정서, 경제적 역량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 미국의 정체성이 '다민족'인 셈이다. 이 얘기인 즉슨 이들의 대중문화 역시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섞였다는 의미다. 미국 문화의 발판을 마련한 마크 트웨인이나 스콧 피츠제럴드, 어네스트 헤밍웨이 등 작가들을 시작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본격화 된 이후에는 온갖 대중문화들이 뒤섞였다. 초기 작가들이 영문학을 바탕으로 한 작가들이라고 본다면 이것은 영문학의 발판 위에 세계가 섞인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대중문화 역시 '미국인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다. 즉 미국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게다가 이들은 헐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자리잡은 후 막대한 자본으로 화려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세계의 공감을 살 이야기를 엄청나게 큰 돈을 주고 만든다는 의미다. 이것이 오늘날의 헐리우드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의 대중문화를 이야기하면서 마블과 DC코믹스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전세계가 상상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때 헐리우드는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들로 세계를 재패하고 있다. 이들의 시작은 물론 단순했다. ①영웅과 악당이 탄생하고 ②악당이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면 ③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간단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은 점점 파생된다. 힘을 가진 자의 내면에 접근하고 이들의 관계를 통해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히어로물은 '영웅담' 그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슈퍼히어로들을 보면 참 재미있다. 이들 중에는 미국인 히어로가 물론 대다수겠지만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온 히어로들도 있다. WWE 프로레슬링을 살펴보면 이같은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여기 등장하는 레슬러들은 '기믹'(컨셉)이라는 것을 가지고 등장한다. 이것은 미국적인 것도 있고 다른 나라의 것도 있다. 이들의 표현에는 경계나 거부감이 전혀 없다. 

경계가 없음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탄생한 과정에서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탈리아인들이 주축이 됐던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구로사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크로스오버에 익숙한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 '스타워즈'같은 혼종은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는 콘텐츠다. 그리고 이것은 꽤 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라는 나라는 누구나 다 아는 '천조국'이 아니던가. 돈이 되는 콘텐츠에는 언제라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돈 냄새를 맡는 재주도 뛰어나다. 헐리우드는 그렇게 수십년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긴 시간 동안 이들이 쌓아온 노하우는 결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없는 것

전세계의 영화 시장에서 한국이 갖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2003년 르네상스 시기 이후 한국영화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이미 그것은 16년 전의 일이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 중견 감독들이 일궈낸 중흥기는 이미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영화에는 르네상스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인재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을 담을 그릇은 여전히 빈약하다. 좋은 이야기와 아이디어는 투자자들에 의해 괴상하게 손질당하고 오지랖 넓은 '일부 관객'들은 섣부른 판단과 별개의 목적으로 여론을 선동한다. 어느 영화시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영화시장 역시 험난한 장애물을 안고 있다(그래도 현재 일본의 영화시장보다는 나은 편이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자).

그런데 이런 대외여건과 별개로 한국의 콘텐츠에서 부족한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미 답은 앞선 세 나라의 이야기에서 다 나왔다. 우리의 영화와 만화에서는 소위 '피규어를 팔아 먹을만한' 것이 없다. 그 얘기는 결국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영화 중 프렌차이즈에 가장 근접한 '신과 함께' 역시 피규어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 이는 한국영화의 캐릭터들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야기에 있어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마블이나 DC의 영화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들이 소위 '유니버스'를 만들고 이야기를 끝도 없이 파생시킬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힘 때문이다. 마블, DC 뿐 아니라 중국의 '삼국지', 일본의 '건담' 등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팔리는 것은 개성 강하고 매력있는 캐릭터들이다. 

잘 팔리는 캐릭터를 만들더라도 그것이 시장에 온전히 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오래전 드라마 '미생'이 탄생할 당시, 이 이야기는 처음에 공중파 방송사로 향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중파의 관계자들은 "러브라인이 없다"며 드라마를 고사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케이블 채널인 tvN으로 향했고 전설적인 드라마가 됐다. 아마 드라마 시장이 공중파에서 케이블·종편으로 넘어간 것은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소위 '꼰대질'하는 고위 관계자들이 없는, 젊은 감각의 방송사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중파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넷플릭스가 그 역할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과 함께 창작자들의 실험을 존중한다. 새로운 콘텐츠를 내세우는데 두려움이 없다. 그들은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만들면 누군가는 본다"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한국의 대중들은 집단적이다. 소위 '엑스세대' 이후 생겨난 '젊은 세대'들은 "난 나야. 내 개성이 중요하지"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집단적인 교육을 받은 탓에 '개성'을 찾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튀는 짓 하지 마라"는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받아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호를 찾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나이 40 넘어서 아이돌이라도 좋아했다가는 "그 나이 처먹고 쯧쯧" 소리 듣기 쉽상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한국의 관객들은 장르영화를 보는데 주저함이 있다. 예술영화를 챙겨보면 그 사람은 지적 가치가 높아보이지만 장르영화를 챙겨보면 취향이 싸구려인양 취급받는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대단히 일리가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해외 장르영화들은 극장 문턱을 밟기가 대단히 어렵다. 대부분 IPTV 시장으로 직행해 소수의 관객들만 만날 뿐이다. 


나는 한국의 관객들이 모두 높은 지적 수준으로 예술영화만 챙겨볼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호가 있지만 튀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다수의 대중들이 찾는 취향으로 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인랑'이 재밌었어"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너 취향이 이상하구나"라고 답할 수 있다. 설령 그렇게 답하지 않더라도 그런 대답을 두려워해 취향을 말하길 두려워한다. 결국 우리의 영화와 대중문화가 살아남는 것은 관객의 손에 달렸다. 창작자들은 영화에서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 뭔지 고민해야 하고 대중들은 '내가 사고 싶은 것'에 더 당당해져야 한다. 

사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앞서 말한 '신과 함께'나 '마음의 소리' 같은 웹툰은 콘텐츠 시장의 희망처럼 떠오른다. 이것은 분명 팔아먹을 여지가 충분하며 익명의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소비되는 콘텐츠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다. 웹툰 작가로 성공하는 일은 어렵지만 시장으로의 진입은 대단히 자유롭다. 몰락한 일본의 대중문화 시장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붙잡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 역시 "마블 없으면 어쩔뻔 했냐"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아마 한국영화가 붙잡아야 할 명맥은 웹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콘텐츠가 강한 나라인 영국이나 일본, 미국은 팔아먹을 캐릭터가 많은 나라다.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이 크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유로운 사고로 이들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은 그 자체로써 콘텐츠 위에 군림하지 않고 콘텐츠를 돕는 역할을 한다. 막대한 자본은 캐릭터가 탄탄한 이야기를 일회성으로 소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캐릭터가 탄탄한 콘텐츠 △그런 콘텐츠를 생산·소비할 수 있는 환경 △콘텐츠 자체를 존중하는 자본이다. '뽀로로'와 '로봇카 폴리' 같은 어린이 콘텐츠가 어떻게 잘 팔리게 됐는지는 영화시장에서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추신) 솔직히 이순신 장군이나 로보트 태권브이 피규어는 꽤 팔릴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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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기자간담회를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다고 했을때 "아...여기서 묵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포시즌스 호텔도 좋기야 당연히 좋겠지만 기왕 행사장 가까운 강남 쪽에 묵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이럴때 롯데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일했다면 시그니엘 서울에라도 방을 내주지 않았을까 싶다(가만 보면 롯데도 참 일 못한다).

2. 아무튼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 덕에 찾아가긴 편했다. 대신 그랜드볼룸 로비가 좁아서 정신산만한 감도 있었다. 

3. 일단 입장을 해서 대기하는데 (매우 당연하게도) '어벤져스:인피니티워' 예고편을 계속 틀어준다. 시작하고 공식적으로 또 틀어준다. 원없이 본 것 같다. 

4. 폼 클레멘티에프가 한국계인건 처음 알았다. 게다가 그 이름 '폼'도 한국말 '봄'에서 가져온 것도 처음 알았다. 

5. 톰 히들스턴이 처음에 한국말 할 때 "로키 와쪄염 뿌우~" 하는 줄 알았다. 어눌한 한국말이 유난히 귀여웠다. 

6. 솔직히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처음 알게 됐을때 "여자들이 저 노각을 왜 좋아하는거지?"라고 생각했다. 막상 만나서 목소리 들어보니 이유를 알게 됐다. ...젠장, 나도 그 목소리에 치였다.

7. 주로 베니의 중후한 목소리 다음에 톰 홀랜드의 까불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상한 대목에서 갭모에가 느껴졌다.

8. 톰 홀랜드가 스포대마왕이라 뭐하면 마이크를 꺼버리기로 한 모양이다 ㅋㅋㅋㅋ 다행히 마이크는 꺼지지 않았다. 

9. Q&A 순서를 어떻게 한건지 모르겠는데 옴짝달싹도 못하고 끝이 났다. 뭐 딱히 할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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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랙팬서' 직전에 본 마블영화인 '토르:라그나로크'에 대해 꽤 만족하면서 봤다. 평소 마블의 이야기에 대해 '과학적 가능성이나 설득력도 없는, 말도 안되는 판타지 영화'라는 생각을 가진 입장에서 이토록 말도 안되게 찍은 것은 대단히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말도 안되게 찍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솔직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라그나로크'를 좋아한다. 마블영화 중 '라그나로크'와 반대방향에 서있는 영화는 단연 '윈터솔져'라고 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음모론을 끼얹어서 꽤 그럴싸하게 만든 영화였다. '윈터솔져'에 대해 나는 '너무 진지하게 만들어서 마블 아닌 것 같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2. 어차피 말도 안되는 마블의 세계관에 '블랙팬서'는 또 다른 말도 안되는 영화였다. '블랙팬서'는 외계에서 온 운석(비브라늄)으로 세계 최대의 부(富)를 축적한 '세계 최빈국' 와칸다의 국왕 티찰라(채드윅 보스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일단 배경부터 마블영화답게 말이 안된다. 영화를 만든 사람은 라이언 쿠글러다. 그의 영화 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본 기억이 난다. 꽤 흥미로운 영화였으며 무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영화다. 이 현실적인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 마블의 블록버스터를 만든다고 한다. 결국 라이언 쿠글러의 '블랙팬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재탄생해버렸다. 

3. 영화의 시작은 1992년 L.A다. 아주 어린 시절인 그때의 뉴스를 기억해보자면 인종폭동이 발생했던 해였으며 한인타운의 한국인들은 스스로 폭동 세력에 저항해 재산을 지켰다. 그러니깐 인종차별이 극에 달하던 때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시대에 티찰라의 아버지 티차카 국왕의 동생 은조부(스터링 K.브라운)는 L.A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형과 달리 급진적인 운동가로 흑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력저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의 갈등은 아들 세대에 와서 티찰라와 에릭 킬몽거(마이클 B.조던) 사이에도 이어진다. 즉 '블랙팬서'의 가장 큰 갈등 축은 흑인들의 온건파 리더격인 티찰라(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와 급진파 리더를 지향하는 킬몽거인 셈이다. 

4. 두 사람의 갈등은 꽤 낯이 익다. 돌연변이의 권리를 위한다는 큰 뜻은 같지만 대응 방식이 달랐던 두 사람.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벤더)를 연상시킨다(아무래도 이런 갈등이 흑인사회 내부에서도 정말 존재하는 모양이다). '엑스맨'의 재미를 주는 가장 큰 축 중 하나인 두 사람의 갈등은 '친구'와 '적'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에서 온다. 그에 비하면 티찰라와 킬몽거의 대립은 극단적이다. '블랙팬서'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둘을 친구로 만들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흑인의 운명이 아니라 인류의 운명이 달린 싸움이기 때문이다. 

5. 킬몽거의 캐릭터가 꽤 매력적이다. 마블 최고의 매력덩어리 로키(톰 히들스턴)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인물처럼 드라마가 넘치는 캐릭터다. 극단적인 분노도 있고 그리움과 애절함도 있다. 영화는 킬몽거의 여러 얼굴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엑스맨'을 보면서 에릭에게 설득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킬몽거에게도 꽤 설득당할 수 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티찰라보다 킬몽거가 더 매력적이었다. 단지 킬몽거와 로키를 비교해봤을때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킬몽거에게는 유머감각이 없다는 점이다.

6. 사실 '블랙팬서'는 마블영화답지 않게 전체적으로 유머감각이 없다. 티찰라를 보면 간혹 "브루스 웨인인가?" 싶을 정도로 혼자 대단히 심각하다. 게다가 킬몽거도 대단히 진지하다. 그렇다면 대체 이 영화에서는 누가 유머를 담당해야 할 지 궁금해진다. 크리스 록의 느낌도 나는 다니엘 칼루야도 진지하다(이 이야기에서 제일 진지하다). 개그를 시도하는 캐릭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슈리, 음바쿠). 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다 보니 이들 두 인물의 유머는 마치 장례식장에서 농담하는 것처럼 민망해진다. 

7. 킬몽거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단히 많다. 티찰라의 친구 와카비(다니엘 칼루야)나 왕의 근위병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티찰라의 연인 니키아(루피타 뇽) 등. 캐릭터 보는 재미가 넘친다.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블랙팬서'는 마블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MCU의 기존 캐릭터들과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랙팬서'의 모든 캐릭터 중 다른 MCU에 등장했던 캐릭터는 에버렛 로스(마틴 프리먼)가 유일하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독립된 하나의 영화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다른 MCU 영화 아무것도 안보고 '블랙팬서'만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8. 결론: 마블 영화를 보면서 흑인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블랙팬서'는 1992년의 흑인폭동에 대한 내부적인 반성과 함께 앞으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흑인사회에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시대에서 강압적이고 노골적인 인종차별 기조가 풍기는 가운데 '블랙팬서'는 트럼프의 칼에 칼로 맞서는 대신 "저 미개한 백인 뚱땡이를 사랑으로 보듬어줘라"고 충고하는 듯 보인다. '블랙팬서'는 약간 다른 의미의 '엑스맨' 정도로 봐도 될 듯 하다.


추신) 그래도 마블영화라고 쿠키영상에서는 MCU와 연결고리를 유지한다. 근데 쿠키영상의 그 캐릭터, 복장도 그렇고 여성팬들 심쿵하게 만들 느낌이다. 뭐랄까...갓 샤워하고 나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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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블 만화책에서 '라그나로크'라는게 뭔지 대충 들은 기억이 난다. 뭐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존나 개빡세고 어마어마한 대재앙' 정도인 모양이다. 실제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세계 종말의 날이라고 한다. 어쨌든 토르 시리즈 중 가장 어마어마하고 빡센 전투가 벌어지려는 모양이다. 예고편이 나오기 전만 해도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런 '대재앙'같은 영화를 예상했다. 그런데 예고편이 등장하자 다소 당혹스러워지기 시작했다. 8비트 전자게임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에 뭔가 되게 신난다. 아스가르드가 박살 날 대재앙이라고 하는데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신나 보인다. 그런 우려 아닌 우려를 가지고 '토르:라그나로크'를 접했을 때 알게 됐다. ...예고편의 신남은 영화의 1/10 수준이라는 것을...

2. 이 영화를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였다. 수많은 마블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오싹하게 봤던 영화였다. '퍼스트 어벤져'에서 그 같잖던 '하이드라'가 무시무시하고 현실적인 모양새를 갖춘게 무서웠다. 졸라 박사(토비 존스)의 브리핑(시간끌기)이 이어질때는 정말 저런 단체가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라그나로크'는 그 반대다. 영화 초반에 헬라(케이트 블란쳇)가 묠니르를 박살내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로키(톰 히들스턴)를 한방에 보내버릴때만 해도 아스가르드에 대재앙이 닥쳐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는 아스가르드의 비극에 집중하는 대신 토르와 로키, 그랜드마스터(제프 골드브럼), 헐크(마크 러팔로)가 얼마나 웃겨줄지에 집중하고 있다. 

3. 토르의 팀 '리벤져스'(?)가 헬라와 싸우기 전까지는 어쨌든 웃기다. 헐크의 "흥칫뿡"도 웃기고, 토르와 헐크의 말싸움도 웃기다. 생각보다 똑똑해진 토르도 웃기고, 토르의 '스탠리 디스'도 웃기다(미친 영감탱이). 특히 감독이 직접 연기한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는 '드래곤볼'의 '미스터 사탄'같은 존재감을 준다(?!) 껄껄대며 웃다보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라그나로크'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종말이란 말이다. 영화의 중반이 지나도 헬라의 큰그림이 무시무시하다거나 그녀가 얼마나 악랄한 인간인지 보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데리고 다니는 '집행자'라고는 영화 내내 어리버리한 스컬지(칼 어반) 뿐이다. 

4. 중반이 지나고 토르와 헬라의 대결이 시작돼야 헬라의 위엄이 등장한다. 사실 이때쯤 되면 토르와 '리벤져스'의 개그는 다 했다. 정말 적당한 타이밍에 끊고 '멋짐'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토르와 로키, 헐크 모두 멋있다. 헤임달(이드리스 엘바)도 멋지고, 특히 발키리(테사 톰슨)는 뭔데 이쁘고 멋진지 모르겠다(덕통사고?). 어쨌든 영화는 시종일관 웃기다가 적잘한 타이밍에 멋지고 비범해진다. 흡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을 연상시킨다. 아마 토르와 '리벤져스'들에게 조금의 불량함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가오갤1'보다 더 끝내주는 영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토르(오딘의 아들)다. 

5. '라그나로크'의 가장 큰 특징은 '디스코美'가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다. 일단 OST도 신시사이저가 가미된게 7080 디스코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토르고 추락한 샤아카르 행성의 분위기나 그랜드마스터의 취향도 8비트 디스코 감성이다. 작정하고 디스코로 가겠다는 심산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올드팝 감성과는 다른 느낌이다. '가오갤'이 클래식 우주영화의 느낌이라면 '라그나로크'는 8비트 전자오락에 가깝다. 아예 오락처럼 즐기라는 의도인 모양이다. 

6. 이쯤되면 '라그나로크'가 왜 '세계의 종말' 앞에서 그토록 웃기려고 드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가오갤2'가 저지른 실수도 파악하게 된다. '윈터솔져'나 '시빌워'는 관객들이 사는 지구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그만큼 관객에게 충분히 체감하게 할 수 있는 배경과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마음 먹고 진지하게 만들 경우 관객들이 충분히 체감하게 할 수 있다(물론 몹시 진지한 스티브 로저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반면 '라그나로크'나 '가오갤'의 경우 겁나 먼 우주에서의 이야기다. 무슨 짓을 해도 섣불리 관객이 체감하기 어렵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영화의 비장함과 이야기는 유지하되 한바탕 즐기고 가라는 의도로 보인다. 어차피 마블 영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세상에 말하는 너구리가 어디 있다고...

7. 결론: '가오갤'을 즐겼던 관객이라면 '라그나로크'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거라 예상된다. 물론 많은 것이 변화한 대목은 다소 적응이 안 될 수 있겠지만, '시빌워'도 그렇게 변하지 않았던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도 이제 말년인 모양이다. 


추신) 아래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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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라그나로크'는 일어난다. 이 영화에서 라그나로크는 마치 '아이언맨3'의 만다린과 같은 존재다. 그리고, 쿠키영상에 그 대빵만한 우주선은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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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파이더맨:홈커밍'은 어쩌면 굉장히 난처한 조건에서 선보인 영화일 수 있다. 이 영화는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마블유니버스와 '시빌워'의 후광을 업고 있지만 샘 레이미와 마크 웹이 만든 '스파이더맨'의 잔상을 안고 있다. '시빌워'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과 비교를 당해야 하는 처지다. 어쩌면 이 영화는 MCU에서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한 영화일 수 있다. 

2. 뚜껑을 열고 본 '홈커밍'은 상당한 '어린이용 영화'다.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나이도 이전보다 한결 어려졌고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철이 없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갈등이 딱 사춘기 소년스러운 생각에서 시작된다. 피터 파커는 '시빌워'에서 어벤져스와 함께 싸우게 된다. 이후 자신이 대단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 피터는 멘토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인정받길 원한다. 하지만 토니는 피터가 학교생활에 충실하길 바라며 그를 내버려둔다. 당연히 몸이 근질근질한 피터는 토니에게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문제는 커진다. 

3. 피터는 의욕 넘치고 철없는 10대다. 그리고 토니는 피터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를 잡으려 한다. 이 두 명제만 가지고 '홈커밍'은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사춘기 소년과 멘토의 이야기라면 이전보다 한결 전형적인 '10대의 성장드라마'가 완성이 된다. '홈커밍'은 이전의 '스파이더맨'보다 더 어린 아이의 성장드라마다. 

4. 이렇다보니 '홈커밍'은 모든 것이 이전보다 가벼워진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짐을 맡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도 지구멸망이나 테러같은 거창하고 잔인한 계획을 가진 자가 아니라 기껏해야 '털이범'이다. 사람이 죽는 많은 장면은 생략됐고, 실제로 죽은 사람도 적어보인다. 피터에게 닥쳐오는 가장 큰 시련도 기껏해야 수트를 반납당하는 정도고 해리 오스본만큼 고민 많고 어두운 친구도 등장하지 않는다. 진지해질만한 꺼리는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5. 물론 '홈커밍'이라고 고민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딱 고민없이 사는 사춘기 소년이 할만큼의 고민만 하고 있다. 그래서 그 고민이 그리 진지하게 보이진 않는다. 이처럼 가벼워진 '홈커밍'은 그 빈 부분을 액션과 유머로 채워넣는다. 역대 '스파이더맨' 중 웃을 부분이 제일 많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6. 유머러스하고 현란한 마블영화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딱 하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10대'를 너무 전형적인 틀로 보려 한다는 점이다. 사실 '홈커밍'과는 맥락이 다른 영화지만 '주노'(2008)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미 10년전, 미국의 아주 어린 10대 소녀는 '임신'이라는 최대 난제를 겪으며 어른으로 한뼘 더 성장했다. 아이는 어른이 보는 시선보다 훨씬 다양한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낀다. 그런 아이에 대해 '홈커밍'은 '어른이 생각하는 아이'의 전형적인 틀 안에서 표현한다. 피터 파커를 조금 더 특별하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이 영화는 결국 가장 전형적이고 재미없는 방법으로 아이를 표현한다. 보통 '재미없는 성장'은 어른의 틀 안에서 본 아이일 때 그려진다. 마치 '교과서처럼 자란 아이'의 느낌이다. 

7. 이 '결정적인 장애'를 제외한다면(혹은 의식하지 않는다면) '홈커밍'은 꽤 훌륭한 오락영화다. 이 영화의 국내 등급은 '12세 관람가'다. 내 의견은 '전체 관람가'를 해도 될 것 같다. 그정도로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교과서적인' 영화다. 영화의 교과서가 아니라 도덕교과서를 말한다.

8. 결론: '마블 히어로의 세대교체'라고 표현은 했는데 이런 식의 어린 아이라면, 피터 파커가 다 클때까지 마블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할 지경이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우쭈쭈해야 할 정도로 귀여운 영화가 나왔다. 


추신) CGV청담씨네시티 4DX 초간단 리뷰

1. 지금껏 가 본 영등포, 여의도, 상암, (舊)용산 등의 4DX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뭔가 고급지고 시야가 탁 트이는, 안락한 4DX관이다. 

2. 살수나 스모그, 번개 등 4DX의 부수적인 효과들이 한결 정성껏 쏟아진다. 막말로 다른 관 4DX와는 물 튀는 양부터가 다르다. 진짜 비 새는 줄 알았다. 

3. 목 뒤로 뿜어져 나오는 온풍은 정말 식겁했다. 4DX관은 바람효과 때문에 보통 춥다. 추울때쯤 나오는 온풍이 뒷목을 뜨뜻하게 해줬지만 나중에는 좀 더웠다. 누가 목 뒤에서 헤어드라이기 켜고 그대로 대는 줄 알았다. 

4. 아무리 화려한 효과가 즐비해도 '홈커밍'은 4DX 효과를 마구잡이로 때려부을 만한 영화가 아니다. 청담씨네시티 4DX관을 가더라도 다른 영화로 가는게 나을 것 같다. ...'홈커밍'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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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 차고 넘쳐서 정리도 안되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영화들 중 '가디언즈오브갤럭시'는 꽤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영화다. 아직까지 마블의 다른 캐릭터들과 만난 적이 없는 이 캐릭터들은 다른 영화들과 유기적인 관계가 없이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다른 영화를 염두해 둘 필요없이 오직 이 영화에만 집중해도 된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앞으로 그렇게 될 날도 머지 않았지만 '가디언즈오브갤럭시'는 MCU의 모든 영화들 중 가장 독립된 위치에 서 있다. 


2. '가디언즈오브갤럭시2'의 독립성은 쿠키영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마블영화 특유의 쿠키영상은 다음 영화, 혹은 앞으로 일어날 일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그 때문에 이 세계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쿠키영상을 보자마자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마블의 세계관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무려 4개나 되는 '쓸데없는' 쿠키영상을 깔아둔 '가디언즈오브갤럭시2'의 베짱은 칭찬할만하다(아담 워록은 또 뭐냐). 아마 '가디언즈오브갤럭시'의 가장 큰 매력은 '독립성'에 있을 것이다. 


3. 이것을 제외한 다른 매력을 알아보자면, 유쾌한 감성을 솔솔 자극하는 올드팝에 있다. 이번에도 '끝내주는 음악 Vol.2'는 좋은 노래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개그감각 살아있기로 소문난 마블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디언즈오브갤럭시2'의 개그감각은 손에 꼽힌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화려한 볼거리와 흥미진진한 우주활극도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4. 모든 것이 적당한(혹은 끝내주는) 오락영화가 됐을뻔한 '가디언즈오브갤럭시2'는 단 하나의 심각한 문제점을 남긴다. 사실 '수어사이드스쿼드' 못지 않은 나쁜놈들의 집합체인 '가디언즈오브갤럭시'가 갑자기 따뜻한 가족이 돼버린 것이다. 잘 살펴보면 이 무리들은 도둑(스타로드)과 사기꾼 겸 도둑(로켓), 눈치없는 폭력배(드랙스), 암살자(가모라), 나무(그루트)가 어우러진 집단이다. 스펙으로 따지면 '수어사이드스쿼드'에 밀리지만 우주에서 나름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의적' 수준의 일당들이다. 그들의 행적은 전편을 통해 잘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의적'들이 속편에서 갑자기 가족의 끈끈한 정을 느끼는 따뜻한 사람들로 변모한 것은 썩 적응이 되지 않는다. 


5. 히어로판 '러브액츄얼리'인 '수어사이드스쿼드'를 보면서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시리즈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원래 그렇게 사랑이 많은 친구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디언즈오브갤럭시'는 유쾌한 사고뭉치 나쁜 놈들로 알고 있었다가 갑자기 따뜻한 가족이 된 것이다.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며 '가디언즈오브갤럭시'에게 기대한 부분도 아니다.


6. 아무래도 이 '적응 안되는' 가족관계는 베이비그루트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막강한 전투력을 과시하던 그루트가 아기가 돼 벌벌 떠는 모습부터 목이 메이기 시작한다(슬퍼서 메인게 아니라 답답해서 목이 메인다). 총 들고 다니는 가모라(조 샐다나)도 적응이 안되고 욘두(마이클 루커)와 로켓(브래들리 쿠퍼)은 언제부터 그리 친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스타카르(실베스터 스탤론)는 뭐하러 나왔는지 궁금하고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적응이 안된다. 


7. 영화를 자주 본 관객들은 '신파'라는 코드를 굉장히 불편해한다.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은 '부산행'도 한국에서는 "신파가 과해서 보기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 생각에 진짜로 신파가 과한 영화는 바로 '가디언즈오브갤럭시2'다. 제임스 건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생각해봤다. 그의 작품 중 꽤 좋아하는 히어로물인 '슈퍼'를 보면,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고 인정사정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살벌한 영화를 선보인다. 아마 '가디언즈오브갤럭시2'와 '슈퍼'를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8. 물론 이 영화에도 꽤 악취미스런 부분은 있다. 테이저페이스가 라바저 무리를 장악한 후 욘두 세력을 처형할때나 욘두와 로켓의 재탈환 장면, 괴롭힘 당하는 그루트 등은 꽤 무시무시한 장면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러한 '악취미'는 훈훈한 가족애에 모조리 묻혀버렸다. '나쁜 영화'가 돼야 할 '가디언즈오브갤럭시2'는 나쁜 장면이 있음에도 '착한 영화'가 돼버린 것이다. 


9. 결론: 미국영화의 이단아에 가까웠던 트로마스튜디오의 제임스 건이 메인프레임에 진입하면서 시스템에 순응해버렸다는 인상을 준 영화다. 적어도 1편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반항아의 기질조차 꺾여버린 기분이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트로마 시절의 그 반항적 감성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R등급으로...



추신) 그래서...진짜 아담 워록은 뭐냐...MCU에 나오겠다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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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순간 '마블 영화'는 작품 각자가 '독립된 영화'로 보이지 않고 '초대형 드라마'의 에피소드 정도로 보인다. 그러니깐 "전편을 보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 돼버렸다. '시빌워' 보면서 이런 걸 꽤 느꼈던 것 같다. 취향의 차이지만 '독립된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식의 전개는 영 불편할 따름이다. 


2. '닥터 스트레인지'는 확실히 '새 판을 짠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판을 벌렸고 '시빌워'에서 파토가 났으니 이제 새 판을 짤 필요가 있다. 그 선봉장이 '닥터 스트레인지'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닥터 스트레인지'의 전개는 '첫번째 판'을 이끈 '아이언맨'과 닮아있다. 


3. 일단 이야기는 서양의 현대과학(의학)이 동양의 신비에 빠져드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다. 여기서 '동양의 신비'라고 나오는 부분은 '서양인이 상상하는 동양의 신비'로 디테일이 그리 살아있진 않다(일단 네팔의 '카마르 타지'에서 쓰는 말이 죄다 영어다). 애시당초 이런 디테일은 포기하고 봤지만 확실히 '산으로' 더 멀리멀리 떠나버린 기분이다. 


4. '도르마무'라는 빌런(?)이 등장한다. 보는 내내 '판타스틱4:실버서퍼의 위협'에 등장하던 그거 생각이 났다. 돌이켜 보면 걔가 좀 더 '영화같이' 생겼던 것 같다. '도르마무'라는 녀석은 참 만화같이 생겼다. 만화가 원작이기는 하다만...


5. 매즈 미켈슨이라는 좋은 배우를 데려다 이거 밖에 못했나 싶다.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빌런이랑 싸우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는게 더 많다(원래 그런 이야기인가). 


6.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이 시공간이 왜곡되는 장면인데, 이것은 상당히 잘 만들었다. 혹자들의 말대로 '인셉션'을 뛰어넘는 화려한 비주얼이다. 이 장면 때문이라도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려면 3D로 봐야 할 것 같다(4D는 정말 멀미할지도 모르겠다).  


7. 유머감각은 여전하다. 특히 스티븐 스트레인지과 크리스틴 팔머(레이첼 맥아담스)의 케미가 좋다. 하지만 유머씬에서 하드캐리는 역시 '망토'다. 이 친구가 거의 '자비스'급의 씬스틸러다. 그리고 스콧 앳킨슨도 나온다. ...나오긴 나온다.


8. 결론: 생각해보니 마블의 원조 아재 '토니 스타크' 자리를 뉴(New) 아재 '스티븐 스트레인지'로 바꾼 것 같다. 어쨌든 곧 돌아온다(Will Return)고 하니 돌아오겠지.



(※ '추신'에 스포일러)



추신1)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는 악역임? 


추신2) 레이첼 맥아담스 광대에 '사마귀(?)' 뭐 그런거 있는 거 처음 알았네요. 


추신3) 닥터 스트레인지랑 스칼렛 위치랑 싸우면 누가 이겨여?


추신4)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시 돌아온다는게 '토르:라그나로크'인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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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마블의 기세가 무섭다. 몇 년 전부터 무서웠는데 더 무서워졌다. 이제 DC에 디즈니 애니메이션까지 가세했다. 한때 헐리우드 위기설도 잠깐 있었지만 헐리우드는 "위기? 놀구 자빠졌네"라며 그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무튼 돈만 쥐어주면 또 다른 지구라도 만들어 낼 기세다(이미 만들기도 했다). 이 무시무시한 장악력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본다 한들 따라가기도 벅찰 것이다. K-POP이니 한류니 하지만 국가의 '꼰대력'으로 양성한 이런 문화콘텐츠들이 얼마나 생명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그렇다, 이 글은 이미 늦은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남아있는 몇 개의 상영관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발악' 내지는 '몸부림'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상업영화 시장이 얼마나 개판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 글은 올해 극장가에서 파괴력을 자랑하는 몇 개의 영화에서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주토피아'나 '캡틴 아메리카:시빌워', '데드풀', 그리고 만만치 않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배트맨 v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등이 있을 것이다. 모두 극장가에서 한 몫 단단히 챙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다. 이들에게는 명백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사실 캐릭터가 강한 콘텐츠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재미있는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됐고 상품이 됐다. 저패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고 오랫동안 재생산되기도 했다. 그 저력을 지금 헐리우드가 보여주고 있다. 오래전 저패니메이션보다 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돈을 쓸어모으고 있다. 그러니깐 우리가 이 글에서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헐리우드 영화에는 그렇게 기가 막힌 캐릭터들이 등장하냐"는 것이다. 




'캐릭터'의 힘은 곧 프렌차이즈의 힘으로 이어진다.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여려 편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으로 이어진다. 한 예로 '에이리언'의 최강 숙적인 '에이리언 vs 리플리'는 많은 영화팬들의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수십년간 이 콘텐츠는 재생산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은 그 옛날 '에이리언 vs 리플리'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가능케 한다. 이는 '스타워즈'에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는 끊임없이 만들어지면서 기술의 발전을 고스란히 입었다. 70년대의 '스타워즈'에서 표현하지 못하던 것이 2016년에는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술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프렌차이즈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통성과 진화가 함께 보여져야 한다. 프렌차이즈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전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임파서블' 1편은 스릴러와 반전이 돋보이는 첩보 느와르 물이었다. 하지만 2편은 여기에 부족한 '액션'을 보완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3편은 전편에서 부족했던 스릴러를 보완하면서 액션의 재미까지 찾아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역시 1편에서 조금 남아있었던 팀 버튼의 향기를 완전 걷어내고 2편의 '다크나이트'를 만들어냈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과 '다크나이트', '에이리언'을 모두 지탱했던 건 모두 '캐릭터'의 힘이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 배트맨(크리스쳔 베일), 리플리(시고니 위버) 등 수십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캐릭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캐릭터 외에 프렌차이즈를 이끄는 동력이 이렇게나 많다. 캐릭터는 일종의 얼굴마담과 같다. 영화의 전면에 서 있는 주인공이고 상품이 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이 '캐릭터'다. 




올해 극장가를 휩쓴 헐리우드 영화들 '시빌워', '주토피아', '데드풀'은 모두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다. 만화책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도 있고 온전히 스스로 탄생한 캐릭터도 있다. 그런데 뭐가 됐건 이 캐릭터들은 저마다 매력이 차고 넘치는 녀석들이다('배트맨 v 슈퍼맨'도 어떻게 집어넣어보자). 이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매력이 있을까? 그것을 알아보는 작업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늦었다'. 그래도 해보자. 그 잘난 캐릭터들의 매력이 너무 궁금해서라도 이 작업은 해봐야겠다.


마블 영화 속 캐릭터는 모두 스탠 리의 작품이다. DC의 완전무결한 슈퍼히어로에 비해 엄청난 힘을 가져도 불완전한, 인간에 가까운 히어로를 만들자는게 마블의 의도다. 그 탓에 마블의 히어로들은 강해보이지만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다. 돈 많고 잘 생겼지만 재수없는 꼰대인 토니 스타크라던지 슈퍼파워를 가졌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브루스 배너, 역시 슈퍼파워를 잘 생겼지만 또래 10대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심지어 다소 왕따기질도 보이는 피터 파커 등. 초능력만 가졌지 우리 주변의 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들에서도 마찬가지다(그들 모두 스탠 리의 자녀들이니). 


대중은 완벽한 캐릭터를 동경한다. 하지만 거기에 호감을 갖고 동화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SM엔터테인먼트의 스타들은 잘 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춘다. 하지만 SM의 스타 마케팅은 대중친화적인 스타가 아닌 별세계 사람에 가깝다. 그 옛날 H.O.T와 S.E.S가 그랬고 지금 엑소도 그렇다. 물론 요즘은 많이 대중친화적으로 변했다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서 그들은 '별 세계 연예인'들이다(엑소 애들 초능력 쓸 때부터 알아봤다). 반대로 마마무라는 걸그룹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노래실력과 끼를 갖췄지만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흥에 넘치는 20대 처자들의 모습을 소탈하게 보여준다. 그 덕에 팬들은 마마무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물론 엑소보다 마마무가 더 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 팀 모두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고 팬들의 호감을 가져오는 자신들만의 매력이 있다. 두 팀의 차이라면 '저 하늘 위의 별'같은 스타와 '옆 집 언니'같은 스타의 차이 일 것이다. 이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DC와 마블의 차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친근함은 순수 창작캐릭터인 '주토피아'에서도 빛이 난다. 애초에 '말하는 동물들'이라는 이질적인 캐릭터들이지만 닉과 주디는 치밀한 관찰을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이것은 토끼와 여우라는 동물의 습성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매력적인 남캐, 여캐에 대한 상상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란 썩 현실적인 멋은 없지만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 혹은 젊은 애들 보는 잡지책에서 나왔을 법한 '이상형'에 대단히 부합한다. 이들 캐릭터의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부분은 이들이 처한 현실에서 드러난다. 그러니깐 '주토피아'는 지극히 이상적인 캐릭터들이 풀어가는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데드풀'의 경우에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데드풀'의 이야기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편이다. 주인공이 어떤 위기에 처하건 관객은 느긋하게 이야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를 걷어내고 보면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굉장히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암을 고치기 위해 연인 몰래 떠났지만 그곳은 끔찍한 고문을 통해 인간병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고 겨우 살아돌아왔지만 흉측한 몰골이 돼서 연인에게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생각만 해도 그보다 비극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진지해질 수 있는 상황을 '데드풀'은 강한 웃음코드로 넘긴다. 이것은 '데드풀'의 성공요인이 되기도 한다. 


성공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꼭 웃길 필요는 없다. 가장 성공한 한국영화인 '명량'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는 등장한다. 그러나 이순신(최민식)은 재밌는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배트맨 v 슈퍼맨'의 캐릭터들만큼 지나치게 진지하다. '배트맨 v 슈퍼맨'은 한국시장에서 실패를 거뒀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이런 진지함을 상쇄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유머코드가 없어도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바로 '애국심'이다. 이순신 장군의 배가 왜군을 물리칠 때 관객에게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는 한국인에게 내재된 애국심을 건드린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량'은 한국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3부작'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앞서 말한대로 캐릭터의 힘은 프렌차이즈로 이어진다. 프렌차이즈가 있는 것은 영화산업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현재 한국영화에 실종된 여러가지 중 하나를 찾아보라면 바로 '프렌차이즈'다. 우리에게도 프렌차이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여고괴담'이나 '공공의 적'같은 프렌차이즈 기획이 있었고 비록 실패했지만 '투캅스'같은 프로젝트도 있었다. 물론 '여고괴담'과 '공공의 적'은 모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한국영화를 돌이켜봤을때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찾아본다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최근 '태양의 후예'라는 성공적인 캐릭터를 가진 콘텐츠를 만났다. 한국과 중국에서 제대로 터진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무뚝뚝하고 몹시 바쁘지만 매력있는 캐릭터로 여심을 제대로 공략했다. '태양의 후예' 뿐 아니라 드라마를 중심으로 '좋은 캐릭터'의 명맥은 이어지는 편이다. '응답하라 1988'의 정환(류준열)이라던지 택이(박보검),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조진웅) 등 매력있는 캐릭터는 작품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영화에서도 나타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우리가 '시빌워'같이 압도적인 영화는 가지지 못하더라도 주디 홉스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한국영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보다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 캐릭터가 없이 기술만 발달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7광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추신) 좋은 캐릭터의 조건은 그것이 상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뉠 수 있다. 한국영화의 캐릭터 중 상품성이 있는 캐릭터, 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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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반가 2016.06.08 17:4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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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하이 2016.06.08 17:4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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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logIcon 커피한잔 2016.06.08 17:4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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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ogIcon 겨울비 2016.06.11 21:49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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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세계를 돌아다니는게 무슨 첩보영화같다. 아니나 다를까 도시이름을 보여주는 자막도 70년대 후반 유럽 첩보영화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꽤 멋지고 빈티지한 매력도 풍기는데 정신을 번쩍 차리고 보면 이건 그냥 마블영화다. 때려부수고 황당한...


2. 그런 전작에 비해, 혹은 이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에 비해 액션은 상당히 아기자기하다. '윈터솔져'에서 보여준 헬리캐리어 박살장면같은 거대한 스케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최고의 스케일은 앤트맨(폴 러드)이 보여준다(진심이다). 


3. 아기자기한 와중에도 박력과 속도감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레이드'같은 맨몸 액션이 보여주는 날 것의 감성도 아니고 '매드맥스'가 보여주는 사나이의 박력도 아니다. '마블식 액션'은 마치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안무를 보는 것 같다. 칼군무에 정교하고 세련된 구성을 하고 있지만 인간미는 없다. 정말 마블은 SM같다.


4.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에 이어 이것들 또 썸타고 있다. '시빌워'는 성수기에 극장을 찾는 커플들이 보면 좋을 풋풋한 멜로영화다. 곳곳에 썸내가 진동한다. 특히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메이 숙모(마리사 토메이)의 이상기류가 유난히 기대된다. 물론 이 영화 속 최고의 커플은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윈터솔져(세바스챤 스탠)다. 아 그리고 스칼렛위치(엘리자베스 올슨)와 비전(폴 베타니)의 썸은 개인적으로 가장 응원하는 부분이다. 둘이 잘 되면 역대 최강의 커플이 아닌가. 


5. 정작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이벤트성으로 합류한다. 앤트맨이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에버렛 K. 로스(마틴 프리먼) 등이다. 메인캐릭터는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솔져, 아이언맨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세 사람의 이야기다. 


6. 그러니깐 결과적으로 팀 아이언맨이 'White Knight'고 팀 캡틴이 'Dark Kinght'가 됐다는건가. 어째 잘 어울린다. 잘 보면 팀 캡틴 멤버들이 대체로 '쓸데없이 진지한' 면이 있다. 아 물론 앤트맨 빼고 말이다. 


7. 전체적으로 '윈터솔져'보다는 가볍다. 아무래도 지들끼리 치고 박다보니 분위기를 진지하게 끌고 가진 못한 모양이다. 심지어 클라이막스의 싸움에서도 무게감이 안 느껴진다. 강렬한 빌런이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의외로 '시빌워'는 마블유니버스의 '소품'같은 영화다. ...'앤트맨'처럼 말이다.


8. 어쩌면 가벼웠던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히어로무비'라는 말같지도 않은 장르에는 '배트맨v슈퍼맨'같은 진지한 접근보다 '시빌워'같은 가벼운 접근이 어울린다. 관객은 어차피 이 영화과 황당한 거짓말인걸 잘 안다. 그럼에도 그것을 진짜인양 진지하게 끌고 가면 불편해 할 수 있다. 만화같은 이야기고, 실제로 만화였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감독은 '윈터솔져'도 무겁다고 느낀 모양이다. 그래서 관객이 압박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즐길 영화를 내놨다. 


9. 즉 '시빌워'는 '배트맨v슈퍼맨'과 '데드풀' 사이의 합의점과 같은 영화다. 마블과 루소 형제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히어로물의 지향점'을 찾은 듯 하다. 그게 '시빌워'다.


10. 결론: 그래서 스파이더맨은 뭐 어쩐다는거야?



추신1) 반쯤 취해서 보긴 했는데 한 번 더 봐야 할 듯...


추신2) 전주영화제 와서 '히치콕 트뤼포'를 보고 이걸 쓰네요. 아마 그 영화 리뷰는 내일 몰아서 써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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