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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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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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19.03.12
    잡담 190312 - 넷플릭스, 극장, TV
  2. 2016.06.06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답사기 - 1부
  3. 2016.05.12
    무주산골영화제 공연&이벤트 일정
  4. 2016.03.29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메인포스터 공개 (1)
  5. 2012.05.30
    7년전 종로, '리얼판타스틱'을 기억하십니까
  6. 2010.10.02
    [부산국제영화제_에피소드] PIFF, 14년간의 장대한 기억 (2)
  7. 2010.09.29
    나의 부산국제영화제 예매계획표
  8. 2010.08.17
    '청소년성평등영화제'라는 것을 가봤더니... (2)
  9. 2010.07.29
    [The 14th Pifan] 고백
  10. 2010.07.26
    [The 14th Pifan] 세르비안 필름


극장이라는 플랫폼은 늘 도전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당초 그것은 텔레비전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이겨냈으며 디지털의 파도도 넘어섰다. 어떤 새로운 플랫폼이 영화와 극장을 멸종시킬 것처럼 거세게 밀고 들어왔지만 극장은 끈질기게 생명력 유지했다. 

넷플릭스는 저 옛날 텔레비전의 도전과 같다. 1950년대 TV가 등장한 후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앞으로 TV는 극장 플랫폼을 대신하게 될 것이고 영화산업은 TV 스튜디오화 될 것이라는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때 헐리우드 스튜디오는 생존 전략으로 극장만이 가능한 영화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때 나온 영화가 '벤허'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대작 영화들이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휴대성에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극장 플랫폼이 따라갈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에 자신들만의 독점 콘텐츠도 좋은 경쟁력이 된다. 그러나 '체험'의 의미에서 넷플릭스는 절대 극장을 이길 수 없다. 디바이스가 고도화되고 영상과 음향 기능이 향상된다지만 극장의 경쟁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다만 TV만큼은 위기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이미 유튜브에게도 밀려버린 TV가 넷플릭스에게 주도권을 내줄 날도 머지 않았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TV 시장은 초대형 프리미엄 TV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오히려 TV가 점점 극장을 쫓아가려는 시도를 한다. TV의 생존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과 경쟁력이 관건이다. 

이미 TV는 8K에 이르렀지만 8K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과 LG의 8K TV들이 업스케일링 방식을 통해 4K급 화질도 8K로 만들어준다고 하지만 이는 오리지널 8K 콘텐츠의 90% 수준이다. TV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8K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TV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OLED 진영에 8K TV가 등장하는 올해 하반기가 최고 적기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가서, 결론을 얘기하자면 넷플릭스는 극장과 경쟁이 될 수 없는 상대다. 국내 멀티플렉스나 세계 영화제들, 고지식한 영화관계자들은 넷플릭스에게 관대해져도 된다. 현재로서 넷플릭스는 4D를 만들 수 없고 아이맥스 수준의 영화 체험을 선사할 수도 없다. 오히려 넷플릭스에 긴장해야 할 것은 T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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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다 '산골블로거'라는 블로거 기자단에 당첨돼 한 달 전부터 셋팅을 했다. 그런데 중간에 갑자기 회사 워크샵 일정(6월 3일, 4일)이 깜빡이 키고 들어왔다(영화제 일정은 4일, 5일). 깔끔하게 겹치지 않고 하루 간격으로 비켜간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나 싶었지만 보령(대천)에서 무주까지 넘어갈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 서울에서 무주까지는 2시간 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보령에서 무주는 바로 가는 차편이 없어 4시간은 걸릴 일이었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무정차 노선이 있어서 환승하고 3시간 넘게 가면 도착할 수 있었다. 뭐 그래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2. 사실 이 긴 여행은 대천으로 떠난 워크샵 이야기부터 출발해야 하지만 정말 '술 마시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으므로 짧게 정리하고 접겠다. ...정말 술만 마셨다. 


게스트패키지로 담긴 양질의 가방


3. 보령에서 무주로 출발 할 때는 전날 숙취가 아직 깨지 않은 상황이었다. 흔들거리는 버스 안에서 내내 괴로워하며 오후 3시쯤 무주에 도착했다. 일단 내 계획은 게스트패키지를 수령해 숙소에 갖다놓는 일이었다. 패키지를 받고 알게 된 사실은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무려 1시간은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셔틀로 넘어간 이후에 영화제에서 갈 수 있는 가장 최장거리의 이동이었다.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물론 가는 길의 풍경이 좋아서 기분좋게 이동할 수 있었다. 


4. 일단 내 계획은 숙소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다 밤에 덕유대 대집회장에 가서 '아비정전' 35mm 필름상영을 볼 계획이었다. 해가 떨어지고 저녁에 셔틀버스를 타고 덕유대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이날 하루 종일 탄 버스만 5시간에 육박할 수준이었다. 서울-부산도 안 밀리면 4시간만에 관통할 판에 이게 뭐하는건가 싶었지만 딱히 힘들진 않았다. 


잘 안 보이지만 확실히 산 속 영화관이다.


5. 깊은 밤 도착한 덕유대 대집회장은 아주 기분 좋은 곳이었다. 말 그대로 깊은 산 속 잔디밭에 앉아 영화를 즐기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추웠다는 것이다. 빗방울도 떨어지고, 가뜩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덕유산의 밤. 비록 워크샵 갔다가 바로 내려가는 길이긴 했지만 내가 너무 방심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이곳은 "영화를 본다"는 마음가짐보다 "캠핑을 간다"라고 생각하고 가야 하는 곳이 맞다. 마치 지산락페스티벌이나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가듯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언제 어느때고, 가야 한다면 단단히 준비를 하자. 


6. '아비정전'을 봐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면서 '바다의 노래'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유럽 북부 특유의 몽환적 그림과 감성으로 전설 속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대단히 매력적이고 긴장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림이 대단히 아름답고 예뻤다. 처음부터 못 봐서 아쉬웠지만 초반 몇 분만 놓친 탓에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추위에 떨고 있었던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7. 영화가 끝나고, 나는 기어이 '아비정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대로 봤다가는 선채로 입이 돌아갈 것만큼 추웠다. 무주의 밤을 얕 본 내 탓이었다. 내년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와야겠다 다짐하며 덕유대를 내려왔다. 


8. 숙소에 다시 돌아와서 다시 휴식을 취했다. 사실 게스트패키지 중에서는 '여명808' 등 숙취해소음료 2캔이 있었다. 협찬사인 모양이다. 아까 낮에 1캔을 마시고 또 1캔을 마셨다. 일단 무주에서의 첫날은 사실상 망했다. 둘째 날을 제대로 즐겨보기로 하고 휴식을 취했다. 


9. 무주에서의 둘째날은 다행히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이었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었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일찌감치 숙소를 나서서 예체문화관 쪽으로 향했다. 계획대로라면 오후 3시30분 영화였지만 오전에 무주를 구경해보고 싶어서 일찍 움직였다. 어쩌면 나의 무주여행기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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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부산이나 부천보다는 이벤트 스케일이 소박하다. 


그런데 이게 소박해도 나름 알차다. 


가보진 못했는데 공기 좋은 산속에서 한다니 더 기대된다. 


...하긴, 3대 국제영화제가 슬슬 지루해질 즈음 이런 신선한 영화제도 좋을 것 같다. 


매번 보도자료를 받을 때마다 느끼지만 이곳 만큼은 '영화제'가 아니라 정말 '휴가' 가는 기분일 것 같다.


그동안 늘 "나에게 영화제는 휴가 같은 거야"라고 생각해왔지만 그 휴가가 슬슬 지루해질 즈음 정말 제대로 된 휴가를 맞이할 것 같다. 


어서 6월, 휴가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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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무주산골영화제의 공연 · 전시, 이벤트 공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이벤트로 풍성

감각적인 포스터로 가득한 <프로파간다 포스터 전시>

포토존, 산골공방 등 가족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 가득

 

개막을 3주 앞둔 설렘, 울림, 어울림의 영화제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영화제를 찾을 많은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 전시를 공개했다. 특히 올해에는 영화 소풍을 온 가족 관객들과 부모님 세대와 젊은 층, 아이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여 관객들뿐만 아니라 무주군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6월 2일(목),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에는 무주군 부남면 부당초등학교 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대표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축하무대가 이어진다. 이어 부모님 세대와 무주군민들을 위해 전라북도도립국악원과 경기도립국악단의 합동공연 <2016 여름을 여는 국악콘서트 ‘락’>과 전주 MBC 라디오 공개방송 <두시만세>의 초대가수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젊은 관객들을 위한 김반장과 윈디시티, 강아솔의 무대가 등나무운동장을 달군다. 또한 무성영화 <셜록 주니어>와 <키드>를 각각 신나는섬과 리아노품이 아름다운 소리로 꾸며줄 예정이다.

 

덕유산국립공원 덕유대 야영장 내 대집회장에서는 김목인과 빅베이비드라이버,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섬, 그리고 뮤즈그레인, 이상한계절의 공연이 펼쳐지며 무주 반딧불시장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반딧불장터 야시장이 열린다. 그리고 안성면 두문마을에서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한국전통불꽃놀이인 낙화놀이가 진행된다.

 

전시로는 <프로파간다 포스터 전시>가 준비되어 있다. 프로파간다는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감각적이고 독특한 느낌의 포스터를 만들어 왔으며 대표적으로 <피에타>, <신세계>, <워낭소리> 등이 있다. 이번 <프로파간다 포스터 전시>는 프로파간다가 제작한 캐릭터, 아트포스터, 국내영화 해외버전 포스터 등 다양한 버전의 포스터를 통해 프로파간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에도 가족 관객들을 위한 포토존이 설치된다.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될 영화 세 편(<괴물의 아이>, <바다의 노래:벤과 셀키요정의 비밀>,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바탕으로 제작된 포토존은 영화제를 찾는 가족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프로그램 ‘산골공방’은 관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캘리그라피, 석고방향제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영화제를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정 자연 가득한 무주의 초 여름밤에 펼쳐질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의 개막식은 오는 6월 2일(목)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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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라고는 부산, 부천, 전구 말고는 생전 가본 적도 없다가 무주산골영화제라는 곳을 가게 됐는데 기대되는군요.


재작년인가 아는 형님이 비즈니스로 다녀와서는 영화얘기 말고 풍경 얘기랑 먹는 얘기만 실컷 했던 것 같은데 ㅋ


휴가 가는 기분으로 쉬이 다녀오렵니다.


아무튼 겸사겸사 영화제 소식 한 번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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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무주산골영화제 공식 포스터 공개

영화제 고유 특징과 색상을 활용하여 신비한 느낌 표현

아기자기한 동물 캐릭터를 활용하여 자연 속에서 즐기는 영화제 강조

4회 무주산골영화제 62()부터 6()까지 (5일간) 개최

 

설렘, 울림, 어울림의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가 4회 무주산골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328일에 공개된 4회 무주산골영화제공식 포스터는 관객과 동물이 친구가 되어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낮과 밤을 섞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색상은 신비한 느낌을 주며 영화제 고유의 색상을 활용해 연출된 캐릭터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돋보인다.

 

포스터 원작자인 박디(박영준) 작가는 산골, 캠핑, 영화를 키워드로 무주산골영화제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상을 살려 작업했다. 자연 속에서 관객이 동물과 친구가 되어 영화를 즐기러 가는 모습을 통해 답답한 도심을 벗어날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하고 싶었다.” 라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공식 포스터는 무주산골영화제 홈페이지와 블로그, SNS 등 온라인과 전국의 예술, 독립영화관 등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무주 및 무주 인근지역의 공공기관에도 비치될 예정이다.

 

무주의 청정자연 속에서 다채로운 영화와 이벤트로 채워질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는 무주 예체문화관,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등 무주군 일대에서 62()부터 6()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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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커피한잔 2016.06.09 10:45 address edit/delete reply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때는 2004년, 당시 부천시장이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이던 홍건표가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자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그를 따르던 프로그래머들까지 모조리 영화제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다음해 이들은 보란듯이 부천영화제가 열리는 7월 같은 기간에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서 또 하나의 판타지아를 열게 된다. 그것이 리얼판타스틱영화제다.


물론 이 영화제는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을 띄고 열린 영화제다. 하지만 그런거 다 떠나서 워낙 양질의 프로그램과 현재까지도 감히 볼 수 없는 키치적인 분위기를 가진 영화제였기에 7년이 지난 지금 새삼 한 번 언급해본다.

 

 

 

알다시피 이 영화제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위치한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서 2억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개최됐다. 당시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국내외 영화계가 김홍준 위원장에 대해 부당한 처사를 보인 부천영화제를 보이콧하며 부천으로 갈 상영작 대부분이 리얼판타로 몰렸다. 하지만 부천의 약 1/10 규모 예산으로 열리는 영화제인만큼 많은 상영작을 수용하지 못해 부천 입장에서도 크게 피해볼 것 없는 장사였다.


리얼판타의 개막작은 아코프 프로타자노프 감독의 1924년작 '아엘리타'다. 당시 동구권 SF영화라는 국내에서 도저히 보기 힘든 영화들로 특별전을 마련한 만큼 소련 SF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이 영화제는 자신들의 승부수를 '신선함'에 뒀다.


또 관객투표로 선정된 폐막작은 마이클 도우즈 감독의 '본격 뽕필일렉트로닉클럽판타지 휴머니즘' 영화 'X됐다, 피트 통'이 상영됐다.

 

 

 

리얼판타에서 사실상 메인 프로그램은 '판타스틱영화세상' 부문이며 이 섹션에는 15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헌데 왠만한 영화제와 달리 이 영화제의 메인프로그램에서는 단 한 편도 정식개봉한 작품이 없다. 영화제가 소규모였다는 것도 이유가 될테지만 이 중 4편을 본 입장에서는 "도저히 개봉할 영화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당시 필자가 본 영화는 'X됐다, 피트 통'과 함께 시바타 고 감독의 '느린 남자', 메이케 미츠루의 '사치코의 화려한 생애', 길렘 모랄레스 감독의 '침입' 등이다. 이 중 그나마 국내에 알려진 작품이 '침입' 정도일텐데 그 이유는 이 영화를 만든 길렘 모랄레스 감독의 차기작 '줄리아의 눈'이 국내에 정식 개봉했기 때문이다. 물론 '큐브'를 만든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영화 'Nothing'도 있었지만 이 영화는 빈센조 나탈리의 장편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경쟁부문에서 단 네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은 "왠만해선 극장개봉이 힘들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 잔인하거나 야해서가 아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참 스타일 강렬하고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판타스틱'의 정의를 단순히 썰고 베고 꿈꾸는 것에 국한시키지 않고 충분히 그 개념을 확장시켰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리얼판타의 매력은 작품 프로그래밍 외에도 영화제 전반의 분위기에 둘 수 있다. 낙원상가라는 복고분위기 물씬 풍기는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키치적이면서도 판타지한 장소로 재창조해냈다. 특히 폐막파티를 극장 맞은 편 '1,2,3 캬바레'에서 연다는 아이디어는 눈부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인디 힙합씬들이 캬바레에 총출동해 파티를 벌인다는 발상은 실로 감동적이다. 물론 필자는 그 파티에 가지 못했다. 아직도 그 점은 한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밖에 리얼판타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기념품이다. 당시 최고 화제가 된 기념품인 '통조림 세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썰어놓은 뇌', '으깬 심장', '잘려진 손톱과 손가락' 등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통조림들, 그리고 그 속에 든 반전은 전국 어느 영화제에서도 하지 못한 솔깃한 아이디어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한 자원활동가들의 수작업 이야기는 이 가난한 영화제의 눈물겨운 노력을 실감케 한다.

 

 

앞서 말한대로 리얼판타는 정치적 목적을 띄고 열린 단발성 영화제다. 그렇다 보니 서울아트시네마에 이 판타지아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제는 관공서와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은 영화제가 얼마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은 부산과 부천, 전주의 많은 영화제들이 충분히 본 받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들은 각자 공간적, 물질적 제약을 받으며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어진 공간에 얼마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영화제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이들의 몫이다. 경우에 따라 충분히 '도시 전체'가 축제의 판타지아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 영화제의 기획력이다.

 

 

여담) 리얼판타스틱영화제의 홈페이지는 아직 살아있다(http://www.realfanta.org/main/). 물론 지금은 게시판에 광고가 도배되어 있어 마치 '폐가'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끔 이곳에 들어가보면 이 영화제의 흥미로웠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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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만 나오면 난 참 말이 많아진다. 뭐 그만큼 영화제 하나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겠지만 사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고 폭탄같이 재미난 추억 하나를 지속적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드문드문 즐거웠던 이야기를 끄집어내곤 했었다. 그렇게 하나씩 끄집어내고, 하나씩 모아온 추억이 지난해까지 14년째다. 그러니깐 1회때부터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매년 영화제를 갔었다는 것이다. 사실 뭐 타블로 학력증명하듯 이것을 증명해보라고 하면 나는 방법이 없다. 1회때부터 표를 모아둔 것도 아니고, 티켓 카달로그나 데일리를 모아둔 것도 아니다.

굳이 내가 14년간 다녀간 영화제를 증명하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이야기 할 긴 추억들 뿐일 것이다.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이 보고 싶어서, 그냥 '영화'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축제를 즐기고 싶어서 부산으로 향했던 그 14년간의 추억을 할 수 있는 최대한 요약해서 되짚어보고자 한다.


1) 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시작할 때 나는 고1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당시 영화제 메인무대였던 남포동 피프광장에서 버스로 15분 이내 거리에 있었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감독을 꿈꾸던 고삐리(아직 그 꿈 못 접었지만)에게는 매우 신나는 소식이었다. 당시 정기구독하던 '씨네21'에서 입수한 영화제 티켓 카달로그를 보며, 마냥 재미나 보이는 영화들로 이것저것 골랐었다.

그렇게 뭣 모르고 고른 영화들로 야간자습 도망친 다음 향한 남포동에서 나는 참 낯선 광경을 봤다. 멀티플렉스가 없었던 그 당시 부산 극장가에서는 매우 낯선 '매진'이라는 이름이다. 아마 그 당시 골라뒀던 이시이 소고 감독의 <물속의 8월>로 기억된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예매는 필수"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 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영화를 보며 1회의 즐거움을 맛 본 다음해, 고2인 나는 꽤 긴 스케줄을 짜뒀다. 개·폐막식을 제외하고 모든 영화제 기간에 가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물론 야간자습을 도망가고 말이다. 그래서 거의 일주일간 하루 두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한참 지나고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많은 영화를 몰아서 보면 나중에 제대로 기억을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래서 2회에 본 영화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패스.

3회때 나는 고3이었다. 이론상 절대 가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갔다. 아마 그 덕에 재수생 생활을 하게 된 건 아닌가 모르겠다. 하다못해 이때는 난생 처음 개막식을 가보게 됐다. 당시 개막작이 모흐센 마흐말바흐의 <고요>였는데, 솔직히 영화는 그닥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 해에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미칠 정도로 추웠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날 이후 "야외상영관 관람은 왠만하면 피하자"라고 마음 먹은 것 같다.

2010년 15회를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2) 4~5회

앞서 언급한대로 고3이던 3회때 공부는 안 하고 영화제만 간 덕에 결국 재수를 하게 됐다. 그러나 뭐 후회는 없었다. 당시만 해도 대학진학이 아닌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잘 안됐지만 말이다. 그래도 명색이 재수생이다 보니 많은 영화를 보진 않았다. 한 두 편 정도 본 거 같은데, 기억나는 건 꽤 힘들게 본 대만영화 <펑크 난 타이어>였던 것 같다. 뭐 다른 이유에서 힘들었다는게 아니라... 나같은 초짜 영화매니아에게 진중한 대만영화는 적응하기 힘든 물건이다.

대학생으로써 맞이한 5회 영화제는 인터넷 영화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다. 아마 이때 처음 "영화를 보는 것 보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다. 낮에는 영화보고 오후에는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리며 노는 것이 참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 나는 가서 보지 못했지만 들리는 소문만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야외상영 최대의 화제작 <어둠속의 댄서>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난 이 영화를 나중에 극장에서 봤다. ...군입대 전날이었다.


3) 6~7회

이 2년은 군대에서 있었다. 그러니깐 이론상으로 이 2년동안 나는 영화제를 가지 못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갔다. 방법은 간단했다. 휴가를 조절하는 것이다. 아마 많은 예비역들은 경악할 것이다. "여자 만나고 술 먹고 해야지. 혼자서 극장안에 앉아서 영화나 보다니...미련한 놈"...어쩌겠는가? 그때는 영화가 더 좋았는데... 좀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심지어 군입대 중 맞이한 말년휴가에는 전주영화제도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무슨 영화를 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말 그대로 황금같은 휴가기간에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게 됐으니 얼마나 전투적으로 영화를 봤겠는가? 적어도 하루에 세 편 이상은 본 것 같다. 앞서 언급한대로 역시 지나고 나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하루에 두 편 이하로 보고, 이런 패턴은 3일 이상은 유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즉 이틀동안 영화봤으면 하루는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영화가 머리와 가슴에 오래 남게 된다. 여담이지만 '영화 오래보기 대회'같은 건 미련한 짓이다.


4) 8회

군대를 전역한 후 맞이한 8회 영화제는 나에겐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영화제다. 전역 후 1달 정도 집에서 놀던 나는 우연히 '부산국제영화제 스탭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뭐 군대 갓 전역해서 아무런 감도 없고 개념도 없던터라 무턱대고 이력서를 집어넣었다.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나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으로 7년 개근임"이라는 것이다. 이 무대뽀 이력서 덕분에 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탭으로 일하게 됐다. 지나고 나서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초청팀장은 "녀석이 기백이 좋아보여서 뽑았다"라고 말했다. 뭐 그 당시 내가 한 일은 'ID카드 발급'이라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합숙하며 일하는 것이 즐겁고 재밌었다. 물론 꽤 멋진 동네, 해운대에서 합숙하며 거의 매일 저녁 친한 사람들과 술 마시며 놀고, 또 일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 큰 즐거움은 이 당시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이다(아 외로운 솔로..ㅠㅠ). 이 친구는 영화제 기간동안 20여편의 영화를 예매해두고 거의 매일 해운대를 찾았다. 그러니깐 내 직장 근처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당시 내 직장인 피프센터에서 일하다가 여자친구가 근처에 오면 나가서 만나고, 다시 들어와서 일하고, 퇴근 후에 둘이 데이트하고... 기간 내내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이 기간 중 나는 딱 한 편의 영화를 봤다. 아무래도 군기가 덜 빠진 예비역이 업무시간에 대놓고 땡땡이 치는 건 무리였던 것이다. 그 한편은 <링>을 만든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라스트씬>이다. 조금 유치한 면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노(老)배우의 마지막 연기를 담은 영화가 주는 감동은 꽤 괜찮았다.

그리고 이 기간에 친구도 하나 만들었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ID카드 자원봉사와 스탭일을 한 동갑내기 친구다. 이후 이 친구는 나의 부산영화제 여행에 지대한 영향을 준 친구가 된다. 또 초청팀 자원봉사로 만난 초등학교 동창 여자애와도 짧은 만남을 갖게 된다. 지금 떠올려봐도 그게 연애였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8회 영화제 덕에 이 예쁜 아이와 몇 달간 잘 지낸 것 같다. 물론 이 친구와 인연을 끊게 된 것이 12월 25일이라는 점은 눈물겹지만 말이다.

2003년, 자원봉사자 해단식을 마치고 초청팀끼리 모여서 2차로 간 광안리 백사장. 하나같이 제 정신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된다. 다 취해서....(이 단체사진에 나도 나옴)



5) 9~10회

단 한 번의 영화제 스탭 경험으로 사무국과 인연을 쌓게 된 나는 스스로 "아... 내가 이 영화제에 어느 정도 깊게 관여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8회의 즐거운 경험을 마치고 다시 관객으로 돌아가 즐기려던 9회에서는 꽤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렸다. 바로 '감독과 영화를 보다'(現 시네마투게더)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현재 국내 영화감독과 팀을 짜서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이다. 솔직히 이 이벤트에 당첨된 것도 '사무국과의 인맥'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도 같다.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회에는 당첨자가 그리 많지도 않았고, 또 특정 감독에게 지원자가 몰려서 미달사태가 발생한 감독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을 이 이벤트의 미달감독들에게 지원시키는 조건으로 나 역시 이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다.

나는 당시 <스캔들>, <여배우들>, <다세포소녀> 등을 만든 이재용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그 당시는 쟁쟁한 감독들이 참 많았다. 장준환, 봉준호, 용이, 장진 등등... 현재 한국영화계를 주름잡는 감독들이 대거 참여한 이벤트였다. 이 가운데 술도 잘 못하시고 놀 줄도 모르시는 이재용 감독과 함께 한 4일간의 여정은 나름 즐겁고 재밌었다. 지나치게 모범적이었다는게 흠이지만 말이다. 이재용 감독과는 이후에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게 됐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참 유명인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소심한 A형이라 그런가보다.

2004년, 이재용 감독과 함께 한 영화원정대 사진. (역시 이 안에도 나 있음)


이 9회 이벤트에서 나는 한 고삐리를 만나게 된다. 당시 팀내 최연소 여학생이었던 이 고3 소녀는 꼭 3회때 대학 포기하고 나타난 내 모습을 떠올렸다. 다행히 이 아이는 그때의 나보다는 공부를 잘했다. 2004년에 처음 만난 이 고삐리와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져 있다. 거의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 했으며, 별 일 없으면 이 친구와 주변인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도 했다. 이 고삐리는 나를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막내로 자란 나에게는 친동생 같은 녀석이다. 적당히 사고쳐서 뒷수습하게 만들고, 의리도 있는 여동생.

10회에서는 이 여동생과 함께 다시 한 번 같은 이벤트에 응모하게 된다. 허진호, 유지태, 방은진 등이 참가한 이 이벤트에서 이 여동생과 나는 김지운 감독의 팀에 합류하게 된다. 참 조용조용한 분이시지만 술은 어느 정도 잘 마신 덕에 나름 재미나게 놀 수 있었다. 이때 꽤 재미나게 영화보고 논 덕분에 이 인연들 중 몇 명과는 지금도 연락한다. 영화제가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005년 김지운 감독과 함께 한 횟집에서 그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 포스터 컨셉에 맞춰 찍은 단체사진. 안 따라한 사람이 많다. (역시 이 안에도 나 있음)



6) 11회

8회때 스탭을 하며 좋았던 경험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스탭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ID카드 발급이 아닌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싶었지만 돌고 돌아 결국은 다시 ID카드를 뽑게 됐다. 이때도 역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일했고,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단 한가지 실수가 있었다면 여기서 언급하기도 부끄러운 내 불찰로 인해 좋은 사람 몇 명과 인연을 끊게 됐다는 점이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냥 말하기 쪽팔려서 말 안 하는거다. 사람사이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을 배운 시간이었다.

이 당시 프로그램팀에는 꽤 미모의 스탭이 한 명 있었다. 뽀얀 피부에 소를 닮은 순박한 눈, 포동포동 귀여운 볼살과 나름 육감적인 몸매(부끄). 게다가 나름 아스트랄한 캐릭터까지. 누가봐도 매력을 느낄만한 여자였다. 스탭 해단식 때 이 여자에게 사귀자는 말을 할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까지 너무 보여준 것이 없어서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그 덕에 또 연락이 끊어졌다. 이 여인과의 사연 또한 매우 기구하다. 여기에 쓸 말은 아니니 생략한다. 궁금하면 따로 물어봐라.

이때는 나름 요령이 잡혀서 퇴근 후 영화를 틈틈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두 세편 정도의 영화를 보게 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토시 곤 감독의 <파프리카>였다. 이전부터 사토시 곤의 팬이었던 나에게는 매우 만족스런 영화였다. 최근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진심 섭섭하고 눈물이 날 정도였다.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11회 영화제였다.

11회 스탭 전체사진. 이 안에도 나...있었나?



7) 12~13회

12회때는 아이디카드를 받아서 영화제에 갔었다. 이제 상황이 이 정도되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길에 지나가면 아는 사람을 만날 정도로 익숙해졌다. 적당히 영화보고, 적당히 친구들과 어울리고, 적당히 혼자 지내면서 시간을 즐긴 영화제였다. 이쯤되면 영화제를 즐기는 노하우가 매우 숙련되서 혼자서도 영화제를 최대한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당시 기억에 남는 건 이명세 감독의 <M>을 본 날이다. "그 잘 난 강동원" 얼굴이라도 볼까해서 보게 됐는데 강동원은 전날 GV에 참석하고 서울로 올라간 것이다. 이날 GV의 참석자는 이명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 배우 이연희였다. 영화를 보고 진행된 GV는 나름 재밌었다. 이연희의 면전에 대고 연기력을 지적한 대담한 남성팬도 있었다. 나에게 이 GV가 특별했던 점은 나 역시 대담하게도 이연희가 극중에서 부른 노래(정훈희 <안개>)를 이 자리에서 짧게 불러달라고 한 것이다.

나름 3.5m 앞에서 찍은 우에노 주리와 이누도 잇신 감독. 폰카가 거지같은게 아직도 큰 한이다. 아...우에노 주리가 안고 있는 것은 고양이다.


이 이야기에는 나름 사연이 있다. 김지운 감독과 함께 한 2005년 영화제에 본 영화들 가운데 배두나가 출연한 일본영화 <린다린다린다>가 있었다. 이날 GV에 참석한 배두나에게 한 관객이 "영화에서 불렀던 노래 좀 불러달라"며 질문을 했다. 배두나는 "밴드가 다 있어야 부를 수 있다"며 결국 부르지 않았다. 이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끼가 넘치는 배우들이라고 해도 그 진지한 자리에서 무반주에 노래부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니깐 이때가 생각나서 이연희에게도 한 번 시켜본 것이다. 사실 2005년에 나도 배두나 노래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7년의 이연희는 좀 달랐다. 역시 '소녀시대가 될 뻔한 가수'답게 그녀는 어느 정도 빼다가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아주 잘 불렀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이연희의 삼촌팬이 되어버렸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특이한 풍경이 생겼다. 바로 '밤샘줄서기'다. 몇 년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티켓을 구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밤새 줄서는 풍경이 생기더니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관객들 역시 거기에 대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마련해두고 있었다.

2004년 이후 약 5년 가까이 부산영화제때마다 함께 한 동생. 해운대서 밤새 술먹고 놀다가 해뜨는 거 볼려고 나왔는데 춥다고 벌벌 떨길래 내 옷 벗어줬다. 그리고 내가 떨었다.


2008년, 13회는 내가 처음으로 '밤샘줄서기'를 경험한 해다. 2004년에 알게 된 고삐리 여동생과 식솔 몇 명을 데리고 센텀시티 건물 앞에서 밤새 줄을 섰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밤샘줄서기는 나름 재밌었다. 밤새 고스톱도 치고, 맥주도 마시다가 졸리면 자고, 앞의 일행과도 어울리는 등... 그러나 지금 단언코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건 두 번 할 짓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때의 밤샘줄서기 덕에 나는 좋은 영화를 꽤 많이 보게됐다. 처음 의도했던 <놈놈놈>은 결국 못 봤지만 우에노 주리가 내한한 <구구는 고양이다>를 맨 앞자리에서 보게됐다. 이때 우에노 주리는 매우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GV시간에 내가 우에노 주리에게 "당신은 <노다메 칸타빌레>같은 코메디 영화와 <나오코>, <무지개 여신>같은 감성멜로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이 매우 반대다. 두 극단적인 반대의 캐릭터 가운데 본인의 실제성격과 근접한 캐릭터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질문이 끝나자 우에노 주리 옆에 있던 이누도 잇신 감독 역시 "나도 그게 궁금하다"며 공감했었다. 그러나 우에노 주리의 대답은 우문현답(愚問賢答)의 가장 좋은 예를 보여줬다. 기억을 떠올려 대답을 정리해보면 "나는 연기를 할 때, 늘 모든 캐릭터를 실제 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보여준 엽기발랄한 캐릭터나 <무지개 여신> 등에서 보여준 차분한 여자의 캐릭터나 모든 것이 내가 연기한 캐릭터기 때문에 두 캐릭터 모두 실제의 나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때부터 또 우에노 주리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 배우... 보기보다 매우 똑똑하고 생각이 깊었다.

[##_'1C|cfile5.uf@125EFF024CA62FD407EAF8.jpg|width="400"_##]의 스즈키 세이준 감독. 80이 넘은 나이에 산소통끼고 산소마스크 차고 GV에 참석하셔서는 "젊은이는 우리의 주적"이라며 강렬한 전투의지를 불태우셨다.'>

8) 14회

13년 동안 영화제를 개근하고 나니, 내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 늘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화만 보고 신나게 살았던 세월도 이제 자제해야 할 나이가 됐다는 뜻이다. 이때 난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고 다니던 직장을 부득이하게 그만 둔 상태라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이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이 나이 먹고 찜질방에서 자면서 영화보는 짓은 피해야지"라는 것이다. 영화제는 너무 즐겁고 재밌었지만 이젠 그곳으로의 여행을 그만둬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별 일 없으면 늘 가던 부천과 전주영화제도 이때는 안 갔다. 그러다가 "부산은 가야지"라고 마음먹게 된 건 바로 '다리오 아르젠토'였다.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던 공포의 제왕이 친히 부산을 찾아 강의도 해주신다는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 2009년 새해 각오는 무너지고 나는 다시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게 됐다.

물론 이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리오 아르젠토의 마스터클래스였다. 그가 들려주는 주옥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강의'를 떠나서 마치 너무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이와 함께 다리오 아르젠토의 걸작 <딥레드>와 박찬욱 감독의 <박쥐(확장판)>, 허진호의 <호우시절>과 함께 기획된 '청두' 프로젝트인 <청두 사랑해> 등을 봤다.

왠만한 연예인이 지나가도 사인해달라고 안 하던 내가 다리오 아르젠토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서 사인받았다.


이 짧은 영화제 일정에서 중요한 건 영화가 아니었다. 해운대 해안길에서 우연히 만난 김지운 감독과 배우 구혜선, 14년지기 오랜 친구집에서 보낸 오랜만의 1박, 그리고 이 기간 중 있었던 조카 돌잔치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 해운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만난 옛 친구. 짧은 기간 동안 본 다양한 세 편의 영화만큼 많은 사람들을 우연, 혹은 필연으로 만났다. 영화와 함께해서, 사람과 함께해서 의미가 있는 영화제였다.


9) 15회

사실 15회 영화제를 임하며 내 계획은 이러했다. 이미 평소 좋아하던 여인에게 "부산에 같이 놀러가자"라는 제안을 했었고, 이 여인은 "회사 출근하는 거 봐서 결정하자"라고 했었다. 당시 회사를 옮긴 이 여인은 앞으로 주6일제 회사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여인이 부산으로 함께 갔다면 나는 해운대 주변의 좋은 호텔을 예약해두고 영화보다도 좋은 데이트코스를 염두해둔 뒤 이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할 계획이었다.

아쉽게도 이 계획은 틀어졌다. 이 여인이 들어간 회사는 역시 '주6일 근무'였고, 1박 2일로 시간을 빼서 부산으로 가는 건 무리였다. 결국 올해도 영화제는 나 혼자 가게 됐다. 이번 영화제는 1박 3일의 일정으로 움직이게 됐다. 그러니깐 금요일 심야상영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젠 뭐 억지로 "가지말자"라는 마음가짐을 갖지는 않는다. 때되면 어련히 안가게 되거나 다른 형태로 찾게 될거라 믿는다.

그리고 이번 영화제를 가는 것은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작품'을 느끼고 싶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본문에도 언급된 오랜 고향친구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어서 기대가 된다.


15년간 영화보러 영화제를 다니면서 느낀 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영화는 좋은 사람과 함께 보는 영화"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나는 "가장 즐거웠던 부산국제영화제로 8회 영화제를 꼽는다. 영화는 단 한 편 밖에 못 봤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어울린, 추억이 많은 영화제다. 이때 함께 한 여자친구는 지금 결혼해서 아기낳고 잘 살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응당 추억으로 묻어둬야 할 영화제다.

한 때 내 신년계획은 "국제영화제를 끊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가까운 목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로 가자"는 것이다. ...내년에는 이룰 수 있겠지.

2006년, 내 인생 최대의 실수 가운데 하나를 저질렀던 스탭해단식날. 이 사진에도 나는 나옴. 앞으로 그런 실수 다시는 저지르지 말기를...


여담1) 늘 농담삼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얻은 추억만 모아도 책 한 권은 나올끼다". 이 글은 아무래도 그 책의 축약판이 되지 싶다. 그만큼 아직도 할 이야기는 많다는 것이다. 글쎄, 한 20년 개근하면 책이라도 내볼까?

아무튼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딱히 드릴 건 없고 사랑과 정열을 담아 그대에게 드릴게요~

여담2) 사진 속에 본인 얼굴 나온 독자분들은 방명록 통해서 연락주세요...우리 참 오랜만이네요.

여담3) 정말 20년 개근이라도 하면 피프에서 나한테 상이라도 하나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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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얀곰한마리 2010.10.12 02:02 address edit/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장문의 글 잘읽었습니다. 어찌어찌 검색하다 보니 어라?? 낮익은 사진이 있고 거기에 제가 있네요 ㅎㅎㅎ 그것도 아주 잘 나왔어요 ㅎㅎㅎ 근데 주인장님에 대한 정보 공개가 없어 누구실까 궁금해하면서 장문의 글을 읽었습니다. OTL 근데 알고 보니 나란히 같이 사진을 찍었네요. ㅎㅎㅎ 7년이 지났지만 생생하게 기억나구요 오래전에 보던 비디오 테잎을 다시 재생해서 감상하다만 부분부터 자연스럽게 다시 감상하는 느낌이네요 저도 개막 다음날 부산 다녀왔구요 우연히 김동호 위원장님을 봤는데 연로하셔서 마음이 측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뉴스에서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 게시물 보고 잠시나마 추억에 젖을수 있어 좋았습니다. 건강하시구요. 내년 영화제에 가면 두리번 거리다가 마주치면 꼭 인사드리죠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이 같이 하길 바랍니다.





1회때부터 매년 가던 영화제인데다가...

애초 맘에 둔 여자사람과 함께 가리라는 계획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부산국제영화제 예매전쟁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만큼 이 영화제의 예매전쟁은 다른 영화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함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10월 8일 심야상영을 시작으로 11일 오후까지 부산에서 체류하게 됐다.

뭐 이제는 혼자 가더라도, 만날 친구들도 있고... 운 좋으면 길 가다가 아는 사람 만나기도 하고...

이젠 뭐 약속도 안 잡고 혼자 내려가도 딱히 외롭지만은 않구나...ㅋㅋ


[계획 - 1차지명]

10월 8일 24:00 '슬래셔 나잇'
-<드림홈>, <악마를 보았다>(Uncut), <허스크>

10월 9일 12:30 <파수꾼>

10월 9일 16:00 <만추>

10월 10일 11:00 <새하얀 세상>

10월 10일 16:00 <토일렛>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팁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티켓팅은 만약을 대비해 2차지명까지 준비해야 한다.

한참 영화제 열심히 다닐때는 부산은 뭐 3차지명까지 준비를 쭉 해뒀었는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1차 지명만 하고 말았다.

올해는 오랜만에 2차지명까지 준비해뒀다.


[2차 지명]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전처의 결혼식>, <아웃레이지>, <모정과 사랑사이>, <13인의 자객>, <샌드맨과 꿈나라 모험>

광속매진이 예상되는 김태용 감독의 '만추'



....어째 2차 지명이 더 재밌어보이긴 하다...;;;

아무튼...오늘 예매전쟁....전략적으로 해보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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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유앤아이센터에서 하는 청소년영화제인데요.

척 봐도 문제점들이 줄줄 새어나옵디다.


1) 청소년영화제에 노인네들이 말이 너무 많다 : 축사하러 나온 사람만 4명(경기도 정무부지사, 김문수 도지사 사모님, 경기도의회 부의장, 화성시의회 의장). 화성시장이라도 왔다가는 5명이 될 뻔했다.

2) 애들은 솔직히 오기 싫었는데 선생님이 끌고 오길래 어쩔 수 없이 왔다 : 그래서 앞에서 누가 지껄이건 떠들기 바쁘다.

3) 심사위원장 김태용 감독이 말하고 있는데 딴 짓 한다 : 애들 이야기가 아니고, 맨 앞에 앉은 소위 '내빈'이라는 작자들이 심사위원장 말하는데 지들끼리 사진찍고 자빠졌다. (아래 사진 참조)

사실 이 분이 찍기 전에 어떤 남자분이 같은 자리에서 또 사진을 찍었었다. 가슴에 뱃지가 있는 걸로 봐서 시의원쯤 되는 모양이다. 물론 그때도 무대위에서는 김태용 감독이 심사평을 말하고 있었다.

 

4) 도지사 사모님이라는 사람은 이런 자리에 와서 이상한 소리만 한다 : "왜 여자 비보이는 없죠?" 등등. 요즘은 여성가족부 장관도 그런 소리 안 한다.

5) 대종상 이후 '경쟁영화제'는 처음이다 : 청소년영화제는 대체로 '비경쟁'이나 '부분경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경쟁'으로 가더라도 수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비수상자도 모두 어린 친구들이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고 "수상자건 비수상자건 모두 멋진 영화들이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런 큰 자리에서 제대로 경쟁부문 영화제로 하는 것은 비수상자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그로 인한 상처를 주기 쉽다.

6) 가만 생각해보면 애들영화에 '성평등'이라는 화두를 붙인 것 자체가 잘못이다 : 나도 고삐리때 영화 찍어봤지만 청소년기는 무수한 고민과 불안으로 혼란스러울때다. 그걸 영화로 다 표현해도 모자란 마당에 '성평등'이라는 화두를 붙여서 애들의 생각을 가두려 한다. 애들영화는 자기들 멋대로 놔두는게 가장 잘 나오기 마련이다.


결론 : 창원에 가면 TALFF라는 청소년영화제가 있다. 요즘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몇 년전 아는 동생을 따라 이 영화제에 가 본 적이 있다. 1박2일로 진행되는 이 영화제는 청소년들의 영화상영은 물론 출품작의 감독과 스탭, 배우들이 창원에 모여 청소년수련관에서 1박을 하며 대화도 나누고 생각도 교류하는 등 매우 유익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관련 행사에서 아이들이 좀 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어른들이 자기 이름이나 알릴려고 축사나 하는 꼴을 보니 참 가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축사는 딱 한 명만 하는게 나았을 것이다. 학교 수업시간에서 지루해서 떠드는 아이들이 그걸 다 들었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고 이런 행사를 하루짜리 단발성 행사로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 생각을 교류할 시간을 갖게 하는 행사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상영작도 아이들의 영화 뿐 아니라, 해외작품이나 기성감독들의 성평등영화까지 상영하는 등 영역을 확대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건 정부의 생색내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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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물꼬' 2010.08.18 00:11 신고 address edit/delete reply

    ㅋㅋ 사실 행사를 하다보면 축사들이 지루할 정도로 많죠.
    주최측은 초대한 사람이라서 1명이라도 더 끼워 넣으려고 하고...
    관객들은 1명이라도 덜 나왔으면 하고...
    근데 아이들을 위한 행사에서도 이러니... 애들 불쌍하네요...

    문제 많습니다. 이런 행사 안 하니만 못 하네요.
    잘 봤습니다.

    근데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요~^^

    • BlogIcon DAISHI ROMANCE 2010.08.18 22:41 신고 address edit/delete

      지자체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본문에 언급은 안 됐지만 상영작도 5편이었습니다. 총 러닝타임 80분이죠. 내빈들 축사 하는 시간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쯤되면 '영화제'라는 타이틀은 빼야겠죠.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태풍을 몰고 온다는, 뭐 그런 의미로 사소한 행동 하나가 연쇄작용을 해서 거대한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이 '나비효과'는 따로 영화로 제작될만큼 시나리오를 쓰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소재거리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고백>은 이러한 '나비효과'라는 말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인 듯 하다. 아이들의 사소한 장난이 불러오는 최대의 비극을 표현한 이 영화는 등장인물 몇 명의 시점을 빌려와서 그들 각자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방식의, 꽤 복잡한 영화다.


종업식을 앞둔 어느 중학교,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담임선생인 유코(마츠 다카코)는 이제 교사를 그만 둘 것이라 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내 딸이 죽었다. 딸을 죽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다".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고, 범인찾기를 시작한다.

<고백>은 등장인물들의 고백을 중심으로 구성한 영화다. 유코의 고백을 시작으로 범인의 고백, 범인 엄마의 고백, 범인 친구의 고백(캐릭터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등 등장인물 각자의 시선으로 진실을 구성한다. 사건의 진실에 대해 접근하는 이러한 방법은 매우 객관적이다. 영화가 지속되면서 누군가의 시선은 거짓말이 되고, 진실의 구멍이 발생하고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건이 꼬리를 물고 거대한 진실을 구성한다.

진실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매우 흥미롭다. 흡사 이것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보여준 관계의 역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진실을 왜곡해버린 <라쇼몽>과 달리 <고백>은 진실의 조각에 대한 각자의 증언으로 사건의 퍼즐을 완성하는 방법을 취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라쇼몽>을 뒤집는 '서사의 혁명'으로 정의내려도 무방할 것이다.



조각이 모여서 구성된 사건에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일본의 사회적 풍경에서 찾을 수 있는 허무주의에서 귀결될 것이다. 개인이 말살된 집단화 사회에서 정체성을 잃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건의 현상이다. 그러나 현상 넘어에서 감지되는 진실은 범죄를 통해 삶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이 그 정체성을 얻는만큼 피해자들에 대해 무심해지는 잔인무도함이다.

시종일관 공허한 표정으로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징징거리면서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정당성을 얻으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트가서 장난감 사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들의 모습과 똑같다. 그런 아이들이 느끼는 공허함이란 무엇일까? 부모를 잃은 한 아이와 부모의 과잉보호에 여려진 아이, 즉 아이의 인격을 형성하고 만들어내는 가정의 역할이 부족함에 따라 벌어지는 참사였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엄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요즘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아이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엄마'다. <고백>에는 몇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미혼모인 엄마 유코는 아이를 일때문에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지며 처절한 복수를 계획한다. 또 다른 엄마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조건 아이편에 서지만 그 점이 오히려 아이를 망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책한다. 또 다른 엄마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버리고 떠나지만 마음 한 켠으로 여전히 아이를 응원하고 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비극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모성의 왜곡이 부른 참사'로 정의내려야 할까? '모성'에 대한 불완전성을 묘사하는 듯한 이 대목은 사실 '모성의 한계'를 의미한다. 엄마의 힘으로 아이를 지키기에 한계를 갖는 사회적 구조와 변질된 인간관계들, 타락을 조장하는 미디어와 청소년기 정체성의 혼란. 모성은 위대하고 숭고한 것이지만 사회적 구조의 변질과 혼란 속에서 모성은 끝내 아이를 지키지 못한다.

모성의 한계와 가족구조의 붕괴가 불러오는 청소년들의 공허와 타락이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화두일 것이다. 단순히 청소년 범죄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사소한 사건 하나가 불러오는 파장은 너무나 엄청나다. 사회구조의 붕괴를 불러오는 작은 행동의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고백>은 영화적으로 매우 세련되어있다. 어둡고 건조한 무채색으로 일관된 영상은 극단적인 사건들에 대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것은 감정을 배제한 채 잔인한 살인을 행하는 인물들처럼 차갑고 냉소적이다. 여기에 초고속 영상과 빈티지한 음악들은 이 무겁고 건조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피부에 스며들도록 트렌디하게 만들어준다. 즉, 건조하고 냉소적이며 잔인한, 관객들의 거부감을 유발하기 딱 좋은 이야기에 트렌디한 옷을 입혀 억지로 스며들도록 만들어놓은 영화다. 다시 말하자면 쓰디쓴 한약을 마시고, 그 거부감을 덜기 위해 사탕을 하나 먹는 것처럼 쓴 약 같은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잘 스며들도록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스타일인 것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또한 놀라운 수준이다. 원래 기본은 해줬던 마츠 다카코는 이 영화에서 아이를 잃은 슬픔은 고스란히 안은채 지능적이고 냉정한 복수를 꿈꾸는 여교사를 잘 소화해냈다. 웃고 있어도 눈은 분노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영화의 초반부에 화면 전체를 압도해버릴만큼 놀랍다. 여기에 조연들의 연기 또한 이야기를 잘 받쳐주는데, 특히 아역들의 연기는 실로 놀라운 편이다.

분열의 두가지 종류를 각자 나눠서 소화해낸 범인 A와 B는 아이로써는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두려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특히 장근석과 임주완의 비주얼을 섞어둔 듯한 그 소년은, 참 누나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인상을 보여준다. 물론 그 아이의 연기 또한 참 좋았다.

일본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절제된 감정표현'을 거의 시도하지 않을 뿐더러 시도해도 정말 못한다는 점인데, 이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장면에서 감정의 절제를 훌륭하게 보여준다. 그 결과 영화가 본래 의도했던 건조함을 잘 살렸다. 물론 엔딩에서 좀 무너졌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용서할만하다.



<고백>은 흡사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가진 사이버펑크 영화를 닮아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엿보이기도 할 정도로 음울하고 칙칙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언젠가 어떤 형태로건 맞이해야 하는 우리의 미래다. <고백>은 미래의 절망적 어느 한 지점을 미리 맞이하는 예행연습과 같은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우리는 이 영화를 맞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백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2010 / 일본)
출연 마츠 다카코,오카다 마사키,키무라 요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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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관계의 정치학'에 관한 화두를 빌어 이야기한다.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섹스를 나누는 것이 아닌 몸에 대한 착취로 관계의 우위를 결정짓는 것이 많은 포르노그라피에서의 섹스였다. 그리고 여기에 역사적 사건을 대입시키면 섹스를 통한 정치사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가장 대표적으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이 이런 시도를 보인 바 있다.

뭐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접어두자. 정치적 화두를 접어두고라도 인간사의 많은 섹스는 동등한 위치에서 몸을 나누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가장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이 관계를 나누기에 인간은 서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사상이 만연하던 한국에서는 남자가 사회적으로 여자보다 우위에 있었다. 사회적 지위에서나 침실에서나 거의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지배해왔다. 물론 오늘날 세상이 변하고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침실에서 관계는 동등해지거나 여자가 우위를 점하게 된다. 자신의 지위를 박탈당한 남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 결국은 성폭행, 강간이라는 폭력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는 파렴치한 짓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인간의 섹스란 관계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폭력적 행동이라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스르쟌 스파소예비치 감독의 <세르비안 필름>은 이런 폭력적 섹스의 극단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관계를 전복시켜버린다. 필자는 이것을 섹스의 정치적 해석이 아닌, 섹스의 경제적 해석이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은퇴한 포르노배우 밀로스는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배운게 포르노배우 뿐인 그에게 돈 벌기란 만만치 않다. 아내의 번역일로 근근히 집안 유지는 하고 있지만 밀로스는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어가고 싶다. 그러던 중 밀로스의 전직 동료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소개받게 된다. 평생을 먹고 살만큼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한 이 일자리에 밀로스는 결국 응하게 되지만 이 일자리란 매우 파격적인 포르노 촬영을 의미한다.

우선 주인공 밀로스를 만나보자. 그는 거대한 성기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많은 포르노에서 여자들을 후리고 다닌 포르노스타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에서 그는 능동적인 자세로 여자들을 지배하던 '침실의 지배자'였다. 물론 그가 거액을 제시받고 시작한 일에서도 그는 폭력의 가해자로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진전될수록 우리는 '침실의 지배자'를 지배하는 세력을 만나게 된다. 그는 물론 이 포르노의 감독이 될테지만 그의 뒤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거대자본이다. 큰 돈으로 밀로스를 꼬드겨서 이 폭력적인 판에 끌어들이고, 돈에 의해 고용된 사람들은 밀로스를 가두는 창살이 된다. 침실에서의 남녀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정의내려지지만 이 남녀를 모두 지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돈이다.

문득 우리는 폭력과 자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권력의 상징이 되고 권력이란 결국 폭력이 되어 사람들을 지배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호스텔> 시리즈를 비롯한 몇가지 영화를 통해 그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르비안 필름>은 바로 이 '돈의 폭력성'을 무차별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나름 공식에 충실한 재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큰 돈에 혹해서 의문의 일을 시작한 사내가 돌이킬 수 없는 악몽으로 빠져든다는 설정은 몇 가지 공포영화에서 본 듯한 정형화된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 어떤 디테일을 가미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될 것이다.

이 전형적인 이야기를 어두컴컴하고 원색적인 피칠갑으로 덮었으며 귀를 찢는 듯한 거친 사운드로 포장되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보는 이들에게는 심장의 불규칙 바운스를 유발할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즉, 공포영화의 공식으로써 이 영화는 자기 본분에 아주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바탕이 되는 내용과 묘사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잔혹하기 때문에 <세르비안 필름>은 결국, 세상에 둘도 없는 무시무시한 영화가 되었다.

만약 당신이 최악의 악몽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 영화는 꽤 괜찮은 공포영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 속에서 도덕이라는 것이 삶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에 어긋나는 상황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순진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영화 중간에 극장밖으로 뛰쳐나가 구토를 한 그 관객의 모습이 바로 당신이 될테니 말이다.

세르비안 필름
감독 스르쟌 스파소예비치 (2010 / 세르비아)
출연 스르잔 토도로비치,세르게이 트리푸노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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