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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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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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에 해당되는 글 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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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01.26
    '염력' 4DX with ScreenX 초간단 리뷰
  3. 2018.01.23
    [스포주의] '염력' 덜 간단 리뷰
  4. 2016.10.17
    '걷기왕' 초간단 리뷰
  5. 2016.03.16
    [스포주의] 제가 지금부터 '널 기다리며'에 심폐소생술을 해보겠습니다 (1)
  6. 2016.03.14
    심은경 & 김유정 - 누구의 딸도 아닌 '여배우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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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6.01.18
    [스포주의] '로봇, 소리' 초간단 리뷰
  9. 2015.07.06
    新 여배우 트로이카: 누가 한국영화를 이끌 것인가 (1)
  10. 2014.10.19
    좋은 리메이크란 무엇인가?

1. 일본에 대해 최근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이것은 지극히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며 경우에 따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난할 수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 주요 국가(한국, 중국, 대만, 일본) 중 정치적으로 가장 미개한 나라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집단적 저항'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시민의 권리를 찾는 방법을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순종적인 것을 미덕으로 삼는 민족이다". 그들은 전쟁 직후 왜곡된 역사를 배우며 지속적으로 선동 당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도 '일부 사람들'은 현 정권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힘을 얻기에 일본인들은 '문제의식'에 대해 너무 둔감하다. 어릴때부터 왜곡된 역사로 선동 당한 국민성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인 우리나라나 중국이 밀어붙이고 비난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때문에 이 글도 큰 의미는 없다). 그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2. '신문기자'는 부정한 비리를 일삼는 내각과 이를 막으려는 일부 양심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것은 지난 정권 때 한국에서 제작된 일부 극영화들과 닮은 꼴이다. 때문에 한국 관객이라면 이런 영화가 낯설거나 새롭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관객이건 영화의 디테일에 이의를 제기하긴 좋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각정보실'이라는 기관은 "옛날 국정원과 닮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고급 인력들이 모여서 트위터에 거짓선동하고 가짜뉴스 배포하는 꼴이 대충 그렇다. 그런데 '정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기관은 생각보다 별로 똑똑해 보이진 않는다. 언론의 취재활동과 기사 배포에 대해 '사전통제'가 아닌 '사후공작'을 진행한다. 그토록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이라면 우리나라 군사정권 때처럼 윤전기 옆에 서서 검열을 진행하면 될 일인데 그걸 안 한다. 혹시 '민주주의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안 한다고 이해해볼까 했지만 이미 '바보가 아니면 다 알아볼 정도의 노골적인 조작'을 일삼는데 뭐 겁나서 숨겠는가. 

3. 그 밖에 내각정보실은 겨우 한다는 게 신상정보 유출하고 트위터에 거짓정보 쓰고 가짜뉴스 배포하는 수준이다. 공작활동이라기엔 지나치게 어설프다. 게다가 민간인 사찰도 제대로 못해서 그걸 경찰에 의뢰한다. (저 옛날 국정원도 어설픈 짓 많이 했지만) 영화 속 내각정보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혹시 국정원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가상의 기관일까. 여기에 심각한 문제는 영화 중반까지 트위터의 영향력이 꽤 크다는 점이다. 일본사람들이 실제로 트위터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모르겠다. SNS는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거르는 장치 또한 없기 때문에 거짓선동의 장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트위터리안과 대중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트위터상의 정보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하진 않는다(일부 사람들 제외하고). 그런데 이 영화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은 너무 막강하다. 실제로 일본사람들이 SNS나 커뮤니티상의 정보에 대해 이토록 절대적으로 신뢰를 하는지 궁금하다. 

4. 트위터에 대해 궁금한 이유는 주인공 요시오카(심은경)에 대한 영향도 크다. 사실 영화 중반까지 보면서 "쟤 기자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뭔가 인상은 쓰고 심각하게 고민은 하는데 중반까지 대세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 그저 기사는 킬 당하고 트위터에 끄적이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트윗에 달리는 답글 반응을 보고 괴로워한다. 나는 SNS 플랫폼 시장에서 트위터는 '한 물 간 SNS'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트위터보다는 인스타그램이나 텀블러 등 사진 중심의 SNS가 더 인기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직도 트위터가 대세구나"라고 생각하다가도 중반까지 지나칠 정도로 트위터에 의존해서 의아하게 봤다(그러고 보니 '날씨의 아이'에서는 야후에서 만든 '듣도 보도 못한 SNS'가 등장했던 것 같다). 

5.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대세를 이룬다는 시대지만 정작 '언론'은 지나칠 정도로 퇴보해있다. 정부의 비리를 까발리는 기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심야시간에 기사를 마감하고 윤전기 돌리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새벽시간에 신문배달부가 서점과 가판대에 신문을 깔아두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사실 그 장면만 그대로 떼어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더 포스트'나 한국영화 '1987'과 편집해도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는 일본의 인터넷 보급률이 대체 얼마인지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저 장면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실시간 검색어가 올라가는 포털사이트나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시민들, 학생들의 모습이 등장하는게 더 그럴싸했다. 영화가 내내 가져온 무게감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해봐도 저 장면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내 언론만 해도 종이신문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다. 대형 메이저 언론마저 광고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종이신문을 내며 대부분 언론사는 온라인과 SNS로 뉴스를 배포한다. 

6. 요시오카가 근무하는 언론사의 시스템은 꽤 그럴싸했다. 특히 진노 부장(키타무라 유키야)으로 대표되는 데스크의 시스템은 한국의 기자들도 꽤 공감했을 것이다(그러고 보니 빨간펜도 꽤 오래된 방식이다). 모든 언론사의 기사는 기자의 이름을 달고 나간다. 그러나 그 기사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기자 위에 부장과 편집국장이다(물론 나중에 기자도 책임을 진다). 그러니 이상한 기사가 등장했을 때는 기자를 욕할 것이 아니라 데스크를 욕해야 한다. '언론사 데스크'로서 진노 부장은 꽤 괜찮은 사람이다. 균형을 지킬 줄 알고 때로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요시오카가 여기에 저항하는 것은 언론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꽤 전형적인 구조('스포트라이트'에도 등장했다). 다만 '신문기자'의 경우에는 이 구조가 앞뒤 맥락도 없고 너무 전형적으로 묘사돼 재미가 없다.

7. '신문기자'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요시오카의 아버지는 '오보' 때문에 자살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오보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면 꽤 복잡한 전제가 따른다. 사회부 기사의 경우 가능한 일인데 오보 때문에 누군가 재산상의 피해를 입거나 무고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다. 자신의 오보 때문에 파장이 생길 경우 어떤 기자들은 죄책감에 목숨을 끊기도 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요시오카의 아버지가 쓴 기사는 말 그대로 '오보가 된 기사'에 불과하다. 대중들의 비난이 있었겠지만 그 또한 잠깐이다(인터넷 보급률도 낮은 나라인데).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모 언론사의 경우 '오보' 때문에 인지도를 얻고 지금은 메이저 언론사로 성장했다. 

8. '신문기자'는 극적 전개로는 꽤 뛰어나다. 영화를 보면서도 "대학을 짓는 게 왜? 총리가 뒷돈 챙겨먹었나?"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음모에 더 엄청난 것을 심어둔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줄만한 사건'을 찾아서 그려낸다. 이건 일본 관객뿐 아니라 한국 관객도 충격을 받을 일이다(아마 한국 관객이 더 충격을 받을지도). 때문에 중반까지 심심하던 전개는 뒤로 갈수록 격해진다. '신문기자'는 계속 봐야 재미있는 영화다. 여기에 '정의의 편이 패배했다'는 식의 결론도 흥미롭다. 아마 한국영화였다면 어떤 피해를 보고서라도 정의가 승리하는 전개를 보여줬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꿈도 희망도 없다. 아마 감독이 생각한 일본의 미래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9. 결론: '신문기자'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 분명 동종업계 종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딴 세상 기자의 이야기'같다. 윤전기 돌아가는 현장에도 직접 가봤고 일간지 마감도 해봤는데 이 영화는 '아득히 먼 옛날 이야기'같다. '인터넷 시대에 기자'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정말 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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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일반상영 리뷰(스포주의) http://daishiromance.tistory.com/909


1. CGV의 3면 영사기술인 스크린X로 영화를 처음 본 건 아니었다. 분명 몇 개의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염력'은 확실히 낯선 영화였다. 애시당초 CGV는 이 영화에 대해 '쓰리캠으로 촬영한 첫 장편 극영화'라고 홍보했다. 몇 개의 스크린X 영화들이 후반작업을 통해 스크린X 효과를 구현한 반면 이 영화는 촬영단계에서부터 스크린X로 찍었다는 말이다. 그만큼 스크린X에 특별한게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 영화는 뭔가 작정한 듯 스크린X를 활용하고 있었다. 

2.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스크린X 효과가 첫 등장할 때다. 보통의 영화들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X 효과가 열리는 반면 '염력'은 스크린X를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스크린X가 시작되는 지점은 신석헌(류승룡)이 초능력을 쓰는 지점과 일치한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초능력=스크린X'라는 공식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보니 신석헌이 쓰는 초능력의 효과가 좀 더 잘 다가온다. 

3. 그렇다고 초능력을 쓸 때만 스크린X가 열리지 않는다. 영화에서 감독이 의도한 부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설명하는데도 스크린X를 활용한다. 특히 좌우 화면을 통해 인물들의 속마음을 표현한다거나 긴장감을 높이는데도 효과적으로 스크린X를 활용한다. 여기에 눈에 띄는 장면이 영화에 약간의 '뽕필'을 싣기 위해 스크린X를 활용하는 경우다. 그냥 볼 때는 그럭저럭 웃긴 장면인데 스크린X로 뽕필을 더하자 굉장히 웃긴 장면이 된다. 특히 스크린X로 만나는 뉴스 장면은 작정하고 웃기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는 꽤 성공적이다. 

4. 단 4DX는 일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생생정보통 화면에서 장면이 넘어갈 때 의자의 진동이라거나 다마스의 주행 중 진동을 느껴야할 때는 "뭘 이런 것까지 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의자를 흔들 장면이 아닌 지점에서도 아주 미세하게(정말 미세하게) 의자를 기울일 때가 있다. 사실 '염력'을 며칠 전에 보고 "4DX 쓸 일이 별로 없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막상 4DX로 보고 나니 "정말 오만 장면에 다 4DX를 넣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더 신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5. 그리고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이던 레터박스가 유난히 신경 쓰인다. 용산 4DX with ScreenX관의 화면비와 영화의 화면비가 맞지 않다. 그래서 스크린X 본래의 목적인 '시야를 트이게 하는 효과가 다소 방해를 받는다(그 상영관은 마스킹이 불가능한 구조다). 

6. '쓰리캠'을 활용한 촬영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후반작업으로 만든 장면도 꽤 있다. '염력'을 보고 나니 그 구분이 확실해진다. 아마 다른 관객들도 쓰리캠 촬영과 후반작업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 결론: 영화 끝나고 나오는 길에 CGV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나는 "스크린X가 가능한 모든 상영관에 '염력'을 거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여러분 '염력'은 스크린X로 봐야 합니다.


추신) 전에 볼 때는 몰랐는데 엔딩크레딧 스페셜 땡스 투에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이름이 있다. 이들은 '두 개의 문'과 '공동정범'을 만든 사람들이다. '염력'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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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씻김굿'. 죽은 이의 부정을 깨끗이 씻어주어 극락으로 보내는 전라남도의 지방 굿이다. 이 단어를 알게 된 것은 1995년 장선우 감독이 영화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의 대표감독으로써 한국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을 때 부터다. 그 영화의 제목은 '씻김'이다. 유독 한(恨)이 많은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 씻김굿으로 죽은 자들을 위로한 영화가 장선우의 '씻김'이었다. 그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1995년의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로부터 22년의 시간을 더 살았다. 그때 위로한 넋들은 저승에서 편히 쉬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1995년 이후에도 위로해야 할 넋이 남아있다. 그리고 1995년 이전의 넋들도 저승에서 편히 쉬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 오늘날, 미래의 사람들은 마치 업보를 등에 진 것처럼 평생 억울한 주검들을 위로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2. 2009년 1월 20일 일어난 용산참사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서울시의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들이 경찰과 대치하다 화재사고가 일어나 6명이 사망한 일이다. 최근 개봉한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용산참사에 대해 사실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용산참사에서 비롯된 다분히 의도적인 '픽션'이다. 

3. 이 픽션에는 초능력자 신석헌(류승룡)이 등장한다. 그가 어떻게 초능력을 얻게 됐는지 영화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정말 그것은 신루미(심은경)의 엄마 권정희(김영선)의 바램이 하늘에 닿아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이 중요하지 않은 지점에 대해 영화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이 영화에 필요한 것은 '죽은 자들을 위로해 줄 초능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지점은 이 존재가 어떻게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지 그 지점에 이르는 길이다. 

4. '염력'은 두 개의 핵심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신루미와 엄마를 버리고 도망간 신석헌이 엄마의 죽음으로 다시 딸과 만나 화해하는 이야기, 그리고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민들이 거대 기업(용역깡패, 경찰)과 싸우는 이야기다. 우선 이 이야기는 가족을 잃은 자들의 관계를 회복시킨다. 정말로 이 영화는 엄마의 죽음이 아빠에게 초능력을 준 것처럼 연출한다. 억울한 죽음이 산 자들에게 관계의 회복을 이끌어내고 있다. 죽음으로 상처받은 자들이 연대해 상처를 극복하려는 모양새다. '염력'은 그 회복의 과정을 길게 담아내고 있다. 

5. 이제 중요한 것은 용산참사를 빗대서 만든 재개발 지역 주민들과 건설기업 간의 갈등이다. 용역업체를 운영하는 민사장(김민재)과 철거민들의 갈등은 건설사의 홍상무(정유미)가 개입하면서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다. 이 사태가 바로 용산참사(처럼 그려진 싸움)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방식은 '모두를 구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화를 돌이켜보면 이 갈등에서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다. 죽을 뻔한 사람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구해진다. 마치 타임리프를 해 그날의 용산으로 돌아가 비극적인 사건을 막아내듯 모두를 구해내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평행우주를 만들어버린다. 아마 "그날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많은 사람의 바램이었을 것이다. 

6. 사실 이런 바램은 다소 오지랖으로 보일 수 있다. 앞서 '공동정범'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산 자들의 고통스런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이 용산은 고층건물들이 들어서고 낡은 상가들은 철거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너무 이른 위로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이 지점은 사건과 무관한 내가 섣불리 결론 지을 일은 아닌 것 같다. 그저 가능하다면 용산참사의 관계자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소감을 가질지 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7. 영화는 사건 속 '나쁜 놈'을 명확하게 규정짓는다. 현장에서 사건을 진압한 경찰들 역시 '피해자'처럼 묘사한다(심지어 용역깡패들 역시 '먹고 살기 위해 뛰어든 사람들로 묘사한다). 단 경찰들을 조종한 거대 자본만을 '진짜 악(惡)'으로 표현한다. 히어로 영화 속 꽤 단순한 선악 구분이지만 이 경우에는 꽤 확실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사람의 삶의 터전을 부수고 상업적 공간을 짓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폭력'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용산 역시 '재개발'이라는 자본주의의 폭력에 의해 일어난 참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용산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것을 보여준다. 

8. 그런데 이 영화에는 '용산참사' 말고도 꽤 재미난 이야기를 꺼낸다. 바로 시내 면세점 비리다. 영화에서 루미가 사는 동네를 철거하고 짓는 것이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면세점이다(사소한 오류라면 보통 면세점을 짓기 위해 대규모 철거작업을 진행하진 않는다. 면세점이 실제로 그리 많은 면적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들의 보유한 건물 중 일부 공간을 활용해 시내면세점을 연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 면세점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사업이 중단되고 철거된 동네는 공터만 남게 된다. 실제로 서울 시내 면세점 역시 너무 많은 특허권을 남발해 면세점에 뛰어든 기업들의 실적이 모두 좋지 않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특허권 취득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해 면세점을 열었다(최순실씨와 연관이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시내 면세점이 비리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허무한 결론을 맞게 된 것이다.

9. 좋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유미가 연기한 '홍상무'가 대단히 재미있다. 그녀는 평소의 러블리함을 고스란히 유지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악역(메인 빌런)이다. 그러니깐 대단히 나쁘지만 관객들은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보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거대자본은 착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진 악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소시민들은 그 자본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거대기업이 제공하는 재화(財貨)나 서비스는 예쁜 디자인과 친절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지만 결국 주머니를 털어가고 구매자를 호구로 만드는 악마다. 적어도 이 영화는 자본을 그렇게 묘사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정유미가 그 여리고 사랑스런 얼굴로 악역을 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10. 결론: '염력'은 꿈같은 영화다. 해체된 가족은 다시 만나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 마을 공동체는 치맥을 기울이며 즐거운 함박웃음을 짓는다. 작은 푸드트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신석헌은 눈을 감고 있다. 이것은 꿈같은 영화다. 행복한 꿈을 꾼 신석헌은 눈을 뜨면 죽은 딸의 싸늘한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간절히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슬픈 꿈이기 때문이다. 


추신) 신석헌이 경찰서를 탈출할 때 데드풀이 나타나 박수를 칠 것 같았다. "Yeah~ Super Hero L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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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걷기왕'은 대단히 예쁘고 세련되고 발랄하게 시작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발랄하게' 시작한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도 '발랄'했을까?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발랄함'과 '오버액션'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걷기왕'은 오버하는 영화다. 이것은 이후 영화를 통째로 망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건 좀 천천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2. '걷기왕'을 다 봤을때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 작품은 정지우 감독의 '4등'이다. '걷기왕'과 '4등'은 이야기 하려는 사람의 의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작가가 관객에게 전하려고 마음 속에 품어둔 이야기는 거의 똑같을 정도로 닮아있다. 그런데 그 마음 속의 보따리를 관객에게 풀어놓는데서는 역량의 차이가 나타난다. 


3. 우선 만복이(심은경)는 과민성멀미(?)라는 핸디캡을 가진 여고생이다. 모든 '탈 것'을 타면 구토증세가 일어나는 이 소녀는 기어이 2시간 거리의 학교로 '걸어서' 통학한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등교하지만 남들보다 뒤쳐지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만복이의 마음 속에는 약간의 '불안'도 있었다. 이 핸디캡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학교생활에 의욕도 없다. 만복이는 늘 자신이 뭐가 될 지 불안해 한다. 만복이의 불안을 그대로 잡아낸 사람은 오지랖 넓은 담임선생님(김새벽. 이 영화의 유일한 악역)이다. 담임은 만복이에게 '경보'를 제안하고 기어이 만복이를 이 세계로 끌어들인다. 


4. 경보는 만복이에게 무언가 '한다'는 의미다. 핸디캡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두려웠던 만복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복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그것은 세상의 질서 속으로 들어온 것이며, 다시 말해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경쟁임을 강조한 것은 '4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4등'에서의 준호(유재상)는 기어이 스포츠 안에서 경쟁을 거부해버린다. 


5. '4등'이나 '걷기왕'이나 메시지는 일맥상통한다. 경쟁을 거부하고 온전히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소년소녀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깐 과열경쟁사회에 일침을 던지는게 두 영화의 공통된 메시지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결정적으로 '표현'(연출)에서 완전히 갈라진다. 세련되고 절제된 연출로 이야기에 힘을 실어줬던 정지우 감독에 비해 백승화 감독은 마치 "웃겨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진 것처럼 오버를 해댄다. 그렇다, 앞서 말한 '오버'. 영화를 통째로 말아먹은 이 '오버'. 영화는 마치 만복이처럼 적당한 조증에 걸려서 이리저리 날뛰고 있다. 


6. '걷기왕'은 좋은 메시지를 가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힘을 싣는 것보다는 웃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개그는 마치 '사족'처럼 지저분하게 널려있고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 자꾸 곁가지를 친다. 당연히 이야기와 주제의식은 옅어지고 인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도 떨어진다. 관객은 엉켜버린 이어폰 줄을 풀 듯 이야기를 풀어 영화의 메시지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기호와 상징을 풀어 이야기를 이해하는 영화와는 다르다. 이것은 기호와 상징이 아니라 온전히 '훼방요소'이기 때문이다. 앞서 강조했지만 개그가 이야기를 방해하고 있다. 


7. 만약 '4등'이라는 영화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걷기왕'은 조금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등'은 많은 사람이 감동한 '올해의 걸작'으로 남아있다. 나 역시 '4등'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그러니깐 '걷기왕'은 이런 '4등'과 비교를 당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애석하지만 '필패'(必敗)의 각이다. 이건 어떻게 구해 낼 방법도 없다. 그저 영화가 저지른 과오와 과욕을 온전히 감내하는 수 밖에...


8. 결론: 차라리 '4등'보다 빨리 만들었다면 나았을까... 구해낼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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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영화를 안 보셨으면 읽지 않는게 좋습니다.



제목에 거창한 '심폐소생술'이라고 써붙였지만 이것은 그저 "이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작은 바램입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폐기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허점투성입니다. 디테일을 헤집어보면 말같지도 않은 상황의 연속이죠. 하지만 3일만에 이 영화를 두 번 보고 나니 "살릴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보이더군요. 게다가 감독의 세세한 연출감각은 꽤 괜찮은 편이라 그냥 두기 아까웠습니다. 작은 디테일의 오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마 큰 줄기 몇 개를 손보고 나면 이 영화의 디테일은 완전히 새로 구성돼야 할테니깐요.





1. 정민수(오태경)와 차형사(안재홍)의 캐릭터는 삭제해야 한다.

- 이 영화는 스릴러 치고 대단히 복잡하다. 인물도 많고 그 관계와 성격 또한 구분이 모호하다. 추리 스릴러의 성격도 아니면서 판을 크게 벌인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는 기본적으로 '더하는' 작업이 아닌 '빼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거기서 가장 먼저 빼야 할 부분은 정민수와 차형사다. 

- 정민수는 이야기를 흐트러뜨리고 주위를 분산시키는 결정적 인물이다. 이 이야기에서 굳이 살인자를 모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만약 정민수에 대해 "김기범(김성오)이 감옥에서 나와 해야 할 일"이라고 정의내린다면 나는 그에게 다른 동기를 부여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어차피 정민수는 이 이야기에서 '김기범의 동기'라는 것 외에 별 다른 역할이 없다. 이 역할은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야 할 인물이다.

- 차형사는 안재홍이라는 핫한 배우를 기용할 정도로 신경 쓴 인물이다(촬영 당시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영화 초반에 꽤 신경써서 보여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별 도움이 안된다. 나는 그가 '베테랑'에서의 막내형사같은 역할을 하길 바랬다("어떤 새끼가 막내한테 칼침을 놨어?!"). 멍 때리다가 칼침맞고 실려가긴 하지만 그 정도 역할이라면 이름없는 단역으로 해도 충분했다. 

- 희주의 엄마와 그 가족사는 이야기의 특징에 따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이야기라면 꽤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가 변경되는 상황에 따라 빠져야 할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 변경(안)에서는 희주 엄마의 역할은 삭제돼야 한다.




2. 인물이 빠진 공간은 희주(심은경)와 기범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메운다.

- 이야기는 주변인물을 보여주느라 정작 중요한 인물들을 언급하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반드시 보여져야 할 부분은 희주가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과 그것의 준비과정이다. 주변인물이 사라진 만큼 두 사람의 대립각은 더 극적으로 부각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희주가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또 두 사람이 대립하는 장면을 좀 더 긴장감있게 묘사하는게 좋다. 

- 필요에 따라서는 추격전을 다수 넣는 것도 좋다. 영화에서도 보여지만 추격전 꾸미는 재주도 괜찮다. '추격자'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은 두 사람의 대립관계를 대단히 원초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추격전'이 있었다. 이 영화는 추격전을 더 넣었어야 했다.




3. 복수의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 이 영화가 저지르는 복수는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일단 피복수자에 비해 가복수자가 손해보는게 너무 많다. 그리고 영화 내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지문감식과 탐문수사만 해도 김기범이 범인이 아닌건 다 드러난다. 영화의 엔딩은 사실 실현불가능에 가깝다. 

- 복수의 패턴과 방법은 작가의 상상에 맡기는게 좋지만 제안을 하자면 기범의 가족을 하나 두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경우 부녀자들을 무참히 살해했지만 자기 아들은 끔찍히 챙긴 걸로 알고 있다. 이같은 관계를 설정한 뒤 희주가 기범의 아이를 노리는 것으로 복수의 방식을 바꾼다. 간단하지만 효율적이고 두 사람의 관계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이 된다. 

- 다소 식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신선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대신 웰메이드를 고집하는게 맞다. 튀는 아이디어보다는 논리적인 전개가 중요하다. 만약 내 제안보다 누군가 더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제안을 따르는 것도 좋다. 단, 지금의 방법은 확실히 아니다. 




4. 희주의 성격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 희주의 성격에 대해서는 작가가 충분히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는지 당최 몰입이 힘든 캐릭터가 돼버렸다. 제안을 하자면 희주가 지금보다 밝은 캐릭터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치 형사삼촌들의 도움으로 상처를 극복한 듯 보이지만 냉정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그리고 희주와 기범의 갈등이 강조된다면 그만큼 액션씬도 많아질 수 있다. 이 경우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캐릭터와 어울릴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녀는 '헥토파스칼킥'이라는 희대의 명품액션을 선보인 바 있지만 이건 좀 더 심각한 액션이 돼야 한다. 심은경이라는 배우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건장한 성인남성과 육탄전을 벌이는 심은경을 보는게 대단히 어색할 수 있다. 

- 사실 어린 소녀가 건장한 성인남성을 상대로 목숨을 건 복수를 계획한다고 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체력을 키우고 격투를 연마하는 것이다. 그것은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가 15년간 갇혀있으면서, 복수를 계획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다. 




5. 대영(윤제문)은 극 중후반에 희주를 의심해야 한다.

- 이야기 내내 무쓸모였던 경찰이 제 역할을 하는 방법이다. 대영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희주를 의심한다. 애써 그것을 부정하지만 사건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희주가 기범을 압박하기 위해 저지른 일련의 범죄에 대한 정황이 드러난다. 대영은 희주를 멈추게 하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희주는 대영의 총에 맞는다. 

- 앞서 언급한 '제안'을 전제로, 복수가 완성되기 위해 기범의 아들은 희주의 손에 죽어야 한다. 그리고 기범 역시 희주와 격투를 벌이다 희주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희주는 대영에 의해 검거돼 감옥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복수를 꿈꾸고 계획한 희주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그녀를 돌봤지만 그녀의 성장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대영의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지금 그 장면 그대로면 된다. 




6. 디테일한 논리는 완전 다시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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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2016.04.11 06:02 address edit/delete reply

    저는반대로 정민수 김기범 남희주 삼파전으로 풀었으면 더 재밌었을거같던데
    정민수랑 김기범이 제대로 붙을것처럼하다 너무 시시하게 마무리되서 두캐릭터 격투신정도는 있었어야하지않나 싶네요
    복수당해야할 살인마에게 다른 살인마가 찾아간다
    되게 매력적인 스토리였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정민수를 죽이다니






얼마전 M.net에서 방송하는 '위키드'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어린이들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확실히 내 취향인 프로그램은 아니라서 적당히 보다가 넘겼다. 원래 어린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별로 안 좋아한다. 두 장르가 절묘하게 만났다. 도저히 볼 이유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K팝스타'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도 별로 안 좋아한다. 한참 꿈을 꾸고 사랑을 배워야 할 나이에 '경쟁'을 먼저 배우고 좌절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게 괴로웠다. '꿈'을 위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꿈'을 위해 그토록 가혹한 상황에 던져놔야 한다는 것은 여느 '학대당한 아이들' 못지 않게 잔인한 장면이다. 게다가 TV프로그램이라는게 대기업의 공산품과 같아서 겉으로는 "아이들의 꿈을 위한다"고 하지만 광고가 오고 가고 자본이 움직이는 '머니게임'이다. 학교에서 공부로 경쟁하는 아이들은 기어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돈에 휘둘린다. 기어이 어른들이 '극혐'이 되는 순간이다.


여기에 또 하나 괴로운 이유는 여러가지 경험하고 꿈을 키워야 할 아이들이 너무 일찍 꿈을 정해버리는 것이 슬펐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탓에 다른 것을 보려 하지 않았고 경험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청춘의 특권, 혹은 그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누리기 위해 조금 꿈을 늦게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부터 언급하는 두 배우, 심은경과 김유정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된 아이들이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대표하는 아역배우의 시절을 거쳤고 지금은 새 시대를 이끌 대세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배우들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의 추억보다 일에 집중했을 것을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물론 두 사람 뿐 아니라 많은 아역배우들(아이돌 가수)이 꿈을 위해 젊음의 특권을 내려놨을 것이다. 이 글이 그 소년과 소녀들에게 전하는 응원이자 위로였으면 좋겠다.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부터 쌓아온 커리어이며 지금도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그들의 경력에 존경을 표하며 이 글을 시작한다.




1994년생인 심은경은 11살때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주인공 명세빈의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드라마에서 대부분 '주인공의 아역'으로 커리어를 쌓는다. 많은 아역배우들과 다를 바 없이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듬해 그녀는 영화팬들이라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영화 '도마 안중근'에서 안중근의 딸로 출연하며 영화에 데뷔한다. '도마 안중근' 이후 2007년까지 드라마로 커리어를 쌓던 심은경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한 차례 화제를 모은다. 이때도 그녀는 여자주인공 이지아의 아역이었다. 


심은경의 두 번째 영화는 2007년 '헨젤과 그레텔'이다. '누구의 어린 시절'이 아닌 온전한 자기 역할로 등장한 게 꽤 오랜만인 작품이다. 이 기괴한 변주곡에서 심은경은 극의 분위기에 잘 맞게 기묘한 분위기를 살린다. 이후 심은경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 가며 열심히 커리어를 쌓는다. 영화팬이라면 심은경의 작품 중 특히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 '불신지옥'일 것이다. 찍는 본인은 대단히 괴롭게 찍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보는 관객들은 "이게 몇 년만에 보는 국산 호러의 수작이냐"며 열광했다(물론 흥행은 잘 안됐다). 


그리고 2011년, 심은경 커리어의 정점이 된 영화 '써니'가 공개된다. 여기서도 그녀는 이전처럼 '누구의 어린시절'이었지만 그 어린 시절이 영화의 중심인 작품에서 그녀는 충분히 빛을 발했다. 마치 "어린 시절도 해 본 사람이 안다"는 것을 보여주듯 능숙하게 철없는 여고생의 모습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녀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수상한 그녀' 등에 출연하며 또래의 20대 여배우들이 갖지 못한 대기록을 갖는다. 최근 한국영화를 돌이켜보면 '여배우 원톱주연작'을 찾기가 어렵다. 심은경의 작품 '수상한 그녀'는 여배우 원톱주연작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아마 과거에도 이 정도 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고교시절 심은경은 연기활동을 쉬고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관객 입장에서 그 공백이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지만 심은경은 스스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때문인지 2015년부터 심은경은 거침없이 바쁜 행보를 보내고 있다. 마치 "제가 지금부터 거침없이 달릴테니 손잡이 꽉 잡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로봇, 소리'를 시작으로 '널 기다리며', '서울역', '조작된 도시'(가제), '궁합', '걷기왕', '특별시민' 등. 심은경은 바쁘다. 그래서 팬들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초창기부터 '가장 핫한 아역배우'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유정은 공교롭게도 심은경과 같은 해에 데뷔한다. 그러니깐 그때 그녀의 나이 6살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김유정은 초창기부터 영화에 집중했다. 영화데뷔작은 역시 영화팬이라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영화 'DMZ비무장지대'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작품은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다. 이후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어느날 갑자기', '각설탕' 등 영화 위주로 경력을 쌓다가 2006년이 돼서야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로 입문한다. 


초창기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누구의 어린 시절'을 도맡던 김유정은 2008년 영화 '추격자'에서 미진의 딸로 주목을 받는다. 서슬퍼런 이 스릴러영화에서 김유정은 훈훈한 쉼표이자 관객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끌어내는 정점이었다. 그리고 다음해 괴상한 천만영화 '해운대'에서도 영화의 한줄기 희망처럼 영화를 빛내준다. 김유정도 어쩔 수 없이 '누구의 어린 시절' 혹은 '누구의 딸'이었지만 굉장히 다작을 한 편이다. 


이 다작을 거쳐 2010년에는 개인적으로 김유정을 기억나게 하는 작품 '구미호:여우누이뎐'을 만나게 된다. 온전히 자기 이름으로 한 연기이며 끝까지 극을 이끄는 주연이었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연이(김유정)를 대단히 좋아한다. 강하지만 여리고 슬픈 소녀 구미호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온전히 김유정의 덕이었다. 이 작품 이후 2년 뒤, 김유정의 운명의 작품인 '해를 품은 달'을 만난다. 영화로 먼저 시작한 김유정이지만 그녀를 스타로 이끈 작품은 드라마다. 어쩐지 심은경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다소 이른 나이에 '아역'의 티를 벗는게 아닌가 싶겠지만 김유정은 일찌감치 아역을 벗어난다. '동창생'과 '우아한 거짓말' 등에서 그럴듯하게 중심을 잡고 자기 역할을 해내는 김유정은 여전히 소녀지만 또래의 배우들이 감당하지 못할 굵직한 역할을 소화해낸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오고가며 거침없이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 여배우는 대단히 이른 나이에 '아역'을 넘어 '대세'가 돼버렸다.




10년이 넘는 커리어를 착실히 쌓은 두 여배우의 '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 있을까? 물론 성인이 돼서 시작한 연기와 아역부터 시작한 연기는 다르다. 교사들에게 주로 듣던 이야기가 "아이들은 학습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같은 외국어를 배워도 어른이 돼서 배우는 것보다 아이때 배우는 것이 잘 습득된다는 것이다. 연기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심은경과 김유정, 그리고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많은 아역배우들은 교과서적이고 잘 학습된 연기를 보여준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국의 여러 작품들에서 아역들에게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일테니 말이다. 


심은경과 김유정은 이미 10년 넘게 그런 학습을 활용하고, 활용하며 학습해왔다. 알파고가 대국을 반복하면서 진화하듯, 아역배우의 연기는 그렇게 진화해왔다. 이 진화가 여실히 보여지는 것은 두 배우의 '집중력'에 있다. 역할에 온전히 빠져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다. 어쩌면 이것은 심은경과 김유정의 최대 장점일 수 있다. 아역배우들은 주로 경력이 꽉 찬 성인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출 때가 많다. 주로 '누구의 딸'일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이들을 상대하는 부모들은 경력이 꽤 쌓인 성인연기자다. 그들을 상대하면서 집중력을 '경험'한 배우들은 커서도 그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역배우 출신들이 연기를 잘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앞서 내가 말한 것과 대단히 상반된다. "너무 일찍 꿈을 향해가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놓고서 "연기는 어릴때 시작하는 것이 잘하는 길이다"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두 배우의 학창시절을 100% 알지는 못하지만 또래들과 다른 생활을 보냈으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 시절이 두 사람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꿈을 위해 희생한 시간이라고 감내하고 이겨냈을 수도 있고 마음 한 켠의 진한 아쉬움, 후회로 남았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라도 후자로 그 기억이 남아있다면 "버린 만큼 얻어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 삶에 확실한 무기를 갖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다. 겪어보니 알겠다.




씁쓸한 이야기는 20대가 되면 또래의 친구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성공한 아역배우에게도 예외가 없는 일이다. 한 아역배우는 어린 시절 큰 주목을 모으다 지금은 연기활동을 접고 무용 프로듀서로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그녀의 행보는 배우와 상관없는 30대 아저씨인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바로 지금, 혹은 몇 년 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찾아올 때 부디 그녀들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 설령 그녀들이 앞서 말한 모 아역배우처럼 연기활동을 접고 다른 길을 가더라도, 박수와 응원으로 그녀들을 보내주고 싶다. '꿈'과 '행복'은 별개의 문제다. 나와 상관없는 소녀들이지만 이들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팬심'이 그런 것이라면 이것을 '팬심'이라고 해두자.


심은경은 1994년생, 올해 23살이다(만으로는 21살이다). 김유정은 1999년생, 18살이다(만 나이는 굳이 적지 않겠다). 배우로서 10년 이상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만 진짜 자신만의 연기가 완성되는 시기는 바로 지금부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그녀들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우로 남건, 아니면 그만두건, 어디선가 온전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 심은경과 김유정, 또래의 아역배우들, 그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아무리 후진 세상을 만들어놔도 부디 그들이 살 세상은 정이 넘치고 갈등하나 화해할 줄 아는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갈등없는 세상은 좀 비인간적이다). 그들은 누구의 딸(아들)도 아닌 그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추신) 심은경과 김유정은 2009년 '불신지옥'에서 함께 만났다. 당시 심은경은 주인공 소진이었고 김유정은 형사 태환(류승룡)의 딸로 '우정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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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V0d 2020.07.04 16:11 address edit/delete reply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언듯 장훈 감독의 '고지전'이 떠올랐다. 한국전쟁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를 깨부수며 '대립의 전쟁'이 아닌 '혼돈의 전쟁'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모홍진 감독의 '널 기다리며'는 스릴러의 전형을 파괴하는 색다른 플롯을 가지고 있다. 확실히 이건 눈에 띈다. 하지만 플롯 예쁘게 깔아놓고 수습을 못하는, 한국영화의 아주 '전형적인' 실수를 범한다.


2. 이것은 아주 간단한 복수극이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15년형을 받고 출소하길 기다렸다가 복수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희주(심은경)가 복수하는 패턴이 대단히 신선하다. 영화를 보면서 "저게 복수가 될까?"라는 의심이 시종일관 들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복수가 되긴 했지만 그 인과관계에 대한 법적 해석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여담인데 이 영화도 GV이벤트를 한다면 반드시 형사사건 법률전문가를 불러야 할 것이다. 표창원 교수는 바쁘시니 다른 분이라도...


3. 어떤 이야기는 단순해도 재밌을때가 있다. 나홍진 감독(모홍진 말고)의 '추격자'는 대단히 단순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재밌었던 것은 충분히 힘을 줬던 '연출' 덕분이다. 사실 단순하기에 더 힘을 가질 수 있었고 직진할 수 있었다. 


4. '널 기다리며'는 힘을 빡 주고 직진하기에는 인물관계가 다소 복잡하다. 그 덕에 기대했던 인물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참사'가 일어난다. 스포일러가 될까 언급을 하진 않겠지만 영화에서 꽤 흥미로운 인물이 의미없게 버려진다. 만약 그 인물을 뺐으면 어떨지 계산을 해봤다. 차라리 그 인물을 빼고 세 사람의 대립에 집중했으면 어떨지 생각해봤다.


5. 영화를 보던 중간에 이르러서는 대영(윤제문)의 캐릭터에 기대가 생겼다. 대영이라는 인물이 갖게 될 갈등과 딜레마, 고통이 더 강조됐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이런 바램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이뤄진다.


6. 내가 이야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모홍진 감독의 디테일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범죄스릴러에 필요한 디테일을 잘 알고 있으며 스크린에 그것을 꽤 성공적으로 표현해낸다. 꽤 잔혹하고, 꽤 긴장감 있다. 하지만 '복수'라는 키워드가 전혀 묵직하게 다가오지 못한다. 이게 바로 '이야기'의 잘못이다. 조금 더 간단했어야 했다.


7. 희주라는 캐릭터는 거의 이중인격자에 가까울 정도로 성격이 나눠져있다. '소녀'와 '살인자'의 이중성을 품고 있지만 은근히 두 캐릭터가 만나는 지점도 있다. 예를 들어 편집증적인 정리벽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배우 역시 표현이 어려웠을 것이고 감독 역시 디렉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심은경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희주를 표현해내지만 이것은 마치 '두 명의 희주'를 보는 기분이다. 만약 희주가 정말 '이중인격자'가 아니라면 이런 작업이 굳이 필요했을지 의문이다. 그토록 완벽한 복수의 계획을 준비한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충동'과 '침착'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예를 들어 희주가 **를 죽일때는 매우 충동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영화 전체의 희주를 봤을때는 꽤 낯선 상황이다. 경찰을 뛰어넘는 프로파일링과 수사능력을 보여줄 정도로 냉철하고 침착한 희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8. 경찰은 이 영화 최고의 문제꺼리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멍청하고 무능하게 등장한다. 여기에는 대영과 그 팀들도 예외가 없다. "실제로 무능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이야기에서 그렇게 무능해 버리니 이야기에 힘이 빠진다. 앞서 말한 '흥미로운데 버려진 캐릭터' 외에 '딱히 없어도 될 것 같은 캐릭터' 대부분이 경찰에서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 '추격자'에서도 경찰은 무능했다. 하지만 거기서는 경찰이 무능해서 갈등을 키우기라도 했다. '널 기다리며'에서는 그것도 못한다. 말 그대로 진짜 '무능'하고 '무의미'하다. 설령 현실의 경찰이 그렇더라도 영화에서는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9.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캐릭터 김기범(김성오)은 이 영화의 백미다. 히스테릭하고 차가운 그의 모습은 근래 보기 드문 '괜찮은 살인범'이었다. 그의 육체적 노력만큼 스크린에 보여지는 모습은 꽤 소름돋았다. 물론 뒤로 갈수록 그에게 연민이 생기는 걸 보니 이 역시 '실패한 디테일' 중 일부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10. 결론: 오래전부터 '한국 상업영화의 고질적 병폐'라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판을 벌려놓고 수습을 못하는 것이다. '널 기다리며'는 화려한 전주한정식처럼 상을 차린다. 하지만 민어전은 태웠고 신선로는 짜다. 갈비찜은 너무 졸여서 퍽퍽하고 동치미는 덜 익어서 '물에 빠진 무'에 가깝다. 너비아니에서는 뼛조각이 씹히고 육회는 너무 달다. 화려한 한상차림 먹어서 나쁘진 않았지만 차라리 50년 전통의 잘하는 해장국 한 그릇을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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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호재 감독의 전작인 '작전'에 대한 인상이 대단히 좋았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대해 다분히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줄 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자신의 영화처럼 작전을 짜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었다. 그 좋은 인상 탓에 '로봇, 소리'에 대한 기대도 꽤 컸다. 


2. '로봇, 소리' 역시 전략적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유주(채수빈)의 흔적을 차근차근 추적한다. 여기에 양념처럼 가미된 개그상황은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배가시킨다.


3. 흡사 'E.T'가 떠오르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담요 뒤집어 쓴 E.T나 후드티 뒤집어 쓴 소리(심은경)나 별 차이가 안 느껴진다. 정말 'E.T'를 패러디한건지 감독의 이야기를 찾아봐야겠다. 


4. 이 이야기가 탄탄해진데는 배우 '이성민'의 공이 매우 크다. 다른 것보다 '몸개그'와 '슬픔'을 자유자재로 널뛰는 연기는 이 이야기만큼이나 다이내믹한 경험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특히 무생물을 상대로 연기하는 쉽지 않은 경험까지 훌륭하게 해낸다. 


5. 이 영화에서 외계인이자 미지의 생명체를 담당하는 '소리'는 완벽한 앙상블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E.T 못지 않게 귀여운(?) 얼굴에 사람 못지 않게 섬세한 동작은 어설프게 만들어진 석유시추선의 괴물보다 한결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다. 또 심은경의 로봇 목소리 연기는 사라진 딸 유주를 겹쳐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소리의 목소리 연기를 유주와 또래의 여배우가 했다는 것은 이 부분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호재 감독의 장기인 '전략적인 연출'이 소리에게 완전 집중된 기분이다. 다분히 전략적으로 '올해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6. 평소 좋게 봤던 배우 채수빈의 첫 장편 상업영화라서 꽤 기대했다('나의 독재자'에도 출연했다고 하지만 단역이라니 넘어가는 걸로 한다). 사실 저런 연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극도로 적은 분량이지만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관객은 유주가 없는 장면에서도 끊임없이 그녀를 그리워해야 한다. 이것은 이성민의 연기가 기여하는 바도 크지만 아빠 '해관'과 관객들 모두 유주를 그리워할만큼 애절해야 한다. 채수빈은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애절함과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해서 연기한다. 만족스럽다. 영화 많이 했으면 좋겠다. 


7. 이희준, 이하늬, 김원해 등 버릴 배우는 하나도 없다. 심지어 요즘 대세 류준열까지 잠깐 등장해서 제 할 일을 해낸다. 이 리뷰에서 이렇게 주구장창 배우 이야기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배우들에게 만족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8. 이야기는 다소 예상이 가능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대구 지하철 참사에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음성메시지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예상 가능한 이 지점에서도 사람을 울린다. 특히 슬펐던 부분은 행여나 사고 유가족들이 볼까 싶어서 화재장면을 그렇게 슬쩍 터지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 결정적인 마지막 통화는 충분히 보는 이를 눈물짓게 한다. 


9. 사실 며칠 전에 봤던 '오빠생각'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둘 다 관객을 울릴 영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울어! 울란말이야! 슬프잖아! 울어!"라며 관객을 쥐고 흔드는 것은 '오빠생각'이다. 그리고 "우...울지마...아냐..아냐, 괜찮아...괜찮...크흡..."이라며 억지로 울음을 참는 영화는 '로봇, 소리'다. 뭘 고르건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될 일이다. 


10. 이런 '로봇, 소리'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가장 결정적인 통화가 드러난 이후에 연출이 다소 실패한 듯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객을 12년전 대구로 데려갔다가 급작스레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결정적인 순간 기운이 빠진다. 아무래도 소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행여나 볼 유가족'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11. 결론: 연출자가 냉정을 찾으면 관객은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이 섬세하고 배려 넘치는 연출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추신) 관객들에게 '소리'의 페이퍼토이를 나눠줬다. 조립해서 SNS에 올리면 추첨해서 예매권을 준댄다. 귀찮다.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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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영화에는 '여배우 트로이카'라는 말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가 희한하게도 3명씩 잘 묶여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 범주에 들 정도라면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말이 된다. 여배우 트로이카의 계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다. 문희-윤정희-남정임으로 이어지는 1세대부터 70년대 장미희-유지인-정윤희,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최진실-심혜진-김혜수,  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초반 고소영-심은하-전도연 등이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3대 로코퀸으로 불리는 하지원-김하늘-손예진이 한국영화의 대표 여배우로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 한국영화를 살펴보면 유독 여배우의 자리가 없다. 남성중심의 한국영화와 아이돌 겸업 배우들의 등장으로 연기에 전념하는 여배우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참고로 말하자면 연기에 전념하는 여배우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스타가 되기 위해 연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로서 뜻을 가지고 임하는 '진짜 배우'만이 감히 '트로이카'에 들 수 있다. 


말 나온 김에 '여배우 트로이카'에 대해 나름 정의를 내려보겠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연기력과 인기 모두 검증받아야 하며 레드카펫위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돼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작품을 이끌 수 있을만큼 스타성도 갖춰야 한다. 그야말로 연기력과 미모, 스타성을 두루 갖춰야 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나름 분류해보는 이 정의에는 '트로이카'라고 단순히 3명만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과거 고소영이나 심은하, 전도연, 하지원, 김하늘 등 트로이카 배우들의 전성기에 비하면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는 현재 그녀들의 위치 외에 '장래성'이라는 키워드를 하나 더 둘 계획이다. 물론 지금도 대단한 여배우들이지만 "앞으로 더 대단해질 수 있는가" 역시 고려해서 언급할 것이다.




강소라, 이제 '원톱주연'만 남았다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으로 데뷔한 강소라는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1년 '써니'에서 어린 춘화역으로 심은경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이 배우는 이후 몇 개의 일일극과 영화 '파파로티' 등을 오가며 활동했다. 강소라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드라마 '미생'에서였다. 연극과 독립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총망라한 이 드라마에서 강소라는 비중있는 주연 '안영이' 역을 맡아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도 유연석과 함께 안정적으로 작품을 이끌었다. 


강소라가 스타로서 검증받은 작품은 사실 한없이 모자르다. 출연한 영화도 겨우 3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의 바깥에서 차분하게 스타성을 쌓아올리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스타로서 강소라의 인지도는 이제 쌓일만큼 쌓인 듯 하다. 이제 켜켜히 쌓인 스타성을 터트릴 좋은 영화만 만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금 드라마 끝냈으니 좀 쉬고 싶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물 들어올때 노 젓는게 좋다. 이미 그녀의 소속사에는 적잖은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강소라는 충분히 기다릴만큼 기다린 것 같다. 이제 터트릴 작품만 고르면 된다.




고아성, '봉준호키드'의 무한 가능성


고아성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스타성이 더 확고한 배우다. 고아성의 스타성은 박신혜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봉준호키드'로 '괴물'과 '설국열차' 등을 통해 칸영화제와 미국·유럽 극장가에 얼굴을 알린 고아성은 해외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촉망받는 한국 여배우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최근 출연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안정된 연기를 보이며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 '여배우'로서 고아성에게는 도저히 흠잡을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스타로서 고아성에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고아성 스스로도 '스타'가 되는데에 큰 관심이 없어보인다는게 더 큰 문제다. 고아성은 최근 출연한 영화 '오피스'를 통해 칸 영화제에 얼굴을 내비쳤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도 출연했다. 물론 이한 감독의 새 영화 '오빠 생각'에서도 임시완과 함께 연기를 펼치지만 그녀는 확실히 스타로서 커리어에는 관심이 없다. 


'여배우 트로이카'를 묻는 이 글에 그녀를 언급하긴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 그녀는 '트로이카'의 행보에 서 있는 배우는 아니다 과거를 되짚어봐도 강수연이 '트로이카'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는 않았다. 차라리 고아성을 두고 '차세대 강수연'이라고 하면 좀 더 어울릴 것 같다. 어쨌든 트로이카건 아니건 고아성이 한국영화를 이끌 재목이 될 것은 확실해보인다.




김고은, 트로이카에 가장 근접한 '배우'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김고은이야 말로 한국영화를 이끌 차세대 여배우에 가장 근접해있다고 본다. 김고은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여배우다.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영화 '은교'에서 보여준 당돌한 연기와 이후 '몬스터', '차이나타운'에서 보여준 모습은 '여배우'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큼 강렬했다. 청순하거나 섹시한 여배우에게 지칠 수 있는 대중들에게 그녀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배우다. 특히 대배우 김혜수와 붙어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는 이 가녀린 여배우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실감케 한다. 


'대세 여배우'로서 면모를 실감케 하듯 그녀는 연이은 영화 캐스팅 소식을 알리고 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협녀:칼의 기억'에서는 이병헌과 전도연이라는 거물급의 틈바구니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후 준비하고 있는 영화 '성난 변호사(가제)'와 '계춘할망' 등에서도 대선배 이선균, 윤여정 등 선배 배우들과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김고은은 배우로서 타고난 내공과 끼를 갖춘 것 뿐 아니라 '두려움'이 없는 것도 최대 강점이다. 그리고 약점이라면 역시 '스타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여성용품 CF가 아니면 그녀의 밝은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녀의 영화가 단 한 번이라도 흥행대작에 들 수 있다면 '트로이카'라는 위치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박보영, 가장 뜨거운 20대 여배우


박보영의 스타성은 이미 또래 여배우들 중 최고 수준이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적재적소에 오가며 특유의 매력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박보영은 아역시절부터 쌓아온 내공으로 튼실한 연기마저 보여준다. 박보영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라는데는 도저히 태클을 걸 것이 없어보이지만 공교롭게도 태클은 충분히 걸 수 있는 상황이다. 완벽하고 튼튼한 필모그라피를 구사했고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다수 찍었지만 그녀의 최대 약점이라면 역시 '외모'다. 


외모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작성자는 박보영 팬이다). 단지 약점이라면 어릴때 얼굴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동안외모'다. 박보영은 1990년생으로 올해 26살이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배우라면 어느 정도 성숙한 연기를 보여줘야 하지만 박보영은 그게 쉽지 않다. 최근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과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등에서 '어른'에 도전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박보영이 다 큰 어른의 연기를 하는 것은 배우로서 앞으로의 커리어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른의 연기가 가능해야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래야 대중들이 박보영에게 질리지 않고 더 오래 그녀의 연기에 열광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중반의 박보영은 또래들 중 최고 스타배우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




박신혜, 아역부터 쌓아온 튼튼한 내공


박신혜가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출연할 당시 그녀의 나이 겨우 14살이다. 이때부터 박신혜는 아역배우로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왔다. 틈틈히 영화 '전설의 고향'이나 '도마뱀'에 출연했던 박신혜는 스무살이 되던 2009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이때부터 박신혜는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박신혜의 스타성은 이미 드라마에서 입증됐다. '피노키오'와 '상속자들' 등 최근까지 트렌디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고 '7번방의 선물', '상의원', '사랑의 가위바위보' 등 영화 출연도 꾸준히 이어갔다. 박신혜의 최대 강점은 역시 성실함이다. 거의 매년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며 대중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있다. 거기에 다른 듯 비슷한 역할을 계속 맡아가며 자신의 강점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박신혜의 약점은 사실 박보영과 비슷하다. 아역부터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여왔고 아역 때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탓에 더 성숙한 역할을 맡는데 한계가 있다. 사실 박신혜는 꾸준히 어른 역할을 하긴 했으나 여전히 앳되보인다. 박신혜나 박보영이나 30대에 들어섰을때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신세경, 스타로서 견고한 입지


신세경은 2004년 영화 '어린 신부'를 통해 처음 데뷔했다. 하지만 그녀가 스타로 거듭난 것은 영화가 아닌 시트콤을 통해서였다.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스타로 거듭나기 전까지 '신데렐라'와 '오감도' 등 영화에 출연했다.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에도 그녀는 '뿌리깊은 나무'와 '패션왕', '냄새를 보는 소녀' 등 드라마를 통해 스타로 거듭났다. 


사실 신세경은 강점보다 약점이 더 부각되는 배우다. 영화배우로서 그녀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흥행작으로 부를만한 작품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타짜-신의손'이 400만 관객을 넘기긴 했지만 '트로이카'의 칭호를 물려받기에는 부족한 기록이다. 게다가 '타짜2' 이전까지 거의 모든 영화가 실패를 거듭한 것은 치명적이다. 


희망적인 것은 가장 최근작인 '냄새를 보는 소녀'가 여러 면에서 호평을 얻었다는 것이다. 신세경은 과연 그 기세를 영화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신세경은 현재 영화 '육룡이 나르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영화는 공승연, 이초희, 변요한, 유아인 등 스타급 배우들과 김명민, 천호진 등 베테랑급 배우들이 출연한다.




심은경, 막강한 티켓파워의 흥행여제


심은경은 현재까지 언급한 여배우들 중 가장 어린 배우다(그래봤자 최대 4살 차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배우다. 최근작인 '써니'와 '광해:왕이 된 남자'를 합쳐 20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심은경은 단독주연작인 '수상한 그녀'로도 8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아역배우부터 시작한 심은경은 지금의 흥행퀸에 오르기까지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거쳤다. 영화만 하더라도 '헨젤과 그레텔'부터 '불신지옥', '반가운 살인자', '퀴즈왕', '로맨틱 헤븐' 등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심은경은 모로 가도 흠잡을 게 없어보인다. 그러나 심은경에게도 분명 약점은 존재한다. 다름 아닌 TV에서 그녀의 존재감이다.


스크린 위에서 그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여배우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첫 드라마였던 '내일로 칸타빌레'가 대실패를 맛보며 심은경의 기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아직 첫 작품이지만 TV에서 '심은경' 이름 석자가 갖는 힘은 이전보다 약해졌다. 물론 앞으로 대기하고 있는 영화 '널 기다리며'는 심은경이 제대로 어른연기를 보여주는 첫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수상한 그녀'에 이은 연타석 홈런을 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심은경이 브라운관에 대한 욕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듯 하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는 스토리에 끌린다면 안 가리고 달려들 배우다. 그러나 흥행파워를 길게 이어갈 스타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브라운관 위에서의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배우의 '다음 세대'는 어째 윤곽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위 글은 찬성과 반대로 나눠지며 논란을 생산할 글이 될 수 있다. 물론 위 모든 내용은 내 개인적인 견해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총체적 난국과 주연급 여배우의 부재, 여배우 영화의 기근인 상황에서 "어떤 여배우가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까?"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일이다. 


굳이 '트로이카'라는 이름을 걸지 않더라도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여배우들(강수연, 이영애, 임수정, 엄정화 등)은 많다. 나는 위 언급한 여배우들이 자신만의 스타성과 강점으로 '남성중심'인 한국영화계를 돌파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흔한 관객 입장에서 보는 재미가 좀 생기지 않겠는가. 


추신) 분명 이 글일 읽고 특정 여배우의 이름을 언급하며 "왜 없냐?"고 태클 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리 선수를 좀 치자면 아직 스타성이 부족한 천우희나 영화를 거의 안 한 고아라, 세대 분류가 애매한 한효주·김옥빈, 빠심으로 넣고 싶었으나 그냥 참기로 결정한 이연희 등등이 있다. 위의 7인 분류가 나름 고민 많이 한 것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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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어오 2015.07.17 16:22 address edit/delete reply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창작물이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리메이크라는 것은 이러한 '창작의 고갈'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의 여러 분야에 걸쳐 리메이크작들이 나오고 있다. 이 리메이크작들 가운데 어떤 리메이크작은 '좋은 리메이크'가 되고 어떤 리메이크는 나쁜 리메이크가 된다. 


일본의 인기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리메이크됐다. 평소 이 드라마의 팬이었지만 왠지 리메이크를 보고 싶진 않았다. 원작 드라마에서의 사랑스러운 노다 메구미(우에노 주리)를 오래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심은경 역시 좋아하는 배우다. 그런데 노다 메구미에 대한 좋은 추억이 더 강했길래 그녀의 여러 필모그라피 가운데 하나 정도만 아껴둘 생각이었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내일도 칸타빌레' 재방송을 보게 됐다. 약 5분 정도 보다가 나는 기겁을 하며 채널을 돌려버렸다. 이건 가히 최악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이다. 모든 대중문화를 통틀어 '최악의 리메이크'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한 작품이다. 그것은 드라마 제작사의 뒷 배경과 아무 상관없이 작품 자체로 이미 최악인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영화 역사상 최악의 리메이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구스 반 산트의 '싸이코'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를 콘티까지 가져다가 고스란히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마 작자의 의도는 히치콕의 작품이 이미 완벽한 상태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의 리메이크라는 불명예 뿐이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리메이크 한다며 등장한 영화 '무적자'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낳은 작품이다. 우려의 대부분은 "'영웅본색'은 건드려선 안 될 영화"라는 설명이다. 이 영화 역시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대실패였다. 단적인 예로 USB가 상용화 된 시대에 오래된 장부가 소품으로 등장한다는 설정 등 여러가지 면에서 원작에 충실한 것이 아닌 '원작을 쫓아가는' 수준의 리메이크인 것이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갖는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드라마는 단 5분만 봐도 '원작을 쫓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것을 결정적으로 느낀 장면은 설내일(심은경)의 말투가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주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이건 '노다메 칸타빌레'를 본 사람이라면 바로 느낄 것이다. 이밖에 차유진(주원)의 내레이션 역시 일본판의 대사를 번역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하다. 그 짧은 5분 동안 "이 드라마는 원작을 쫓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리메이크는 옳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시청자가 원작을 알건 모르건 상관없는 일이다. 그건 창작자의 직업윤리에 따져봐도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다. 원작과 똑같이 생긴 리메이크가 나온다는 것은 창작자가 창작에 있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그저 원작에 있는 그대로를 카피해온 셈이다. 리메이크(Remake)란 말 그대로 '다시 만든다'는 행위다. 다시 만드는 것은 원작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해석이 추가돼야 한다.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면 그것은 리메이크가 아닌 카피(Copy)가 된다. 밴드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카피밴드'로 시작한다. 기존에 곡들의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것이다. 




좋은 리메이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한 '감시자들'은 원작이 가진 여러 단점들을 보완하고 한국사회의 특징에 맞추려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원작이 인물들의 인간적 유대감에 집중했다면 '감시자들'은 상황에 집중한 오락영화로 재탄생했다(냉정하게 '감시자들'이 '천공의 눈'보다 더 박진감 넘치긴 하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는 영화적으로는 원작보다 재미가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안나와 알렉스'는 '장화, 홍련'의 노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미국의 사정에 맞추려 바꾼 부분도 있고 원작과 강약조절을 달리 하려는 시도도 한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리메이크를 하려는 작가라면 이런 모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싸이의 리메이크 앨범인 'Remake&Mix 18번' 앨범은 매우 재미있는 리메이크이며 모범이 되는 리메이크다. 정수라의 '환희', 김현식의 '사랑했어요', 신촌블루스의 '골목길' 등을 리메이크하면서 원곡의 가사들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골목길'의 경우 좋아하는 여자를 몰래 쫓아가는 남자의 심정을 담은 가사가 싸이를 거치더니 갑자기 무시무시한 스토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사랑의 기쁨을 담은 '환희'는 비난과 싸움으로 일관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해의 메시지가 되어버렸다. 원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온전한 창작은 아니더라도 이건 완전 새롭고 신선한 창작이다. 



그래도 심은경양 파이팅!


'내일도 칸타빌레' 역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표현만이라도 다르게 갈 수 있었다. 말투부터 대사까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다면 이것은 '리메이크'가 아닌 '카피'다. 카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이것은 합법적인 카피다. 하지만 문제는 '내일도 칸타빌레'에도 '작가'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는 직업이라면 이것은 철저한 직무유기다. 작가의 근무태만, 직무유기와도 같은 이런 드라마를 보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낭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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