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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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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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에 해당되는 글 1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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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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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9.05.31
    [스포] '기생충' 속 박 사장은 왜 하필 IT기업 CEO인가
  4. 2019.05.28
    [강력스포] '기생충' 간단 리뷰(수정본) (4)
  5. 2019.04.23
    [직찍] '기생충' 제작보고회 - 송강호, 봉준호,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6. 2018.12.15
    [스포주의] '마약왕' 덜 간단한 리뷰 (2)
  7.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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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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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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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5.09.04
    '사도' 초간단 리뷰

영광스런 귀환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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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워낙 멀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영릉(세종대왕릉)을 좋아한다. 왕릉 특유의 정돈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가장 잘 살아있는 곳이 영릉이 아닌가 싶다. 영릉의 입구에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그 입구에는 혼천의와 자격루, 양부일구 등 세종대왕의 과학적 업적을 엿볼 수 있는 발명품들이 전시돼있다. 그 업적들을 지나 왕릉 입구에 들어서면 무덤이라기 보다 공원에 가까운 넓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그 공간을 한참 따라 걷다보면 거대한 무덤이 위용을 드러낸다. 영릉은 '무덤'에 어울리진 않지만 맑은 날 나들이 가기 정말 좋은 곳이다. (당연히 후손들이 가꾼 것이겠지만) 영릉은 죽어서도 백성들을 마주하고 싶은 세종대왕의 마음이 담긴 '공원'이 아닌가 싶었다. 

2. 어린 시절 위인전 등을 통해 세종대왕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군(聖君)'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어른이 되고 조금 깊게 그에 대해 알아보면 다소 히스테릭하기도 하고 집착도 심했으며 스트레스도 많고 연약한 '인간 이도'였다. 최근들어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책이 나오고 있다.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영화는 한글창제에 대한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재구성한 '팩션'이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고뇌와 불안은 꽤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관객들은 위인전에서 보던 어진 임금이 아닌 세종이 꽤 낯설게 다가온다. 히스테릭하고 불안하며 나약한 임금은, 30여년동안 고집해오던 것들에 대한 반영일 것이다. 원래 높은 자리는 스트레스가 많은 법이다. 

3. 그렇다면 세종이 임금으로 지내던 내내 해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창제뿐 아니라 과학분야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앞서 언급한 혼천의나 자격루, 양부일구 등 천문과 역법, 기상관측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이것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별을 관측해 시간을 깨우치고 날짜를 계산해 자연의 흐름을 알고 기상을 관측해 비의 양을 계산한다. 이것은 자연에 기대서 사는 인간, 농사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즉 세종의 과학적 업적들은 백성들이 풍요롭게 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고 살게 하기 위한 것들이다. 한글 역시 이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영화에서 세종(송강호)이 내내 말하는 대로 한글은 백성들에게 지식을 나눠주기 위한 문자다. 이를 통해 백성들은 과학을 익히고 뜻을 깨치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4.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랏말싸미'에서는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의 의도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영화는 세종을 중심으로 한 왕실과 신미(박해일)를 중심으로 한 승려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백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영화는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한글창제'라는 키워드보다 더 비중있게 다뤄지며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된 축은 세종과 신미의 갈등과 협업이다. 세종은 공자의 나라에 사는 왕이며 신미는 부처의 제자(승려)다. 초기 조선시대를 감안한다면 이들은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사이다. 그리고 협업을 위해 누구 하나가 양보하지도 않는다. 신미는 "나는 부처를 등에 업을테니 주상은 공자를 등에 업으십시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나중에 세종대왕이 신하들에게 "너희들은 너희의 일을 하거라, 나는 나의 일을 할테니"라는 말과 통한다. 이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이자 정치적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5. 나는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등장해도 야당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라는 권력의 달콤한은 제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볼 수 있는 영역만 보게 된다. 여기서 야당의 역할은 대통령이 보지 못하는 지점을 보고 거기에 대해 직언을 하며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정치사(史)에서는 그런 야당을 본 적이 없다(이 말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여당도 야당 시절에 역할을 잘 했는지 돌이켜보면 "글쎄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랏말싸미'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야당(보수층)이 제 할말을 한다. 왕이 그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여느 사극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권력을 가진 신하들이 뒤에서 음모를 꾸며서 중전을 독살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들의 싸움은 기이할 정도로 편전 안에서만 이뤄진다. 심지어 승려들이 사대문 안에서 행진할 때 개인 군대라도 동원해 막을 법 하지만 내버려두고 편전 안에서만 뭐라 한다. 이상할 정도로 모범적이다. 

6. 이 모범적인 태도는 정치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갖춰야 할 덕목을 보여준다. 흔히 '혐오'라고 불리는 것,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을 경계하고 어떻게 해야 모범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영화의 상당 부분을 할해하고 있다. 심지어 세종과 신미가 나란히 선 마지막 장면은 이게 사극인가 싶을 정도지만 두 사람이 계속 자기 할 일만 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함께 해야 할 부분은 함께 하지만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는 정인지(최덕문)와 세종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세종을 도와 '칠정산내편'을 만든 정인지는 승려들을 끌어들여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의 의도에 격분하면서도 그를 돕는다. 다름을 인정하는 협업은 영화 속 곳곳에서 드러난다. 관객들은 이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가장 당연한 형태이며 이상적인 모습이다. 

7. '나랏말싸미'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진취적인 메시지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좋은 영화'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이 메시지(혹은 그 이상의 것)를 영화에 녹여내려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놓쳤다. '나랏말싸미'의 최고 단점은 '이야기가 심심하다'는 것이다. 큰 갈등도 없고 큰 감정변화도 없다. 이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닮은 꼴이다. 다른 점이라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명곡들이 수를 놓는 반면 '나랏말싸미'는 메시지가 수를 놓는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간간히 개그를 치는 걸 보니 흥행 욕심은 있는 모양이다(감독의 의도인지 투자자의 강요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그 개그조차도 마음에 안든다. 개그를 드러내고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더 힘을 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8. 결론: 요즘 국제정세는 차라리 '국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랏말싸미'는 좋은 국뽕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좋은 국뽕영화'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안 좋은 국뽕영화가 되느니 국뽕을 빼겠다"며 힘을 뺀 눈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다. 훌륭한 메시지를 끄집어내기 위해 1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지루한 110분을 견뎌야 할 이유를 쉽게 찾기가 어렵다.


추신) 영화 속 안평대군(윤정일)과 수양대군(차래형)은 케미가 아주 좋다. 이 영화만 봐서는 나중에 수양이 안평을 죽인다는게 쉽게 와닿지 않는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니깐 왼쪽에 있는 애가 오른쪽에 있는 애를 죽인다는 거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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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면서도 언급했지만 박사장의 직업이 왜 하필이면 'IT기업 대표이사'인지가 궁금했다. 한국영화에서 재벌을 묘사할 때 보통 재벌가 2~3세 정도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게 묘사하기 쉽고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보다 조금 특별하고, 그래서 더 난해한 'IT기업 CEO'로 캐릭터를 잡는다. 

이 캐릭터가 특별한 이유, IT기업이라면 보통 90년대 중후반 벤처열풍 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 기업들 살아남은 곳이다. 군사정권 시절 정치권의 압박과 탄압 속에서 기업을 일구기 위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짓도 서슴치 않는 과거 재벌총수들과는 다른 환경이다. 그들은 우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일 시간이 없다. 생존을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 했고 오직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재벌가 2~3세처럼 안하무인에 느긋한 갑질 캐릭터보다는 자기 세계와 자기영역이 확실한 캐릭터가 영화에 필요했다.  

박사장이 "나는 선을 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라고 하는 말은 이런 그의 과거를 보여준다.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의 경우 삼성SDS의 직원 출신이다(네이버는 사내벤처로 탄생한 기업이다). 당시 IT기업 중에서는 이런 형태로 탄생한 기업이 많다. 박사장은 사내벤처 출신일 수 있고 아니면 아이디어와 열정만 많은 컴공생일 수 있다. 어쨌든 그의 시작은 '흙수저'까진 아니고 대충 쇠수저나 스댕수저 정도 될 것이다. 그 얘기인 즉슨 IT기업 CEO는 '자수성가형 CEO'임을 의미한다. 어떤 직종이건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자기 것을 잃는 걸 특히 더 싫어한다. 1세대 재벌총수들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짓도 서슴치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자기 재산과 회사를 지키려고(물론 잘못된 방법이다). 그렇다면 '선을 넘는 사람'은 자기 루틴을 해치는 사람임과 동시에 자기 영역을 침범한 사람도 해당된다. 

다만 IT기업은 '경영승계'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무리 창업자라도 기업의 경영자로 남는 기간이 그리 길진 않은 편이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도 지금은 해외사업 담당으로 나가있고 김정주 NXC 대표도 주주로서 권리만 행사할 뿐 넥슨의 사업에 관여하진 않는다. 제 아무리 주력사업 분야라도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창업자는 뒤로 빠지기 마련이다. 1세대 벤처기업인들이 세운 회사들은 현재 대부분 전문경영인들이 사업을 책임진다. 

박사장이 창업자인지 전문경영인인지 확실치는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봉준호 감독이 IT기업의 CEO를 일반 제조업 CEO와 똑같이 해석해 창업자가 끝까지 회사를 지키는 것으로 설정했거나 이미 대형 IT기업을 일군 박사장이 재창업해 성공을 거둔 경우다. 후자의 경우라면 박사장은 이전 회사의 급여와 지분으로 이미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재창업한 현재의 회사를 사업궤도에 올려둔, 아주 능력있는 경영인인 것이다. 박사장의 재산규모에 대해 등장한 것은 집과 벤츠 밖에 없다. 집은 위치를 보아하니 성북동 쪽 같다(영화 속 대사들로 유추함). 거기 살 정도라면 보통 재벌이 아니고서는 힘들다. 

글을 딱히 마무리 지을 말은 없다. 이 글은 "박사장은 왜 하필 IT기업 CEO일까?"에 대해 나름 생각한 내용들이다. 


추신) 스타라이브톡에서 어느 팬이 '박사장의 기생충이라도 되고 싶다'고 플랜카드를 들고 왔다던데....부자들은 뱃속에 기생충 안 살아요(동심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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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스포주의!! 

※ 28일 기 작성된 '기생충' 리뷰는 타 커뮤니티에서 봉준호 감독의 당부가 있어 한시적 블라인드 처리됐습니다. 해당 리뷰는 원래 오늘 노출할 계획이었으나 제가 어제 2회차를 보고 나니 리뷰를 일부 수정하고 싶어져서 다시 써서 올렸습니다. '산수경석'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수정됐음을 알립니다. 


1. 겜블을 하면서 패를 다 까발릴 때는 주로 제정신이 아니거나 뭘 해도 자신이 있는 경우다. 이런 거창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화투를 치다가 바닥패에서 싼 것이 나왔을 때 그걸 가지고 있으면 이마에 붙이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호기롭다. 부자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등장하고 가족희비극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자신의 패를 거의 까발렸다. 이미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생충'에 대해 요르고스 란티모스나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떠올렸다(그런 분위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 대목에서 이미 자신의 패가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자신의 패를 거의 까발린 듯 하면서도 '스포일러 조심'이라고 당부한다. 뭔가 더 보여줄 것이 남았을까. 영화가 나를 도발한다. 나는 그 도발에 순순히 응했다. 결과는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2. 우선 '기생충'의 시놉시스를 살펴보자.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영화는 시놉시스에 대단히 충실하다. 이야기는 부잣집에 고액과외를 가게 된 기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이 가족이 소동을 벌이는 동안 관객들은 "들키지 않을까"라며 조마조마하게 영화를 봐야한다. 그러나 이때의 '조마조마함'은 분위기가 전환되는 후반부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3. 공개된 시놉시스는 이 영화의 딱 절반만 이야기하고 있다. 박사장의 저택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급반전된다. 이때도 '봉준호스러운' 엇박자의 유머를 잃진 않지만 마치 지상 500m 외줄 위에서 제기를 차면서 폴라포를 먹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영화는 진행된다. 이것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언젠가 크게 터트릴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 관객들은 어렴풋이 짐작할 뿐, 어떤 형태로 분출할 지 알 순 없다. 그래서 이 영화의 긴장감은 더욱 커진다. 사실 이런 것들은 장르영화의 대단히 전형적인 공식이다. ①분위기를 뒤집고 ②갈등과 감정을 쌓다가 ③한 번에 확 터트리는 것. 이야기의 구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패턴은 뻔하다. 그러나 잊지 말자. 상대는 봉준호다.

4.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위해 내내 떡밥(복선)을 뿌린다. 보통의 복선이라면 그것이 복선임을 금방 알 수 없지만 '기생충'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야 그게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기우가 기정(박소담)에게 "너는 이 집에서 살게 되면 어느 방을 쓰고 싶냐"고 묻자 기정은 "일단 살아보고 얘기하고 싶다"며 웃는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죽는 사람'을 말하는 이 공식은 아주 간단하지만 묘하게 비틀어졌다. 그 순간은 '공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박사장의 집에서 쫓겨난 문광(이정은)이 캐리어를 끌고 급하게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 역시 나중에 일어날 반전의 빌미를 제공한다. 말 그대로 마블이 10년동안 뿌릴 떡밥을 100분만에 다 뿌리고 나머지 시간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2시간짜리 영화 안에서 그토록 치밀하고 꼼꼼하게 움직인다. 괜히 '봉테일'이 아니다. 

5. '기생충'에서 특이할 점은 다소 과장된 대사들이다. 예고편에서도 드러났지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아버지, 저는 이게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등이다. 주로 기택이나 기우의 대사가 이런 식인데 이는 등장인물 중 현실감각이 없는 인물들이 말하는 방식이다. 다른 예로 박사장네 아들 다솜 역시 인디언 놀이에 젖어 "오버~"같은 말들을 한다. 그리고 현실감각이 없는 인물들은 선의 양쪽을 모두 본다. 기택은 가족들 중 분노를 토해낸 인물이고 기우는 경계 너머에 처음 발을 들인 인물이다. 그리고 다솜은 박사장네 가족 중 유일하게 비밀을 목격한 인물이다. 자본으로 나눠진 계급의 양극단을 오고 간 인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말투에서 드러난 셈이다. 그게 그렇게 비현실적인지 모르겠지만(그렇다면 너무 가혹하긴 한데) 영화는 "응, 그건 비현실적인 일이야"라고 말한다(문광의 말투도 꽤 과장됐다). 

6. '기생충'은 키워드로 '해석'하듯 풀어보고 싶은 지점이 많다. 예를 들어 '냄새'나 '물', '인디언', '산수경석' 등이다. 최근 '어스'나 '우상' 등의 영화들에 대해 했던 것처럼 키워드를 두고 풀어보고 싶지만 영화는 아주 노골적으로 그것을 방해한다. 이는 기우의 대사 한 마디 "저는 이것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잘 기억나지 않지만 '상징적'이라는 단어는 들어갔다)를 통해 완성된다. 이미 영화에서 상징적이라고 못 박은 이상 그것을 상징적으로 정하고 해석하는 것은 영화에게 패배하는 기분이다. 때문에 내가 이 영화에 대해 키워드를 정하고 이해하려는 것은 '패배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중 일부는 감독의 말을 인용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것이고 다른 일부는 늘 하던대로 '상징적인 해석'을 시도할 것이다. 난 이미 영화에게 졌기 때문이다.

7. '냄새'는 감독의 말대로 '무례함'을 말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너 냄새나"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물은 '빗물'을 통해 표현된다. 박사장네 저택에서 물은 낭만을 즐기는 도구가 되지만 같은 시간 기택의 집에서 물은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된다. '인디언'은 연교가 지향하는 '미국제'의 상징이자 착취 당해 죽어버린 민족이다. 영화 내내 연교는 어설픈 영어를 쓰고 미국제를 선호한다. 그녀는 '천박한 재벌'의 전형을 보여준다. 당연히 아메리칸 인디언이 당한 착취의 역사도 알지 못한채 문화콘텐츠로 인식할 것이다. 인디언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다. 인디언 덕후가 된 다솜이가 마주한 실체는 착취의 역사와도 다르지 않다. 나는 처음에 민혁(박서준)이 기우에게 선물한 산수경석이 '가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중간에 돌이 물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시멘트를 가지고 만든 가짜 돌쯤으로 여겼다. 감독은 돌의 진위여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나는 여전히 그 돌은 가짜일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진짜건 가짜건 중요하지 않다. 희망의 실체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8. 나는 늘 '한국영화가 재벌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단순했기 때문이다. 마치 "보고 화내라"며 전시한 듯한 인상이었다. 그 맥락에서 벗어난 재벌이 '여교사'의 혜영(유인영)이었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자라서 모두가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믿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가차없이 밟아버리는 식이다. '기생충'의 박사장과 연교는 '여교사' 이후 가장 완벽한 재벌묘사다. 박사장은 IT기업의 사장이다. 구체적으로 뭘 하는 회사인지 알 순 없지만 대충 저 정도 재력을 이룬 사람이라면 90년대 후반 벤처열풍에 뛰어들어 살아남은 '벤처 1세대'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재벌과 다르다. 대부분 자수성가형 재벌이라면 군사정권의 험한 시기를 가로질러 살아남아 '깡만 남은' 사람들이다.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하지만 회사를 지키는데는 성공했다. 반면 벤처세대들은 무한경쟁사회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회사를 살린 사람들이다. 일중독이고 독하지만 비윤리와 부도덕은 조금 덜하다. 게다가 자수성가형 재벌인 만큼 안하무인한 성격도 갖지 않았다(이건 주로 곱게 자란 2, 3세대들에 해당된다). 박사장은 그 경계를 잘 타고 있다. 안하무인하진 않지만 자기가 이룬 것을 누리고 사는 일중독자다. 이렇게 디테일한 재벌묘사는 처음 봤다.

9. 연교에 대해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그녀는 재벌의 딸로 추정된다. 굴지의 대기업이라기 보다는 돈만 많은 졸부 정도다. 경영수업을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부모와 주변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느긋하게 자랐다. 그러다 사교모임이나 적당한 파티에서 박사장과 만나 연애하다 결혼했을 것이다. 연교는 기택 집안 사람들의 말대로 '착하다'. 거의 호구에 가까울 정도로 눈치가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릴때부터 "우리 집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해"라며 자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도 못할 것이며, 그것이 눈 앞에서 벌어졌을때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연교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10. '기생충'에서 꽤 소름돋고 슬픈 부분은 기택과 '문광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비현실적 사고를 하고 무능력하며 처참한 현실 앞에 놓인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의외로 그들의 과거는 흔한 이야기다. 자영업을 하다가 망해서 대리운전과 발렛파킹을 하다가 백수가 됐고, 혹은 자영업을 하다가 망해서 빚쟁이에 쫓기는 사람. 그 흔한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것은 "너희들은 이렇게 될 일 없을 것 같지?"라며 영화가 보내는 경고처럼 들린다. 기택과 '문광의 남편'이 처한 비현실적 상황은 '언덕 아래에 사는 서민'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게 이 영화의 최대 공포가 아닌가 싶다. 

11. 봉준호 감독은 제작보고회와 칸 영화제, 여러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대해 "배우들이 다 한 영화"라고 겸손한 표현을 했다. 정말 배우들이 다 한 영화(혹은 '배우가 훔친 영화')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정말 신나게 뛰어논다. 제작보고회와 기자간담회, V라이브에서 배우들의 분위기가 유난히 화기애애해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일거라 생각된다. 팀 분위기가 이토록 좋았기 때문에 훌륭한 앙상블이 나올 수 있었다. 봉 감독의 말이 맞다. 이 영화는 배우들이 다 했다. 그런데 배우들이 다 할 수 있게 멍석 깔아준 것은 봉 감독이 한 일이다. 

12. 결론: '기생충'은 블랙코미디와 스릴러가 어우러진 크로스오버 장르영화다. 유쾌하게 웃다가 심장 졸이다가 놀라 나자빠지는 영화다. 그렇게 신나게 즐기고 극장을 나설 채비를 할 즈음 영화는 관객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그런데 소름돋는 사실은, 사실 영화는 내내 관객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었다. 관객은 부잣집 동경하다가 자기 집 물에 잠기는 줄 모르는 기택의 가족처럼, 가슴에 칼 꽂히는 줄 모른채 낄낄대며 웃고 있을 것이다. 이 영화,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참 아픈 영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파서 몸부림 칠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는 금방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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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ut 2019.05.30 21:37 address edit/delete reply

    영화 보기 전에 수위아저씨 님의 글을 먼저 읽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영화 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2. BlogIcon 아네모네피쉬 2019.06.06 02:40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저하고 정말 생각이 비슷하시네요 덕분에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1번과 재벌에 관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영화 예고편, 시놉시스만 보고 도대체 어디서 이 영화만의 개성이 있을까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나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거하게 뒤통수(!)를 맞았죠.

  3. BlogIcon 자스민차향기조아 2019.07.12 12:07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는 기생충 그저 재미있게만 봤어요. 뭐라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잘만들었구나 하면서 말이죠. 그 뭐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풀어낼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재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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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사람은 욕이나 놀리는 것을 대단히 잘한다. 누가 그런 일을 잘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때려놓고 아닌 척' 하는 경우를 두고 "욕 참 잘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깐 실컷 놀려먹었는데 저게 나를 놀리는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다. 이것을 소위 '돌려까기'라고 말하는건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다만 '돌려까기'라는 용어도 이 경우에 꽤 적절해보인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재벌'은 '주적'에 가까웠다. 미국영화에도 재벌은 주적이라고 반박하겠지만 최소 토니 스타크나 브루스 웨인이 있는 한 그들이 재벌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와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토니 스타크같은 캐릭터는 절대 뿌리내릴 수 없다. 어쨌든 한국영화에서 재벌을 까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 '마약왕'에 대해 심심한 재벌 성공담 정도로 보던 나는 갑자기 어떤 단어에 꽂혀버렸다. 그리고 그 단어를 가지고 퍼즐을 끼워맞추자 모든 것이 완벽해졌다. 그제서야 내린 결론: '마약왕'은 재벌을 까댄 한국영화 중 가장 재벌을 시원하게 깐 영화다. 우선 내가 '꽂혔다'고 하는 그 단어를 이야기해보자. 바로 '사카린'이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단맛이 강하고 칼로리가 적은 인공감미료다. 영양분이 부족했던 시절 설탕을 대체하면 서민들에게 단맛을 줬던 제품이다. '마약왕'에서는 '사카린'이라는 단어가 꽤 여러번 등장한다. 그 단어에 꽂히기 시작하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밀수업자, 수출역꾼,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어"라는 대사. 우민호 감독이 이 사실을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마약왕'은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을 영화화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3. 우선 사카린 밀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966년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일본 미쓰이그룹과 공모해 사카린을 밀수한 사건이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이 사건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국비료와 대구대학교를 국가에 헌납했고 경영에서 물러난다.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이맹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맡게 됐으며 둘째 이창희는 아버지와 형을 대신해 감옥에 간다. 그러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던 이병철 회장은 2년만에 경영에 복귀했고 이맹희 회장을 내쳐버린다. 이때 후계자 자리를 노렸던 이창희는 아버지에 의해 후계에서 밀려나 새한미디어를 독자경영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셋째 이건희 회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4. 사카린 밀수 사건은 '마약왕'과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제기된 여러 의혹과 영화에 등장한 몇 개의 키워드는 마치 사카린 밀수 사건을 방탈출게임의 단서처럼 영화 속 여기저기에 숨겨뒀다. 우선 사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이병철 회장이 들여온 사카린이 중앙정보부의 독재정권 비호를 위한 자금 조달용이었다는 것이다. 이맹희 회장은 1993년 회고록을 통해 이 사건이 정권의 묵인하에 이병철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밝혀진 것은 없다. 게다가 영화에서 마약의 제조에 필요한 원료가 마치 비료처럼 생긴 것 또한 주목해봐야 한다. 영화에서 마약 원료를 트럭에 싣고 달리는 장면에 '사카린 밀수 과정'이라고 자막만 달아놔도 반박하기 어려운 장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사카린 밀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데는 이맹희 회장의 제보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마약왕' 속 이두환(김대명)의 위치가, 상황은 다르지만 이맹희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외부에 버려져 지냈다는 설정도 닮았다).

5. 사카린 밀수 사건은 삼성에게는 굉장한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었다. 이병철 회장의 삼성에게는 큰 위기였으나 후계자를 이건희로 낙점한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의 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1988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한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원탑기업'으로 거듭나는 지점이다. 그야말로 '이건희의 등장'을 다루기에 사카린 밀수 사건은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마치 배트맨을 이야기하기 위해 브루스 웨인의 부모가 살해당한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흑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군부독재의 흑역사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다. 그래서 '마약왕'은 소위 돌려까기를 시전한 것이다(돌려까기 위해 '금성테레비'를 크게 등장시킨 지점은 정말 눈물겹다). 

6. 사실 '마약왕'의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은 약을 팔아 수출역꾼이 되고 대통령 훈장도 받고 새마을운동에도 나선다. 그야말로 정권에 충성을 하면서 예쁨을 받는다. 물론 이두삼은 "내가 지들한테 맥인게 얼만데"라며 뇌물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그러니깐 이두삼이 등장하는 자리에 이병철이나 정주영, 김우중 등 아무 재벌이나 집어넣어도 그림이 얼추 나온다(물론 사카린 얘기를 꺼낸 이상 한 사람으로 몰아가도록 하자). 그들에게 '수출역꾼'이라는 타이틀을 쥐어주고 "이 나라를 누가 맥여살렸는데!"라는 대사를 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그들이 만들어서 파는 제품에는 '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7. 그렇다면 이제 물음은 "왜 마약인가?"로 향한다. 왜 마약일까? '마약왕'은 '이두삼의 성장기'라고 봐도 충분하다. 부산 금은방 사장님이 밀수에 발을 들이다가 마약 거물까지 된다. 누가 봐도 가파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가 성장하는 시대는 1970년대다. 소위 이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 피폐했던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한 시기로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있다. 그 최전방에는 '새마을운동'이 있다. 숫자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시기인 만큼 '경제가 성장한 시기'를 70년대라고 정의내려보자. 경제성장은 꼭 마약과 같다. '잘 사는 나라'라는 달콤한 꿈이 있지만 거기에 취해서 가족도 내팽개치고 몸도 망가뜨린다. 

8. 잘 살아야 한다는 이상에는 동의하며 나 역시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마약왕'의 전개(그리고 이두삼)처럼 가파르게 잘 살고 싶진 않다.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잘 사는게 바람직한 소망이다. 우리는 분명 느리지만 단단하게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우리는 빠르게 달렸고 결국 '국가 부도의 날'을 맞이한다. 경제성장이라는 뿅가는 마약에 취한다. 그래서 나쁜 짓도 저지르며 죄책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경제성장이라는 뽕을 맞는다. 결국 불안와 욕구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미쳐버린 자아만 남는다. 영화에서 이두삼은 마약에 취해 정신이 나가버린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있어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됐다. 그러나 최근 굉장한 경쟁자를 만나면서 삼성이 독보적이라고 믿었던 산업들은 턱 밑까지 추격 당했다. 1등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들은 더 부리나케 뛰어간다. 저성장시대에도 이들은 경제성장이라는 약을 찾고 있다.

9. 결국 이두삼(혹은 이병철, 이건희)은 어떻게 됐을까? 이 영화의 결말은 꽤 흥미롭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고 정권교체기를 맞이하면서 이두삼도 몰락한다. 그리고 김인국 검사(조정석)에 의해 어렵게 체포된다. 김 검사는 이두삼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마치 이두삼을 구해주듯 체포한 그는 이두삼에게 딜(거래)을 제안한다. 돈 받은 자들을 모두 넘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두삼이 받게 될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영화의 마지막에 "이두삼은 대법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김 검사의 나레이션이 등장한다. 이때 이두삼의 표정은 대단히 재미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확정받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절망을 읽을 수 없다. 그 표정에서 드러난 것, 이두삼은 여느 재벌들이 그랬듯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그리고 그는 다시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재벌은 그리 쉽게 안 망하기 때문에 이두삼도 금방 일어설 것이다. 마약사업이 됐든 다른 뭔가가 됐든.

10.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사카린 밀수 사건을 기반으로 우리의 경제가 어떻게 성장해왔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보는 영화다. 우리 경제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삼성을 빼놓을 수 없기에 영화는 삼성의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와중에 극영화로써 재미를 잃을 수 없기에 이 영화는 꽤나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쨌든 관객들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나는 다소 우려스럽다. 예민한 이슈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가 올해 하나 있었다. 바로 '염력'이다. '염력'은 꽤 민감한 이슈를 장르영화적 정서로 풀어내려 한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다. '마약왕'이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방식은 '염력'과 닮아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운 없으면 '염력'과 같은 결과를 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송강호의 티켓파워와 '내부자들'의 후광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다. 

11. 결론: 만약 이 영화마저 관객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면 한국의 상업영화 작가들과 제작자들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순결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각을 얼마나 잃었는지, 결국 관객들은 '분노'에 익숙해졌고 더 이상 그것은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솔직히 '마약왕'이 흥행을 할 지 안 할 지는 종잡을 수 없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마약왕' 네가 봤을 때 재미있냐?"라고 묻는다면 "흥미로운 이야기긴 하나 편하게 볼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읽어야 할 키워드가 많고 이해해야 할 배경이 많다. 갱스터 장르의 공식과 클리셰 안에서 은유와 상징이 넘쳐난다. 팝콘과 콜라를 끌어안고 보기에 적합한 영화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추신) 이병철 회장은 유언을 통해 이맹희 회장의 아들 이재현에게 제일제당을 물려준다. 그리고 이 회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CJ가 된다. 다시 말해 '마약왕'의 돌려까기에는 CJ도 포함된다. 관객들에게 별로 중요한 이슈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CGV에 걸려있는 꼴은 꽤 웃길 것 같다(나만 웃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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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030 2018.12.15 11:02 address edit/delete reply

    대단한 분석이네요!

  2. 가나다다 2019.01.02 14:35 address edit/delete reply

    Cj가 이영화를 망하게 언론조작을 하고있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결과도...성공적인거ㅜ같네요.. 참 잘만든 영화하나 쉽게 망하게하더군요





1. 한국영화에서 근현대의 과거를 재현하는 일은 꽤 어렵다. 유럽처럼 오래된 건축물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소품 몇 개로는 쉽사리 예전 그 느낌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터널을 지나 밝은 거리로 들어서는 첫 장면은 1980년이라고 보기에는 이질적일 수 있다. 그러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택시운전사'는 거짓말처럼 1980년의 서울 거리를 재현해낸다. 

2. '택시운전사'의 시작은 대단히 낯이 익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김만섭(송강호)은 혼자서 어린 딸을 키우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는 지나가다 시위현장을 볼 때도 "학생들이 공부를 할 생각을 해야지, 데모나 하고 말이야"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영화 '변호인'에서 양우석 변호사의 초반부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여줄 이야기는 다분히 예측이 가능해진다. 김만섭이 변해가는 과정,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 등이 이야기의 주를 이룰 것이다. 이 영화를 예상해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3. 이 뻔해보이는, 예측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것은 광주에 대한 디테일이다. 한국영화에서 '80년 5월의 광주'를 묘사하는 영화는 많았다. 1995년작 '꽃잎'도 있었고 2007년작 '화려한 휴가'도 그랬다. 광주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서 보여지는 광주도 처절했다. 확실히 말하자면 이 영화가 묘사하는 '그날 광주'의 디테일은 역대 어느 한국영화보다 생생하고 처참하다. 거리에서 군인들이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나 사살하는 장면, 광주MBC 화재, 광주적십자병원, 광주역 앞 등의 디테일은 여느 한국영화보다 생생하다. 사실 '택시운전사'는 이 디테일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 한 셈이다. 

4. 특히 사복조장(최귀화)을 중심으로 한 사복조의 존재는 관객으로 하여금 현장감을 한껏 살려준다. 이전 영화에서 묘사하는 광주는 군복을 입은 자들이 대놓고 쫓아오는 모습이었으나 사복조는 마치 닌자처럼 조용히 침투해 추격을 한다(물론 그래도 대충 눈치는 챈다). 사복조장을 연기하는 최귀화의 연기도 생생했을 뿐더러 붉은 빛이 뒤덮은 밤거리에서 추격씬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광주의 밤거리에서 그런 추격은 있었을 것 같다. 

5. '실제사건'이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으나 이 영화에는 극적 장치로 활용된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군인들이 총을 쏘는 장면에서 택시들이 뛰어들어 구하는 모습이나 후반부 카체이스는 다분히 '영화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만약 실제 사건이었다면,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장면들은 말 그대로 '장치'로써 잘 활용되고 있다. 광주에서 변해버린 김만섭의 모습을 드러내거나 광주시민들의 절실함을 드러내기에, 앞서 언급한 두 장면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6. 같은 맥락에서 황태술(유해진)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천진난만한 청년 구재식(류준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나, 김만섭과 피터의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터가 갓김치를 먹고 "매워, 매워"하는 장면은 작위적인 설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상황에 이르는 과정은 자연스러웠다(적어도 "두유노우갓김치?"의 느낌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앞서 말한대로 갈등이 해소되는 장치로써 효율적으로 쓰였다. 

7. '광주항쟁'에 대한 시나리오 공모전을 준비한 적이 있어서 자료를 읽었던 적이 있다(물론 시도조차 못한 이야기다).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상황은, 그날 계엄군이 철수하고 광주 시민들의 승전보가 울릴 즈음 공수부대는 실탄사격을 자행했다(5월 22일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민들 누구도 가리지 않고 항쟁에 손을 보탰다. '택시운전사'는 이 두가지 화두에 매우 충실한 영화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영화를 보면서 '그날 광주'의 디테일에 덜컥 겁을 먹고 시민들의 모습에 목이 메일 것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정말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8. 오래전 이정국 감독의 '편지'(박신양, 최진실 주연)를 볼 때 알게 된 사실: 신파를 만들때는 전반부 분위기가 대단히 밝고 화기애애해야 한다. 그래야 후반부의 신파가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대놓고 '신파'다. 분명 어느 관객은 "신파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날의 광주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 억울하게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곡소리가 도시 전체를 메웠다는게 그날의 풍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려도 슬퍼질 수 밖에 없다. 그날의 광주 자체가 슬픔이고 상처인 것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국뽕'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보증한다.

9. 워낙 대배우들이 나온 만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차분하고 지적인 외모인 토마스 크레취만은 저널리스트의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갓김치를 먹은 익살스런 표정이나 광주의 참상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서도 침착한 가운데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니깐 절제된 가운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저널리스트에게 딱 기대할 수 있는 캐릭터다. 더 이상 설명할 것이 없는 배우인 송강호 역시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송강호의 전작에서 '정점'이 있었다면 딱 그 정도에 머물러있다. 그래도 이미 범접하기 힘든 선이긴 마찬가지다. 송강호가 내려놓은 빈틈은 다른 배우들의 앙상블로 채워진다. 이야기의 감초이자 눈물샘이 원천인 류준열, 소름돋는 감초였던 최귀화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10. 결론: '택시운전사'는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다.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이야기에 '광주'의 짙은 디테일이 묻어나면서 극적인 효과가 살아난다. 아마 관객이 이 영화에 조금이라도 눈물지을 수 있다면, 그것은 광주를 잊지 않고 기억한 것과 같을 것이다. "반드시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날 광주의 모습을 깊게 관찰하고 싶다면 '택시운전사'는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 


추신) 아래 스포일러 주의







- 영화 내내 '박하사탕'을 떠올리며 "계엄군이 너무 악마처럼 보여지면 어떡하지? 그 병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는데"라고 우려하는 순간 엄태구가 등장한다. 대단히 중요한 캐릭터다.

- 실제 김사복(김만섭)씨도 참 야속한 사람이다. 저렇게 그리워 한 사람이라면 나타나 줄 법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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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무비럽웅 2017.07.13 14:12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방문자 200만 돌파 축하해요.~~

  2. Blue 2017.07.27 06:43 address edit/delete reply

    http://m.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85471
    택시 운전사들이랑 버스기사들도 실제로 동참했어요





1. 일단 멋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세트디자인부터 미술, 조명, 의상, 수트빨, 목소리, 미모, 연기, 음악, 유머, 액션 등등 '멋짐'이라는 영역에서는 날아가는 먼지조차 멋있을 지경이다. 이 영화가 더 대단한 것은 이렇게 멋있으면서도 "나 멋있어"라며 허세를 부리진 않는다. 마치 파파라치샷 하나 찍혔는데 화보가 되는 헐리웃 배우처럼 뭐 대단한 거 안 해도 멋짐이 폭발한다. 


2.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배경과 세트다. 아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그 어떤 영화들보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특히 열차 장면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쫄깃함'이 제대로 터지는 대목이다. 총독부 경무국 세트는 물론 이정출(송강호)과 정채산(이병헌)이 만나는 밥집 역시 디테일이 끝내준다. 


3. 액션 역시 '놈놈놈'에서 보여준 날 것의 매력은 떨어졌지만 몇 장면에서 살벌한 연출이 느껴진다. 지붕 위를 뛰어넘는 일본군 순사들을 잡는 장면이나 기차 식당칸에서의 대결도 흥미롭다. 그리고 의열단과 일본군이 몇 차례 맞붙는 장면들에서도 특유의 살벌한 액션이 돋보인다. 


4. 가장 돋보이는건 역시 배우들이다. 또 한 번 '인생연기'를 갱신한 송강호를 시작으로 굳건하게 중심 박아놓고 제 역할하는 공유, 한지민, 츠루미 신고 등 버릴 배우가 하나 없다. 특히 눈에 띄는 배우는 하시모토 경부 역할을 한 엄태구다. 거물 송강호와 붙는 장면이 많았던 이 배우는 송강호에 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마 '밀정'을 통해 인생연기 갱신한 몇 명의 배우들 중 엄태구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배우가 신성록일텐데 우려할 필요가 없다. 뭐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줄 공간이 없다. 그렇기에 어색하지 않게 영화에 등장한다. 


5. 이 영화에서 액션 없이도 쫄깃한 장면이 하나가 있는데 열차 안에서 의열단 내부의 밀정을 찾는 장면이다. 빠른 템포와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치밀한 방법으로 밀정을 찾아낸다. 그 장면 역시 영화의 백미가 될 것이다. ...그러니깐 아무튼 열차 장면이 졸라 재밌다. 


6. 그리고 큰 비중을 두고 등장하진 않았지만 추동성 역할을 한 서영주 역시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키를 움켜쥔 이 배우는 거물들이 인생연기를 갱신하는 이 영화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낸다. ...아주 끝까지 말이다. 


7. 배우들의 연기부터 연출, 미술, 편집, 음향 등 좋은 부분이 너무 많지만 이 영화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담백함'에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국뽕'이라는 단어를 전혀 꺼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담백하다. 멋이라는 것이 폭발하지만 허세를 부리지 않듯 두려움, 긴장과 싸우는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끈적하게 독립운동을 펼쳤을지 풀어내고 있다. 나라를 되찾는 일이 그간의 영화들처럼 드라마틱하지도, 쓸데없이 가슴뭉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밀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끈적하고 끈질기게, 순사들의 군화발로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는 잡초처럼 꾸역꾸역 해낸 것이 독립운동일거라 생각된다. 


8. 사실 앞서 언급한 부분은 이 영화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독립운동가들은 이야기에 필요한 만큼만 의롭고 일본군들은 이야기에 필요한 만큼만 나쁘다. 아마 일반관객들은 과거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를 봤을때와 비슷한 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독립운동가가 필요 이상으로 의롭고 일본군이 필요 이상으로 나빴다면(물론 그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이야기가 망가졌을 수 있다. 그리고 늘 그랬듯 '국뽕 논쟁'에 휘말렸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이야기가 상당히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밀정'은 국뽕 논쟁을 벗어나면서 독립운동을 이야기한 영화다. 일반관객들이 안 믿는다면 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분명 '의로운 독립운동가'와 '악랄한 일본군'을 이야기하고 있다. ...긴말할 필요없이 연계순(한지민)의 고문장면만 봐도 "일본군 개새끼"가 절로 튀어나올 것이다. 


9. 첩보영화로서 이 영화의 미덕 또한 훌륭하다. 뒤통수를 치고 또 치면서 긴장감을 이끌어내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잘 묘사해내다 후반부에는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준다. 특히 교도소를 나선 이정출이 '곡기를 끊고 죽은 여인'의 시신을 보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정출이라는 캐릭터가 복잡해지는 부분도 이 장면에 있으며 영화의 태세가 전환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처럼 피도 눈물도 없고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첩보영화같지만 거기에 감성이 녹아들어 있다. 이 부분이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10. 결론: 국뽕 없이 외치는 대한독립만세. 첩보와 액션을 즐기다가 순국선열들을 위해 묵념하고 나올 영화. 



추신)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딩크레딧을 다 보고 나오길 권한다. 그래야 좀 더 개운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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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비키니짐(VKNY GYM) 2016.08.25 18:26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너무 기대하는 작품이에요. 또 김지운감독이 어떻게 그려서 내놓을지 궁금하네요




※ 이 글은 유아인의 소속사와 캐스팅 비화 관련 정보의 오류가 있어 2015년 9월 6일 오후 5시 50분 수정됐습니다.



유아인은 스타다. 벌써 데뷔 12년차에 걸출한 작품을 여럿 쏟아냈고 여성팬들도 다수 거느린 대단한 스타다. 그런데 유아인의 행보는 뭔가 특이하다. 여느 한류스타들처럼 해외시장을 공략하지도 않고, 대중적 인기를 위해 예능에 자주 나타나지도 않는다(물론 그는 많은 해외팬을 거느리고 있고 작품 홍보가 필요할때는 예능에도 출연한다). 연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연기파 배우'라는 흔한 타이틀을 붙이기에도 어딘가 미안해진다. 아마도 유아인은 또래의 배우들 중 가장 이상한 곳에 위치한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유아인의 행보가 범상치 않다. 이 범상치 않은 행보는 지난해 드라마 '밀회'에서부터 보여졌다. 그동안 꽤 흥미로운 작품에 여럿 출연했던(특히 '완득이'처럼 의미있는 작품에도 출연했던) 유아인지만 '밀회'는 마치 제대로 된 연기 해보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그 말처럼 '밀회'에서 유아인은 아주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5년, 유아인은 영화판을 씹어먹겠다는 각오의 두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정말로 그는 무서운 기세로 강호를 재패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런 글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곧 개봉을 앞둔 '사도'가 극장가를 재패할지 아닐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사도'의 흥행을 꽤 밝게 보는 편이다. 명절을 앞두고 중장년층이 즐기기 좋은 영화인데다 입소문이 꽤 잘 나온 편이다.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역시 건실하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숨은 관객층은 바로 "'베테랑'을 재밌게 본 관객"이다.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의 앙상블로 완성된 이 영화에 재미를 느꼈다면 사도세자(유아인)에게도 큰 흥미를 가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베테랑'의 관객을 데려올 수 있을만큼 타이밍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아인이 '인생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유아인은 2003년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스무살이 될 즈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영화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때부터 유아인의 행보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영화로 연기와 작품을 보는 눈을 단련시켰다(물론 초창기에야 소속사가 골라주는 작품들로 했을 수 있다). 드라마야 트렌드가 중요한 만큼 대중적인 것이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런데 영화들을 살펴보면 "이게 돈이 될까?" 싶은 영화들이 다수 눈에 띈다('완득이'도 입소문 타지 못했다면 어려울 수 있는 영화였다). 다시 말해 유아인은 마치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하는 것처럼 야망이 넘치는 행보를 걷고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완득이'나 '성균관 스캔들'을 제외하면 "터졌다"라고 말할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니깐 스타로서 '유아인'이라는 이름 석자는 흥행이 되는 카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완득이' 이후부터 '밀회'까지 3년여 시간 동안 터트린 작품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드러난다. 분명 노선을 변경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뭔가 고집스러운 모습이었다. 


사실 유아인의 고집은 대단히 유명한 편이다.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기로 유명한 그는 흡사 '소셜테이너'의 원조격으로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한때는 그것이 치기어린 반항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계속 보니 어느 정도 진심으로 느껴진다. 그러니깐 이 남자의 머리 속에는 일종의 '저항정신' 같은게 있다는 말이다. 창작을 하거나 표현을 하는 사람에게 저항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며 남들과 다른 행보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유아인은 드디어 경쟁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유아인의 경쟁력은 묘하게도 '대배우'와 투톱으로 나설때 드러난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통틀어 '잘 된 작품'을 꼽아보면 모두 대단한 선배배우와 투톱으로 나서고 있다('완득이', '밀회', '베테랑' 등). 뭔가 미신 같지만 이 기세라면 '사도' 역시 잘 될 기미가 보인다. 유아인의 이런 징크스 아닌 징크스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대배우와 함께 공연하는 것은 꽤 힘든 기싸움을 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카리스마의 충돌'이라는 단순한 선을 떠나 '존재감의 배분'의 영역이다. 똑같은 투톱이라도 한쪽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기세에서 밀려버리고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깐 상대가 어떤 대배우가 있건 그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작품이 잘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베테랑'에서 유아인의 황정민의 상대역인 '조태오' 역할을 맡는다. 이야기의 특성상 이 '상대역'은 황정민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한쪽만 부각되게 되며 영화의 재미 역시 떨어지게 된다. 마치 '테이큰3'에서 악당에 비해 주인공이 지나치게 센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유아인의 성공한 작품들은 이러한 구조를 잘 극복한 작품들이다. 그는 김윤석, 김희애, 황정민, 송강호라는 걸출한 스타들과 연기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유지해낸다. 이것은 인물간의 균형을 유지해 극적 재미를 주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치도 상승시킨 결과를 낳았다. 




유아인이 '올해들어' 주목할만한 이유는 출연한 작품 속 그의 역할들 때문이기도 하다. '베테랑'에서 그는 재벌3세 조태오, 한마디로 '악역'을 맡았고 '사도'에서는 아버지와 갈등하는 사도세자의 역할을 맡았다. 특히 '사도'에서는 아버지 영조(송강호)를 따르다가 서서히 돌아서는 모습, 왕의 자리에 올라야 하는 세자로서 갖는 스트레스, 뒤주에 갇혀서 미쳐가는 모습 등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다. 세상에 쉬운 역할이 어딨겠냐만은 '사도'처럼 극의 모든 포커스가 영조와 사도세자에게 집중된 영화라면 더더욱 어려운 역할이 된다. 한마디로 올해 개봉한 영화 속 유아인의 역할은 쉬운게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혹자들은 '베테랑'과 '사도' 속 유아인의 캐릭터가 닮았다는 말을 한다. 재벌3세나 왕의 아들이나 워낙 대단한 '아들'의 역할이다보니 닮아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그 캐릭터 모두 삐뚤어진 구석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닮을 수 밖에 없다. 유아인은 여기에 미세한 차이를 둬서 연기를 한다. 우선 조태오는 엄청난 재산이 준 '오만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사도세자는 아비에 대한 정을 그리워하며 삐뚤어진 경우다. 조태오는 너무 가진 것이 부각된 캐릭터고 사도세자는 가지지 못한 것이 부각된 캐릭터다. 조태오는 넘침을 과시해야 하고 사도세자는 모자람이 드러나야 한다. 유아인은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영화 속에 녹여낸다. 즉 캐릭터를 이해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유아인은 반항을 넘어 저항정신을 가진 인물이다. 이런 정신력은 그의 외모와 맞물려 상당히 매력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제목에 언급한대로 유아인은 1986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살이다. 또래의 남자배우들 중에서는 대단한 스타급이다. 그리고 또래 남자배우들 중 상당한 동안이기도 하다. 유아인만이 가진 천진난만하고 좀 못되보이는 소년스러운 얼굴은 꽤 좋은 경쟁력이 된다. 그래서 그는 썩 착하지 않은 역할도 잘 소화해낼 수 있다(어쩌면 '베테랑'의 조태오 역시 그 덕에 들어온 역할이 아닌가 싶다). 이런 유아인의 외모는 또래 배우들과 다른 확실한 경쟁력이 된다. 


여기에 '깡철이'나 '베테랑'에서 보여준 액션연기는 상당히 재능이 있는 모습이다(특히 류승완 영화에서 액션을 했다는 점은 이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전에 출연한 몇몇 작품에서도 그는 액션연기에 도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의 액션은 다르지만 어쨌든 몸 쓰는 연기를 꽤 즐기는 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번 작품 '사도'에서는 칼만 들었지 이렇다 할 액션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격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많은만큼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다. 유아인은 그것을 또 온전히 해낸다. 즉 에너지가 대단히 넘치는 배우라고 볼 수 있다. 




소년의 외모와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10년 넘는 연기내공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영역을 가진 배우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기에 또래들보다 모자랄 지언정 충분히 구축해낸 스타성은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생명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이것이 그의 미래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어차피 연기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고 그는 2014년 이후 엄청난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 그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준비하고 있다. 데뷔 이래 주연으로는 가장 긴 드라마(50부작)다. 게다가 이번에는 존재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명민과 만난다(아직 인물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드라마는 유아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마저 성공을 거둔다면 그는 단숨에 또래의 한류스타들을 잡아먹을 위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대에 유아인은 마치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는 무예를 닦으며 조용히 지낸 모습이다. 서른살에 들어서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강호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리고 서른살의 유아인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추신1) 원래 배우평을 쓰면 여배우만 줄창 써댔다. ...뭐 작성자가 남자다보니 여배우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대단히 오랜만에 남자배우에 대해 배우평을 쓴 것이다. 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아인은 흥미로운 배우다. 


추신2) 이제 50부작 드라마 들어가면... 군대는 언제 간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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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지나가는객 2015.09.06 07:55 address edit/delete reply

    밀회.베테랑은 전소속사에 있을때 계약된것이며. 유아인은 소속사가 작품을 물어다 줘서하는 배우는 아닙니다...베테랑 캐스팅비화에도 나왔듯이 류승완감독이 부국제에서 유아인을 직접만나 캐스팅제의했었고 밀회도 작감측에서 유아인접촉을 계속시도했으나 연락이 잘안되서 결국 김희애씨가 유아인씨께 개인적으로 같이하자고 연락했었다죠~ 유아인씨는 소속사와는 별개로 업계에선 유아인만한 걸죽하고 묵직한배우를 알아보고 배우를보고 작품을 제의한거지 소속사가 제작한작품도 아닌데 소속사 작품을 골라온다는건 좀아닌듯하네요

    • BlogIcon DaiRo 2015.09.06 08:29 address edit/delete

      음...제가 조사가 미흡했군요. 지금 외부라 정정이 어려우니 집에 가서 정정하겠습니다.

  2. BlogIcon 방랑인 2015.09.06 11:46 address edit/delete reply

    강동원 그 회사 나왔어요.

  3. 글이좋아 2015.09.08 21:21 address edit/delete reply

    유아인 팬들이 읽을 수 있게 유아인갤러리에 링크했는데
    괜찮을까요?
    안 된다면 링크 삭제하겠습니다.

    • BlogIcon DAISHI ROMANCE 2015.09.08 23:27 신고 address edit/delete

      링크로 퍼가신 건 괜찮은데....

      글이 엉망이라 욕 먹지 않을까요?

      겁나네요 ㄷㄷㄷㄷㄷ

  4. BlogIcon 000 2015.09.08 21:51 address edit/delete reply

    군대는 육룡이 나르샤 종방후 간다는군요. 본인이 어련히 알아서 갈텐데...

    • BlogIcon 000 2015.09.08 22:15 address edit/delete

      그리고 글 흥미롭게 잘읽었습니다. 또한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려는 소신과 노력의 결과가 드디어 나타나는 거겠지요. 그간 대중적으로 흥행작이 적어 미처 몰랐던거지.연기내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것은 아니겠지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 BlogIcon DAISHI ROMANCE 2015.09.08 23:28 신고 address edit/delete

      그렇죠;;;
      알아서 갈 일이죠;;

  5. BlogIcon 검은 콩 2015.09.28 19:56 address edit/delete reply

    뚝심있고 자기생각이 강하다보니 쉬운길은 안가는걸로 알려져있죠..다시말해 완벽주의자...
    이제야 뭔가 술술 풀리는듯합니다...좀 늦은감이 있지만 또래 배우는 이렇게 디테일한 배우 없다고 봅니다....순전히 제 생각....ㅎ

  6. BlogIcon 러블리토끼 2016.05.21 12:42 address edit/delete reply

    사도 ㆍ육룡이 역시 대박나고 대세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죠! 로코로 뜬 일시적인 인기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연기로 얻은 인기라 영원할것임을 의심하지않아
    요‥사도로 영화판 상들을 휩쓸고 있으니 ‥이미 그전에 알아본 글쓴이의 안목도 높이 살게요

  7. BlogIcon 겨울비 2016.06.11 13:3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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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logIcon 가을하늘 2016.06.11 16:21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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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BlogIcon 커피한잔 2016.06.11 18:56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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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게 '가족영화'가 아니라 이런게 진짜 가족영화다. 가족이 뭐 맨날 좋을 수가 있나.


2. 그래서 이 영화는 가족, 특히 부자관계에 대해 상당히 깊은 이야기를 한다. 이건 나중에 따로 리뷰로 쓰겠다. 


3. 이 영화는 영조(송강호)와 사도사제(유아인)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들 외에도 많은 부모자식들이 등장한다. 혜경궁 홍씨(문근영)와 세손, 영빈(전혜진)과 사도세자 그리고 화완옹주, 인원왕후(김해숙)와 영조, 사도세자와 세손, 홍봉한(박원상)과 혜경궁 홍씨 등. 사실 영화 속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들 부모자식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4. 이 영화가 가족영화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여러가지 형태로 묘사되면서, 그리고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이 관계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것인지 보여준다.


5. 이를 증명하기 위해 영화는 왕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별로 왕실스럽게 묘사하지 않는다. 영조는 간혹 정말 아빠같이 등장한다. 또 인원왕후가 영조와 독대하는 장면은 흡사 말 안 듣는 아들 등짝스매시 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영화는 기존의 사극과 달리 왕실을 일반화시키며 관객들에게 이야기가 더 깊게 스며들도록 하고 있다. 


6.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이게 결국 부모자식간의 이야기인 것 같다. 시작부터 이성계랑 이방원의 시원치 않은 관계로 가더니 종묘에서 영조가 하는 말대로 누군가는 가족을 짓밟고 왕이 된다. 참 조선의 왕실은 골치 아파보인다. ...역사를 드라마로 배워서 이런 생각을 하나보다.


7.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사도'를 보다보면 간혹 유아인이 연기하는게 사도세자인지 연산군인지 헷갈린다. 실제로 '왕의 남자'에서 정진영이 연기한 연산군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어미의 정이 굶주린 연산군이나 아비의 정에 굶주린 사도세자나... 조선의 왕실, 골치 아픈 거 맞나본데?


8. 많은 사람들이 노인분장을 지적하는데... 솔직히 어쩔 수 없어보인다. 저기서 배우를 바꾸자니 그것도 몰입이 안 될 것 같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같은 기술을 가져다 쓰자니 존나 비쌀 거 같고... 그냥 돈 없는게 죄다.


9. 그런 의미에서 정조의 아역은 어디서 저렇게 소지섭이랑 똑 닮은 애를 데려다 놨냐?


10. 어느 페친님(익스트림무비 그룹)의 말대로 '사도'의 유아인이 죽어서 '베테랑'의 유아인으로 환생한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말인데 언제 기회가 되면 유아인에게 물어보고 싶다. "세자랑 재벌3세랑 뭐가 더 살만할 것 같아요?" ....당연히 "둘 다 싫어요"라고 답할 것 같다.


11. 결론: 가족영화가 마냥 평화롭고 행복하란 법은 없다. 가족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진짜 가족영화고, 명절에 온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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