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life in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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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거닐며 바라보는 나무 하나하나가 영화고 음악이고, 나의 컨텐츠다.
by DAISHI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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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20.02.05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초간단 리뷰
  2. 2019.09.26
    '조커' 간단 리뷰
  3. 2019.01.10
    해리포터·포켓몬·MCU에는 있고 '신과 함께'에는 없는 것
  4. 2018.12.24
    '아쿠아맨' 초간단 리뷰
  5. 2016.05.07
    헐리우드의 힘: 캐릭터가 경쟁력이다 (8)

1. 몇 년 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 나는 "온누리에 사랑이 넘쳐. 마치 '러브 액추얼리'같아"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치 크리스마스에 틀면 좋을 법한 영화였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어디선가 BGM으로 'All You Need is Love'가 들려오는 듯 했다(얼마 뒤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을 보고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나는 만화책에서 할리 퀸이 어떤 캐릭터인지 모른다. 다만 영화에서 어렴풋이 행세를 하는 걸 보고는 "썅ㄴ이면 썅ㄴ답게 굴어"라는 요구를 하게 만든다. 나는 스스로 선하거나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쁜 놈은 숨김 없이 나빴으면 좋겠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아쉬운 지점은 거기에 있었다. 내가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을 보기 전 기대한 것은 사랑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썅ㄴ다운 썅ㄴ'이었다. 

2. 일단 할리 퀸(마고 로비)은 푸딩(조커)에게 까였다. 그리고 징징댄다. 사랑따위에 굉장히 연연하는 모습이다. 다행스럽게도 '러브 액추얼리'스런 모습은 없다.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으니깐. 일단 언제쯤 저 징징댐을 멈추고 진정한 썅ㄴ으로 거듭나는지 기다려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썅ㄴ다운 면모를 갖추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옛 추억의 장소가 눈에 보인다고 길에서 트럭을 훔쳐 냅다 돌진해버렸으니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할리 퀸이 굉장한 썅ㄴ이긴 한 모양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할리 퀸에게 원한을 가진 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절 할리 퀸보다는 한결 마음에 든다. 이 정도면 나름 썅ㄴ이다. 

3. 영화가 얼마 지나더니 꾸역꾸역 '썅ㄴ 스쿼드'(=버즈 오브 프레이)가 완성된다. 모두 여자들로 구성돼있으며 남자 동료에게, 혹은 마피아(남자)에게 까이거나 가족이 죽임을 당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혹은 여자아이를 지키려는 사람도 있다. '썅ㄴ 스쿼드'의 멤버들은 대체로 억압 당해 있다. 제목에 '황홀한 해방'이 들어갔다. 억압 당했으니 해방해야지. 당연한 전개다. 이 영화에서 '해방'은 아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할리 퀸을 포함한 여러 멤버들이 악당(=남자)과 싸우는 과정은 대체로 발차기로 고추를 박살내며 마무리된다. 어찌나 고추를 박살내는 장면이 많은지 공감능력 투철한 남자관객은 영화를 보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지도 모르겠다. 

4. 나는 할리 퀸과 '버즈 오브 프레이'의 원초적 '썅ㄴ스러움'이 영화 끝까지 이어지길 바랬다. 갑자기 처음봐서 공공의 적과 싸우던 이 스쿼드는 급 친밀해졌다. 카산드라(엘라 제이 바스코)를 구하는 대목에서는 할리 퀸 마저 캡틴 아메리카 못지 않은 히어로로 보인다. 일단 사건을 해결해야 하고 나쁜 놈 로만(이완 맥그리거)을 없애야 하는 입장에서는 정의로울 수 밖에 없다. 다만 여기서도 할리 퀸은 좀 더 썅ㄴ다울 수 있었다. 굳이 캡틴 아메리카가 될 필요는 없었다. 만약 할리 퀸이 '카산드라를 구해야 한다'보다 '로만의 고추를 걷어차야 한다'에 더 초점을 맞췄어도 할리 퀸은 좀 더 썅ㄴ다울 수 있었다. 

5.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굉장히 단순하다. '여성의 연대를 통한 해방'은 '억압 당한 여성들이 모여서 남자들의 고추를 걷어차는 일'이다(굉장히 많은 고추가 박살난다. 영화 내내 박살난 고추만 합쳐도 할머니댁 부직포에 가득 널어놓고 말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여자가 죽는 장면은 영화가 가린다(로만이 동양인 가족을 묶어놓고 죽이는 장면에서 남편만 얼굴가죽을 벗긴다. 바로 옆에 아내는 어떻게 죽었는지 안 보여주는데 죽었다). 이런 단순하고 원초적인 페미니즘을 전에 본 적이 있다. 바로 '걸캅스'다. 누군가 '버즈 오브 프레이'와 닮은 영화를 물어본다면 나는 '걸캅스'라고 답할 것이다(당황하진 말자. '걸캅스'보다는 재밌다). 

6.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아등바등 찍은 '걸캅스'보다 '버즈 오브 프레이'가 나은 지점은 액션씬에 있다. 꽤 인상적인 액션씬이 여럿 등장하는데 폐허가 된 놀이공원 액션씬은 성룡의 '복성고조'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2'를 떠올린다. 고전 B급 장르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볼꺼리다.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함꼐 여러 효과들로 오락가락 정신없이 유쾌하게 전개되는 것도 봐줄만하다. 일단 늘어지거나 시간 끄는 지점은 전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들 드럽게 못 싸우네"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앞서 말한 '이 영화의 정체성'에 해당하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하자. 

7. 결론: 단순하고 간결한 영화다. 액션도 화려하고 유쾌하다. 할리퀸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한결 썅ㄴ이 된 점도 마음에 든다. 바램이 있다면 할리 퀸에게 "왜 이리 약한 모습이야? 이보다 더 건방질 수 있잖아"라고 독려하고 싶다. 토드 필립스의 '조커'와 비교할 영화는 아니지만(우위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영화임) 조커 캐릭터에 부합하는 '논쟁적인 썅ㄴ'은 돼야 하지 않겠나. 나름 빌런인데... 


추신) 원작 코믹스를 못 봐서 모르겠는데 이런 무공을 쓰는 캐릭터가 원래 있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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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서 그것은 '차별' 당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고 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 성소수자들도 일상에서 '개성'이라며 인정받는 것보다는 차별당하고 무시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정이나 학교 혹은 직장에서 차별 당하고 무시 당한 존재들은 그것에 좌절에 무너지거나 그것을 극복한다. 다만 아주 소수의 경우로, 차별 당한 존재들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 중 많은 이야기들은 이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대체 "괴물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한다. 토드 필립스의 영화 '조커'는 히어로무비 역사상 최고의 빌런으로 손꼽히는 조커를 우리의 일상 곁으로 끌어내린다. 가히 무자비한 짓이라고 볼 수 있다. 

2.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의 직업은 '출장 광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신병원에서 지내다 나왔고 어머니 페니 플렉(프랜시스 콘로이)의 집에 얹혀서 지낸다(우편함에 적힌 집주인 명의가 페니 플렉이다). 광대(혹은 코미디언)라는 직업은 앞서 말한대로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 슬프거나 아픈 일이 있어도 늘 웃어야 한다. 심지어 광대는 울고 있어도 웃는 표정이고, 반대로 웃고 있어도 우는 표정이다. 다시 말해 광대는 늘 차별에 노출돼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예능 토크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코미디언들이 길을 걷다 초등학생들에게 반말로 이름 불리는 경우를 여럿 들을 수 있다(과장되기도 했겠지만 영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TV에 나와서 웃음을 주는 직업들에게 이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넓은 범주에서 '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조금만 과격한 시대에 살았다면 무명 코미디언도 길을 가다 나쁜 아이들에게 이유없이 얻어 터질 수 있다. 

3. 아서는 광대라는 위치에 걸맞게 뭐든지 반대다. 남들과 웃음코드도 다르고 출구로 들어가려고 한다. 일부러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괴롭거나 슬플때마다 웃는다(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분명 다수와 다른 사람이며 그 때문에 무시당하고 얻어터진다. 그동안 조커의 매력은 이런 아이러니에서 있었다. 끔찍한 짓을 하면서 웃고 공포와 혼란을 조장하지만 정작 본인은 춤을 춘다. 영화는 이런 아이러니의 기원을 '광대'라는 분장에서 찾고 있다. '배트맨'이나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대목을 영화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 '조커'는 지극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다. 유약했던 아서 플렉이 어떻게 영화 사상 최악의 빌런으로 거듭나는지 보여주는게 이 영화의 목적이다. 그가 광대라는 점과 주목받고 싶어한다는 점, 그리고 웨인 가문에 대한 분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마지막은 배트맨 영화들에서 언급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그것들을 찾아가는데 현미경을 가져다 댄 것처럼 아주 성실하다.

4.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충실하게 짜여진 캐릭터와 함께 그것을 표현해내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다. 이 영화는 배우가 영화 그 자체인 작품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목소리와 표정뿐 아니라 몸짓과 골격 하나까지 완벽하게 아서 플렉,(a.k.a. 조커)이 된다. 눈은 울면서 입만 웃거나 눈은 화내면서 입은 미소짓는 표정들은 가히 압권이다. 여기에 굽은 어깨뼈나 기이하게 패인 갈비뼈는 캐릭터의 기괴함을 더 잘 표현해준다. 정말 "이 배우는 뼈도 연기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아서 플렉을 지나 조커에 이르렀을때 변화도 놀랍다. 영화 내내 "이토록 유약한 남자가 어떻게 조커가 될까" 궁금했다. 그런데 아서 플렉이 조커에 이르는 과정은 일종의 '해방'이다. 어깨뼈를 짓누를 정도의 차별적 시선과 갈비뼈를 패일 정도로 만드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로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다름이 아니라 '윤리 ·도덕적으로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는 이 모든 것,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해방을 모두 연기해낸다. 가히 놀라운 연기다. 

5. 상업영화적으로 생각하자면 조커를 더 조커답게 할 대항마(빌런)는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에게는 이반 드라코(돌프 룬드그렌)가 있고(혹자들은 '아폴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이반 드라코다) 슈퍼맨에게는 렉스 루터가 있다. 서도철 형사에게는 조태오가 있고 마석도 형사에게는 장첸이 있다. 강백호에게는 서태웅이 있고 하니에게는 나애리가 있다. 주인공이 있다면 그를 돋보이게 할 빌런은 있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이끄는 방법이다. 그런데 '조커'에서는 그런 대항마가 없다. 토마스 웨인(브레트 컬렌)조차 조연에 불과하고 브루스 웨인은 아직 꼬마다.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의 역할도 크지 않다. 이 영화에는 오직 조커만 있다. '빌런이 있다'는 발상은 앞서 말한대로 상업영화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상업영화적인 것'을 포기했을까? 그저 어려운 길을 갔다고 보는게 맞다. 빌런을 포기하고 조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해한다. 그와 동시에 "너희 중에도 조커가 있다"며 조커를 지상으로 끌어내린다. 이보다 무시무시한 저주가 있을까?

6. '조커'는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 영화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대는 빈부격차가 심하고 가진 자들의 오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혼돈과 불안의 도시 고담은 '배트맨'에도 등장한 대목이다. 그 시대에 대해 영화는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본다. 혼돈과 불안의 시대에서 무정부주의적 행동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폭탄처럼 잠자코 있다가 뇌관을 건드리기만 하면 겉잡을 수 없이 터질 것이다. 분명 이것을 두고 '(부자) 트럼프 시대에 대한 경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만 다소 구차해보여서 거기까지 가진 않겠다. 빈부격차와 프롤레타리아의 분노는 정말로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조커가 등장하는 과정이 '모던 타임즈'를 참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7. 결론: 영화 '조커'가 나온다고 했을 때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봐서 반갑긴 했지만 조커의 매력이 반감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크나이트'에서처럼 '이유없이 미친놈'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조커'를 계기로 '이유있는 미친놈'이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유가 있어도 미친놈은 미친놈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고 조커의 매력을 더 배가시킨 것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힘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히스 레저의 조커마저 지워버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히스 레저의 조커를 떠나보내도 될 것 같다. 


추신1) 만약 사람들이 "영화 '조커'를 아이맥스로 보는게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가능하면 큰 화면가 짱짱한 사운드에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 '조커'는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에게 집중하는 영화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 분노, 좌절, 광기 등 오만 감정에 온전히 몰입하는데 큰 화면과 짱짱한 사운드는 큰 도움이 된다. '조커' 덕분에 아이맥스의 새로운 활용 가치를 알게 됐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스펙타클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추신2) 끝내주는 노래가 많이 나온다. 예고편 영상에도 들어간 지미 듀란티의 'Smile'도 그렇고 엔딩크레딧 때 흘러나온 'Send in the Clowns'도 좋다. 그런데 후자에 나온 곡은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대결은 지금부터다. '조커'를 보면서 김연아를 떠올릴까, 아니면 김연아를 보면서 '조커'를 떠올릴까. 그게 궁금해서 이 글을 쓰기 전에 김연아 소치 동계올림픽 경기영상을 찾아봤다. ...그래도 아직은 김연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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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한국영화에는 프렌차이즈가 없다"는 말을 한다. '멀티유즈'로 팔아먹을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반박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신과 함께'라는 걸출한 프렌차이즈가 태어나고 있다". 확실히 '신과 함께'는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렌차이즈다. 보통의 영화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꽤 다양한 형태로 팔아먹을만 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약하다. 적어도 강림차사나 덕춘이의 피규어를 사서 진열장에 넣어두는 팬들이 생겨야 '프렌차이즈'라는 이름을 붙일만 하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서 '피규어를 구매해서 진열장에 넣어두고 싶은' 콘텐츠가 있긴 할까? 있다면 제보해주기 바란다.

콘텐츠가 강한 나라가 어디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니깐 오래 두고 팔아 먹을만한 이야기를 많이 보유한 국가. 우선 △영미문학의 성지이자 세계 팝음악을 주도했던 영국 △무한한 상상력의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일본 △전세계 문화가 혼재된 이민자의 나라 미국. 이들 나라는 확실히 오래 두고 팔아 먹을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이 글은 영국과 일본, 미국이 어떻게 콘텐츠 강국이 됐고, 어떻게 팔아먹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미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세상'이 돼버렸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냈던) 그들의 시스템은 우리에게도 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다. 


영국, 영문학과 락음악의 거점

영국의 문화점 위엄을 보기 위해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개막식을 보면 된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이 '피터팬'을 낭독하고 하늘에서 '메리 포핀스'가 내려온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배운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템페스트'를 낭독하고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여왕을 의전한다. 미스터 빈(로완 앳킨슨)이 오케스트라 사이에서 개그를 하고 '불의 전차'도 패러디한다. 데이비드 베컴이 성화를 들고 입장하더니 이어서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델과 뮤즈 등 영국의 대표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이 가진 콘텐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이들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를 담기에 3시간은 지나치게 짧지"라고 말할 것이다. 조앤 롤링과 함께 '반지의 제왕'의 저자 J.R.R. 톨킨과 '셜록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 도일도 영국인이다. 뮤지션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헐리우드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배우 상당수는 영국인이다. 이들의 문화적 영향력은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 헐리우드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퀸과 데이빗 보위, 롤링 스톤즈 등 뮤지션들의 영향력은 범 지구적이며 이것은 오아시스와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에 이어 아델, 샘 스미스, 두아 리파 등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세계 대중문화는 물론 젊은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막강하다. 

영국인들에 대해 지금까지 관찰한 습성은, 이들은 꽤 자유분방하고 세련돼있다. 흔히 영국에 대해 '신사의 나라'라고 하지만 딱히 신사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를 볼 때면 온 정신을 다 내려놓고 다소 또라이처럼 군다.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지만 영국 역시 정치적 진영, 세대간의 갈등이 있다. 꽤 많은 갈등을 안고 있지만 예술적으로는 꽤 세련돼있다. 프랑스식 아방가르드나 독일의 초현실주의처럼 지나치지 않고 실용주의적인 트렌드를 고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들의 감각은 전세계 다수의 사람들에게 통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같은 감각은 '해리포터'를 통해 잘 드러난다. '해리포터'의 경우 평범한 일상생활의 이면에 마법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이야기 속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법한 세계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신화적 서사와 달리 소년의 성장기적 서사를 통해 다수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차라리 판타지에 가까운 것은 제임스 본드의 '007' 시리즈였다. 멋지고 무자비한데 친절하기까지 한 이 남자는 사실 존재 자체가 판타지다. 게다가 그 판타지스런 존재를 수십년 동안 끌고 오면서 새롭게 진화시킨다. 물론 중간에 침체기도 있었지만 이 첩보영웅은 그럴만한 원동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일본, 경계가 없는 상상력...무한함에 힘을 싣다

사실 일본은 이 자리에 모시고 애매할 수도 있다. 콘텐츠에 있어 그들의 영향력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망한 부잣집' 정도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듯 일본은 과거의 콘텐츠들로 영광을 재현하며 문화적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90년대 버블경제부터 쌓아온 문화적 역량이 스마우그의 재산처럼 풍성하다. 3대가 아니라 최소 몇 수십대는 우려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대중문화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기반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비롯됐다. 돈이 넘쳐나던 버블 시대에 이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끝내주는 수준의 '아키라'와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왕립우주군' 등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연이어 쏟아냈다. 그런데 이 걸작들이 비단 돈만 쏟아부어서 만들어진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일본의 인재들은 조금 변태같은 면이 있다. 소위 '동인지'라고 불리는 만화들을 보면 "골때린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신나간 상상력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하기도 하고 윤리적인 거부감이 들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변태스러움'이 일본 대중문화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상상력에 윤리적 경계를 두지 않음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경계가 없는 상상력은 언제 어느때고 기가 막힌 이야기를 만들 발판을 마련한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만화인 '원피스'와 '포켓몬스터', '명탐정 코난' 등의 애니메이션도 이같은 상상력을 가지고 자란 '변태'들이 만든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일본은 이것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콘텐츠는 씨가 말랐고 창작자들은 굶주리고 있다. 질 떨어지는 아류작이나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사골들만이 극장가에 걸려있을 뿐이다. 이것은 버블이 꺼지고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데다 제도적 장벽으로 창작자들에게 발판을 맞이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지난해 개봉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자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정작 창작자인 우에다 신이치로의 수중에 들어온 것은 없다고 들었다. 이미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소노 시온 같은 일본의 중견감독들도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에서 누가 일을 하려고 할까?

일본은 성공과 실패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경제적 호황기를 누릴 때는 온갖 지원과 인재육성으로 문화적 중흥기를 맛봤다. 그러나 현재는 불합리한 시스템과 인재를 막는 시스템으로 문화적 명맥이 끊기고 있다. 애시당초 이 글의 목적이 '우리의 대중문화가 발전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시스템이 개판나도 여전히 팔아먹을 콘텐츠가 있다는 것은 처음에 굉장한 것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건담'이나 '포켓몬'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주 많은 콘텐츠다.


미국, 이민자의 나라...'크로스오버'와 재탄생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이 인정하는 '이민자의 나라'다. 아메리칸 인디언이 살던 벌판에 유럽인들이 찾아와 정착했고 전세계의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국가의 역사 자체는 짧지만 다양한 민족들이 몰려들면서 그들의 가치관과 정서, 경제적 역량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 미국의 정체성이 '다민족'인 셈이다. 이 얘기인 즉슨 이들의 대중문화 역시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섞였다는 의미다. 미국 문화의 발판을 마련한 마크 트웨인이나 스콧 피츠제럴드, 어네스트 헤밍웨이 등 작가들을 시작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본격화 된 이후에는 온갖 대중문화들이 뒤섞였다. 초기 작가들이 영문학을 바탕으로 한 작가들이라고 본다면 이것은 영문학의 발판 위에 세계가 섞인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대중문화 역시 '미국인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다. 즉 미국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세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게다가 이들은 헐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자리잡은 후 막대한 자본으로 화려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세계의 공감을 살 이야기를 엄청나게 큰 돈을 주고 만든다는 의미다. 이것이 오늘날의 헐리우드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의 대중문화를 이야기하면서 마블과 DC코믹스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전세계가 상상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때 헐리우드는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들로 세계를 재패하고 있다. 이들의 시작은 물론 단순했다. ①영웅과 악당이 탄생하고 ②악당이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면 ③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간단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은 점점 파생된다. 힘을 가진 자의 내면에 접근하고 이들의 관계를 통해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히어로물은 '영웅담' 그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슈퍼히어로들을 보면 참 재미있다. 이들 중에는 미국인 히어로가 물론 대다수겠지만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온 히어로들도 있다. WWE 프로레슬링을 살펴보면 이같은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여기 등장하는 레슬러들은 '기믹'(컨셉)이라는 것을 가지고 등장한다. 이것은 미국적인 것도 있고 다른 나라의 것도 있다. 이들의 표현에는 경계나 거부감이 전혀 없다. 

경계가 없음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탄생한 과정에서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탈리아인들이 주축이 됐던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구로사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영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크로스오버에 익숙한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 '스타워즈'같은 혼종은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는 콘텐츠다. 그리고 이것은 꽤 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라는 나라는 누구나 다 아는 '천조국'이 아니던가. 돈이 되는 콘텐츠에는 언제라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돈 냄새를 맡는 재주도 뛰어나다. 헐리우드는 그렇게 수십년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긴 시간 동안 이들이 쌓아온 노하우는 결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없는 것

전세계의 영화 시장에서 한국이 갖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2003년 르네상스 시기 이후 한국영화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이미 그것은 16년 전의 일이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 중견 감독들이 일궈낸 중흥기는 이미 오래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영화에는 르네상스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인재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을 담을 그릇은 여전히 빈약하다. 좋은 이야기와 아이디어는 투자자들에 의해 괴상하게 손질당하고 오지랖 넓은 '일부 관객'들은 섣부른 판단과 별개의 목적으로 여론을 선동한다. 어느 영화시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영화시장 역시 험난한 장애물을 안고 있다(그래도 현재 일본의 영화시장보다는 나은 편이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자).

그런데 이런 대외여건과 별개로 한국의 콘텐츠에서 부족한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미 답은 앞선 세 나라의 이야기에서 다 나왔다. 우리의 영화와 만화에서는 소위 '피규어를 팔아 먹을만한' 것이 없다. 그 얘기는 결국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영화 중 프렌차이즈에 가장 근접한 '신과 함께' 역시 피규어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 이는 한국영화의 캐릭터들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야기에 있어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마블이나 DC의 영화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들이 소위 '유니버스'를 만들고 이야기를 끝도 없이 파생시킬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힘 때문이다. 마블, DC 뿐 아니라 중국의 '삼국지', 일본의 '건담' 등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팔리는 것은 개성 강하고 매력있는 캐릭터들이다. 

잘 팔리는 캐릭터를 만들더라도 그것이 시장에 온전히 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오래전 드라마 '미생'이 탄생할 당시, 이 이야기는 처음에 공중파 방송사로 향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중파의 관계자들은 "러브라인이 없다"며 드라마를 고사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케이블 채널인 tvN으로 향했고 전설적인 드라마가 됐다. 아마 드라마 시장이 공중파에서 케이블·종편으로 넘어간 것은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소위 '꼰대질'하는 고위 관계자들이 없는, 젊은 감각의 방송사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중파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넷플릭스가 그 역할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과 함께 창작자들의 실험을 존중한다. 새로운 콘텐츠를 내세우는데 두려움이 없다. 그들은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만들면 누군가는 본다"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한국의 대중들은 집단적이다. 소위 '엑스세대' 이후 생겨난 '젊은 세대'들은 "난 나야. 내 개성이 중요하지"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집단적인 교육을 받은 탓에 '개성'을 찾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튀는 짓 하지 마라"는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받아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호를 찾는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나이 40 넘어서 아이돌이라도 좋아했다가는 "그 나이 처먹고 쯧쯧" 소리 듣기 쉽상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한국의 관객들은 장르영화를 보는데 주저함이 있다. 예술영화를 챙겨보면 그 사람은 지적 가치가 높아보이지만 장르영화를 챙겨보면 취향이 싸구려인양 취급받는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대단히 일리가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해외 장르영화들은 극장 문턱을 밟기가 대단히 어렵다. 대부분 IPTV 시장으로 직행해 소수의 관객들만 만날 뿐이다. 


나는 한국의 관객들이 모두 높은 지적 수준으로 예술영화만 챙겨볼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호가 있지만 튀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다수의 대중들이 찾는 취향으로 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인랑'이 재밌었어"라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너 취향이 이상하구나"라고 답할 수 있다. 설령 그렇게 답하지 않더라도 그런 대답을 두려워해 취향을 말하길 두려워한다. 결국 우리의 영화와 대중문화가 살아남는 것은 관객의 손에 달렸다. 창작자들은 영화에서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이 뭔지 고민해야 하고 대중들은 '내가 사고 싶은 것'에 더 당당해져야 한다. 

사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앞서 말한 '신과 함께'나 '마음의 소리' 같은 웹툰은 콘텐츠 시장의 희망처럼 떠오른다. 이것은 분명 팔아먹을 여지가 충분하며 익명의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소비되는 콘텐츠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다. 웹툰 작가로 성공하는 일은 어렵지만 시장으로의 진입은 대단히 자유롭다. 몰락한 일본의 대중문화 시장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붙잡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 역시 "마블 없으면 어쩔뻔 했냐"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아마 한국영화가 붙잡아야 할 명맥은 웹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콘텐츠가 강한 나라인 영국이나 일본, 미국은 팔아먹을 캐릭터가 많은 나라다.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이 크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자유로운 사고로 이들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은 그 자체로써 콘텐츠 위에 군림하지 않고 콘텐츠를 돕는 역할을 한다. 막대한 자본은 캐릭터가 탄탄한 이야기를 일회성으로 소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캐릭터가 탄탄한 콘텐츠 △그런 콘텐츠를 생산·소비할 수 있는 환경 △콘텐츠 자체를 존중하는 자본이다. '뽀로로'와 '로봇카 폴리' 같은 어린이 콘텐츠가 어떻게 잘 팔리게 됐는지는 영화시장에서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추신) 솔직히 이순신 장군이나 로보트 태권브이 피규어는 꽤 팔릴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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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것은 내가 발견한 DC+워너 영화 나름의 법칙이다. 이들 유니버스에서 나온 영화의 경우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을때 그 영화는 전작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배트맨 v 슈퍼맨'이 개봉했을때 이 영화를 전작인 '맨오브스틸'과 비교해본다면 "'맨오브스틸'도 괜찮은 영화였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법칙은 시간이 흘러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했을때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그래도 나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이 법칙에서 '원더우먼'은 일단 제외하도록 하겠다. 그걸 아직 못 봤다). 이런 법칙대로라면 '아쿠아맨'은 최소한 '저스티스 리그'보다 바닥에 있어야 한다. 대체 그런 영화는 뭔지 상상을 해봤다. '저스티스 리그'보다 못만든 영화. 지난해 최악 중 최악이었던 영화 '리얼'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대작이 나와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2. 다행스럽게도 '아쿠아맨'은 '저스티스 리그'보다 바닥으로 향하진 않았다. 아마도 DC+워너 영화의 하한가는 '저스티스 리그'였던 모양이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다시 치고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아쿠아맨'은 얼마나 치고 올라갔을까? 이 휘청거리는 거대기업은 여전히 매수를 추천할만한 매력적인 종목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 매수를 권할 단계는 아니다. 이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가 전분기에 3400억원대 적자를 냈다가 이번 분기에서 1000억원대 적자를 낸 것과 같다. 아직도 적자는 지속된다는 소리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브런치'의 한 유저는 '아쿠아맨'을 리뷰하면서 제목에 'DC가 사활을 걸고 만든 평작'이라고 했다. 나는 이 제목이 '아쿠아맨'을 한마디로 정리했다고 본다.

3. 우선 '아쿠아맨'은 어느 슈퍼히어로의 시작을 다루고 있다. 이는 '아이언맨'이나 '퍼스트 어벤져', '배트맨 비긴즈', '맨오브스틸' 등 영화들처럼 한 개인이 모두를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깐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깨달음을 얻고 좌절도 했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서 세상을 구하는 식이다. '아쿠아맨'은 그 틀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나칠 정도로 공식에 맞아 들어가서 문제다. 그냥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토르:천둥의 신'('토르1')과 Ctrl+C Ctrl+V 수준으로 닮았다(생각해보니 '블랙팬서'와도 닮았다). 어느 왕국에서 형제가 왕위를 다투는데 동생하고 싸우고 뭐 그런 방식이다. 우선 '토르1'과 닮은 점이 많은 만큼 비교를 한 번 해보자.

4.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호전적이지만 동료들을 믿고 아끼는 '신'이다. 지나치게 순박해서 남을 잘 믿는게 나름 큰 단점이다. 로키(톰 히들스턴)는 이런 토르와 정확하게 상극에 서 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장난의 신'이며 마법과 트릭에 능하다. 입양된 아들이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토르1'은 우직한 토르와 상극을 이루는 로키의 캐릭터가 극적 재미를 준다. 로키가 토르와 적대적으로 돌아서는 명분은 대단히 입체적이다. 명목상 그는 왕위를 원하는 인물이지만 그보다 더 원한 것은 아버지 오딘(안소니 홉킨스)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었다. 로키는 큰 목적(아스가르드의 왕)과 소소한 목적(아버지의 인정)이 합쳐지면서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블랙팬서'의 킬몽거(마이클 B. 조던)도 마찬가지다. 그가 와칸다의 왕위를 원한 것은 1992년 차별받는 흑인들을 목격했고 자신들의 종족을 지키기 위해 백인사회를 부수겠다는 의도다. 복합적이었다기 보다는 주인공을 위협할 강한 빌런이라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5. 그렇다면 '아쿠아맨'의 빌런인 옴(패트릭 윌슨)과 블랙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에 대해 살펴보자. 블랙만타는 대를 이어 일하는 해적이다. 그는 아쿠아맨과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고 아쿠아맨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사실상 이를 위해 옴과 손을 맞잡았다고 볼 수 있다. 옴의 명분은 킬몽거와 유사하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육지의 인간들에 대적해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 그런데 이 둘은 그리 매력적인 빌런이 아니다. 블랙만타는 아버지가 죽는 극적인 상황에 비해 명분이 지나치게 약하다. 적어도 아쿠아맨도 죄책감을 느낄 상황이라면 더 잔인하게 아버지가 죽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6. 사실상 블랙만타의 상관인 옴의 명분은 좀 더 괴상하다. 이부(異父)형제인 아쿠아맨에게 "너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으니 너를 죽이겠다"며 복수심을 품는다. 그런데 이 복수심은 육지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그의 명분과 따로 논다. '토르1'처럼 복합적인 인물을 만드는 명분이 아니라 그냥 명분이 2개인 경우다. 다시 말해 간장과 설탕을 섞었더니 간장치킨 양념맛이 아니라 달고 짠맛이 따로 나는 경우다. 사실 옴은 매력적으로 그려질 지점이 많았다. 메라(엠버 허드)나 벌코(윌렘 데포), 네레우스 왕(돌프 룬드그렌) 등 주변의 인물들 중 정작 자기편은 하나도 없다. 그는 연산군 이후에 가장 외로운 왕이지만 그런 광끼를 찾기에도 약하다. 재밌게 그려질 여건이 대단히 많지만 옴은 그리 매력적인 빌런이 아니다. 

7. 이야기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토르1'이 '셰익스피어 문학을 제대로 배운' 케네스 브래너의 작품이라면 '아쿠아맨'은 장르영화에 능한 제임스 완의 작품이다. 그는 호러영화에 대한 재능이 탁월하지만 차량액션영화인 '분노의 질주'에도 참여한 사람이다. 애시당초 '토르'와는 노선이 달랐던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취향의 문제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토르1'로 향하면 되고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을 보고 싶다면 '아쿠아맨'으로 향하면 된다. 내 경우에는 전자와 같은 영화에 더 마음이 간다(마블 영화 중 진지한 거 별로 안 좋아하긴 하는데 '토르1'은 영미권 고전문학 느낌이 나서 좋아한다). 

8. 결론: 어쨌든 DC+워너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액션영화를 만들어냈다. '저스티스 리그'처럼 '차마 눈뜨고 못 볼' 영화에 비하면 매우 큰 발전이다. 이것은 '보급형 토르'나 '보급형 블랙팬서' 정도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 그들은 '저스티스 리그2'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될까?


추신) 이게 뭐라고 리뷰가 이렇게 길어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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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마블의 기세가 무섭다. 몇 년 전부터 무서웠는데 더 무서워졌다. 이제 DC에 디즈니 애니메이션까지 가세했다. 한때 헐리우드 위기설도 잠깐 있었지만 헐리우드는 "위기? 놀구 자빠졌네"라며 그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무튼 돈만 쥐어주면 또 다른 지구라도 만들어 낼 기세다(이미 만들기도 했다). 이 무시무시한 장악력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본다 한들 따라가기도 벅찰 것이다. K-POP이니 한류니 하지만 국가의 '꼰대력'으로 양성한 이런 문화콘텐츠들이 얼마나 생명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그렇다, 이 글은 이미 늦은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남아있는 몇 개의 상영관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발악' 내지는 '몸부림'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상업영화 시장이 얼마나 개판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 글은 올해 극장가에서 파괴력을 자랑하는 몇 개의 영화에서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주토피아'나 '캡틴 아메리카:시빌워', '데드풀', 그리고 만만치 않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배트맨 v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등이 있을 것이다. 모두 극장가에서 한 몫 단단히 챙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다. 이들에게는 명백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사실 캐릭터가 강한 콘텐츠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재미있는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됐고 상품이 됐다. 저패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고 오랫동안 재생산되기도 했다. 그 저력을 지금 헐리우드가 보여주고 있다. 오래전 저패니메이션보다 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워 돈을 쓸어모으고 있다. 그러니깐 우리가 이 글에서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헐리우드 영화에는 그렇게 기가 막힌 캐릭터들이 등장하냐"는 것이다. 




'캐릭터'의 힘은 곧 프렌차이즈의 힘으로 이어진다.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여려 편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으로 이어진다. 한 예로 '에이리언'의 최강 숙적인 '에이리언 vs 리플리'는 많은 영화팬들의 열광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수십년간 이 콘텐츠는 재생산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은 그 옛날 '에이리언 vs 리플리'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가능케 한다. 이는 '스타워즈'에서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는 끊임없이 만들어지면서 기술의 발전을 고스란히 입었다. 70년대의 '스타워즈'에서 표현하지 못하던 것이 2016년에는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술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프렌차이즈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통성과 진화가 함께 보여져야 한다. 프렌차이즈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전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임파서블' 1편은 스릴러와 반전이 돋보이는 첩보 느와르 물이었다. 하지만 2편은 여기에 부족한 '액션'을 보완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3편은 전편에서 부족했던 스릴러를 보완하면서 액션의 재미까지 찾아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역시 1편에서 조금 남아있었던 팀 버튼의 향기를 완전 걷어내고 2편의 '다크나이트'를 만들어냈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과 '다크나이트', '에이리언'을 모두 지탱했던 건 모두 '캐릭터'의 힘이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 배트맨(크리스쳔 베일), 리플리(시고니 위버) 등 수십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캐릭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캐릭터 외에 프렌차이즈를 이끄는 동력이 이렇게나 많다. 캐릭터는 일종의 얼굴마담과 같다. 영화의 전면에 서 있는 주인공이고 상품이 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이 '캐릭터'다. 




올해 극장가를 휩쓴 헐리우드 영화들 '시빌워', '주토피아', '데드풀'은 모두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다. 만화책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도 있고 온전히 스스로 탄생한 캐릭터도 있다. 그런데 뭐가 됐건 이 캐릭터들은 저마다 매력이 차고 넘치는 녀석들이다('배트맨 v 슈퍼맨'도 어떻게 집어넣어보자). 이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매력이 있을까? 그것을 알아보는 작업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늦었다'. 그래도 해보자. 그 잘난 캐릭터들의 매력이 너무 궁금해서라도 이 작업은 해봐야겠다.


마블 영화 속 캐릭터는 모두 스탠 리의 작품이다. DC의 완전무결한 슈퍼히어로에 비해 엄청난 힘을 가져도 불완전한, 인간에 가까운 히어로를 만들자는게 마블의 의도다. 그 탓에 마블의 히어로들은 강해보이지만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다. 돈 많고 잘 생겼지만 재수없는 꼰대인 토니 스타크라던지 슈퍼파워를 가졌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브루스 배너, 역시 슈퍼파워를 잘 생겼지만 또래 10대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심지어 다소 왕따기질도 보이는 피터 파커 등. 초능력만 가졌지 우리 주변의 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들에서도 마찬가지다(그들 모두 스탠 리의 자녀들이니). 


대중은 완벽한 캐릭터를 동경한다. 하지만 거기에 호감을 갖고 동화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SM엔터테인먼트의 스타들은 잘 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춘다. 하지만 SM의 스타 마케팅은 대중친화적인 스타가 아닌 별세계 사람에 가깝다. 그 옛날 H.O.T와 S.E.S가 그랬고 지금 엑소도 그렇다. 물론 요즘은 많이 대중친화적으로 변했다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서 그들은 '별 세계 연예인'들이다(엑소 애들 초능력 쓸 때부터 알아봤다). 반대로 마마무라는 걸그룹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노래실력과 끼를 갖췄지만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흥에 넘치는 20대 처자들의 모습을 소탈하게 보여준다. 그 덕에 팬들은 마마무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물론 엑소보다 마마무가 더 낫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 팀 모두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고 팬들의 호감을 가져오는 자신들만의 매력이 있다. 두 팀의 차이라면 '저 하늘 위의 별'같은 스타와 '옆 집 언니'같은 스타의 차이 일 것이다. 이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DC와 마블의 차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친근함은 순수 창작캐릭터인 '주토피아'에서도 빛이 난다. 애초에 '말하는 동물들'이라는 이질적인 캐릭터들이지만 닉과 주디는 치밀한 관찰을 통해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이것은 토끼와 여우라는 동물의 습성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매력적인 남캐, 여캐에 대한 상상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란 썩 현실적인 멋은 없지만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 혹은 젊은 애들 보는 잡지책에서 나왔을 법한 '이상형'에 대단히 부합한다. 이들 캐릭터의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부분은 이들이 처한 현실에서 드러난다. 그러니깐 '주토피아'는 지극히 이상적인 캐릭터들이 풀어가는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데드풀'의 경우에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데드풀'의 이야기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편이다. 주인공이 어떤 위기에 처하건 관객은 느긋하게 이야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를 걷어내고 보면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굉장히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암을 고치기 위해 연인 몰래 떠났지만 그곳은 끔찍한 고문을 통해 인간병기를 만들어 내는 곳이고 겨우 살아돌아왔지만 흉측한 몰골이 돼서 연인에게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생각만 해도 그보다 비극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진지해질 수 있는 상황을 '데드풀'은 강한 웃음코드로 넘긴다. 이것은 '데드풀'의 성공요인이 되기도 한다. 


성공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꼭 웃길 필요는 없다. 가장 성공한 한국영화인 '명량'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는 등장한다. 그러나 이순신(최민식)은 재밌는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배트맨 v 슈퍼맨'의 캐릭터들만큼 지나치게 진지하다. '배트맨 v 슈퍼맨'은 한국시장에서 실패를 거뒀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이런 진지함을 상쇄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유머코드가 없어도 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바로 '애국심'이다. 이순신 장군의 배가 왜군을 물리칠 때 관객에게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는 한국인에게 내재된 애국심을 건드린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량'은 한국영화 중 거의 유일하게 '3부작'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앞서 말한대로 캐릭터의 힘은 프렌차이즈로 이어진다. 프렌차이즈가 있는 것은 영화산업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현재 한국영화에 실종된 여러가지 중 하나를 찾아보라면 바로 '프렌차이즈'다. 우리에게도 프렌차이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여고괴담'이나 '공공의 적'같은 프렌차이즈 기획이 있었고 비록 실패했지만 '투캅스'같은 프로젝트도 있었다. 물론 '여고괴담'과 '공공의 적'은 모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한국영화를 돌이켜봤을때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찾아본다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최근 '태양의 후예'라는 성공적인 캐릭터를 가진 콘텐츠를 만났다. 한국과 중국에서 제대로 터진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무뚝뚝하고 몹시 바쁘지만 매력있는 캐릭터로 여심을 제대로 공략했다. '태양의 후예' 뿐 아니라 드라마를 중심으로 '좋은 캐릭터'의 명맥은 이어지는 편이다. '응답하라 1988'의 정환(류준열)이라던지 택이(박보검),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조진웅) 등 매력있는 캐릭터는 작품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영화에서도 나타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우리가 '시빌워'같이 압도적인 영화는 가지지 못하더라도 주디 홉스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한국영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보다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 캐릭터가 없이 기술만 발달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7광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추신) 좋은 캐릭터의 조건은 그것이 상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뉠 수 있다. 한국영화의 캐릭터 중 상품성이 있는 캐릭터, 뭐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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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반가 2016.06.08 17:4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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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하이 2016.06.08 17:4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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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logIcon 커피한잔 2016.06.08 17:48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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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ogIcon 겨울비 2016.06.11 21:49 address edit/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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